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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의 것은 주권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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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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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국회의원 몇 사람이 법으로 국회의원 연임을 제한하자는 제안에 찬성했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그저 예능으로 그쳤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데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법안을 실제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참에 주권자의 관점에서 이런 발상이 왜 문제인지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아직 법안이 발의되지 않아 이용주 의원이 어떤 근거로 제안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제안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던 터라 그를 토대로 생각해보자. 가장 빈번히 제시된 것은 현역 의원의 교체 필요성이었다. 이런 필요를 담았던 정치용어들은 '젊은 피 수혈', '물갈이', '판갈이' 등 참으로 다양했다. 구시대 정치인들이 아닌 민주주의 정치에 어울리는 대표를 갖고 싶었던 것은 우리나라 주권자들의 오랜 욕구이기도 했다.

그 결과로 지난 30여년간 총선 때마다 평균 2명 중 1명이 초선 의원으로 교체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기준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엄청난 교체율이었다. 정당들이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을 탈락시키기도 하고 유권자들이 투표로 바꾸기도 했다. 그 결과 만족할 만한 국회를 갖게 되었나? 현재를 바꾸길 원한다는 건 다른 미래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바꾸기를 원했던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다양한 대표성을 띤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는 것이 하나의 기대였을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 39살 이하 의원은 3명, 여성 의원은 51명이다. 여전히 우리 국회는 50대 이상 남성 의원들이 압도적이다. 이념과 노선이 다양한 정당들이 경쟁하면서 사회를 폭넓게 대표하기를 원했을 수도 있다. 전직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5개의 원내정당을 갖게 됐지만, 보다시피 매우 불안정하다. 19대 국회까지는 단 2개의 거대정당 간의 경쟁이 주를 이루었다. 변화에 민감하고 능력 있는 국회의원을 원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나은 대표로 국회를 채웠다 평가할지라도, 그것이 현역 의원을 강제로 잘라내서일까, 아니면 주권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기준으로 선택을 했기 때문일까? 기대치를 훨씬 낮추어 부패하지 않고 막말하지 않는 상식적인 국회의원들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대 현역 의원 일부의 몰상식한 행태가 선수 가려 가며 벌어지는가? 이제는 그저 '바꾸자'가 아니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현직 혹은 전직 국회의원들은 세금 들여 훈련시킨 주권자들의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00만을 훌쩍 넘긴 공무원들을 감독하고 400조가 넘는 예산을 따지며 매년 수천 건의 법안 심의를 하는 일은 훈련이 꼭 필요한 일이다. 10년, 15년 수십억원의 세금을 들여 훈련시킨 공적 자산이니만큼, 그에 대한 처분권은 당연히 납세자인 주권자에게 있어야 한다. 현직 의원 가운데 잘못 훈련되었거나 애초부터 문제가 있던 사람도 당연히 있다. 이들 중 알곡을 가려내는 것이야말로 주권자의 권리다. 해고를 하든 재계약을 하든 그건 주권자의 소관이니, 4년 계약직인 국회의원이 '주권자의 것'을 탐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정말 자격 없는 현직 의원 때문에 정치가 걱정된다면, 더 좋은 정치인을 충원하여 훈련시키고 좋은 정책대안을 내놓아 주권자의 선택지를 넓히는 데 노력할 일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표의 자격요건을 별도로 두지 않은 채 '아무나' 할 수 있게 두는 것은, 대표를 결정하는 일이야말로 온전히 주권자에게 속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