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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설계하는 프로그래머 앞날은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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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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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대국과 미래 고용시장 보고서를 보면서 직업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미래 고용환경의 변화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으로 여겨지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전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프로그램 코딩 교육 수요도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대적으로 안전성과 유용성이 높아 보이는 분야의 일자리도 한시적 유효성을 지니고 있을 따름이다. 소프트웨어 인력이 많이 근무하고 있는 국내 대형 포털의 임원이 전하는 말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일선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알려준다. 이 임원은 알파고 대국 이후 직원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나 컴퓨터 코드도 스스로 짜는 날이 올 텐데,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 그저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사용자인 사람들이 서비스 환경에서 다양한 인간 습성과 피드백을 제공하는 베타테스터의 역할이 아닐까"라는 게 직원들의 대화라고 전한다. 서비스와 프로그램에서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 설계는 결국 사람보다 기계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은 합리적인 사용자를 예상하고 효율적으로 설계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테니 인간의 오류 성향이나 편향성을 프로그램이 고려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설계된 프로그램을 이용자가 항상 이성적·합리적 의도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채팅로봇 '테이'의 막말 학습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시대에는 기계와 사람의 차별점을 구별해내는 게 필요해진다. 기계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도로 설계되지만, 그 사용자인 사람은 기계 같을 수 없다는 게 중요하다. 사람이 지닌 오류 성향과 편향성, 결핍 등 인간의 약점이라고 생각해온 요소들이 인공지능 시대에는 오히려 사람만의 고유성,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사람의 사고와 판단능력을 모방하기 시작해 어떤 영역에서는 사람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사람보다 뛰어난 기능을 발휘하는 기계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어차피 경쟁이 안 될 영역에서 기계와 경쟁하는 대신,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만의 영역과 속성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