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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논란을 이용하려는 포퓰리스트를 경계하십시오 |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에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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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근 수능 절대평가 및 학종 반대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카페에 8월 27일(일요일) 밤 10시경 올렸다가 10분도 안되어 삭제당한 글입니다. 회원자격도 강제 탈퇴 처리 되었습니다.


수능과 학종에 대한 제 입장은 이미 지난 8월 21일(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만든 더미래 연구소 주최 <공정한 입시제도 마련을 위한 교육개혁> 토론회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제 발제문이 수록된 토론회 자료집이 공개되어 있고(http://themirae.org/download/) 결론부를 제외한 내용은 별도로 〈김상곤 수능개편,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 〈학종 개편이 수능 개편보다 먼저다〉, 〈대선 공약 파기 1호, 고교학점제?〉 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 취임 초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나서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제가 직업적 정치인은 아닙니다만 지난 대선에 문재인 캠프에서 교육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했고, 민주당 공식 정책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현재는 민주연구원으로 개칭)의 전직 부원장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재인 대선 캠프의 교육정책단위 구성원 중에는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대선이 끝나고 홀가분하게 야인으로 돌아온 이상, 할 말은 하는 것이 오히려 문재인정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서 나서게 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카페에 들어오게 된 것은 무엇보다 학종 비판이라는 문제의식에 극히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카페의 구성원들에게는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2008년 광우병 쇠고기파동 때를 연상시킵니다. 당시 거리에 쏟아져나온 시민들의 문제의식은 극히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검역 조건을 대폭 완화한 것은 누가 봐도 분노할만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들의 요구가 모두 정당했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20~30개월 이내 살코기 위주로 수입을 제한하는 수준에서 타협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당시 전문가들(TV에 많이 나온 분들이 아닌)의 전반적 의견이기도 했고, 다른 국가들 대비 유사한 수입 조건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그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학·대학원에서 연관된 전공을 한 인연으로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논의를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조언은 아랑곳않고 정부가 사과와 타협책을 내놓았는데도 끝까지 밀어붙인 분들은 결국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이 카페의 주장도 그렇습니다. 문제의식은 지극히 정당하고 공감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주장 전체가 사회적 설득력을 가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학종 초기 입학사정관제 도입될 때부터 비판했습니다. 2009년에 펴낸 저서에서 반대를 명확히 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높이고 부모 영향력을 키우는 전형이라고. 미국의 입학사정관제가 이미 타락한 제도라고. 따라서 학종에 대하여 비판하는 여러분에게 크게 공감하며 지지합니다.

그런데 그 대안이 수능 전형(정시)을 늘리자? 그러면 누가 유리해지나요? 강남과 특목고·자사고가 유리해집니다. 내신 절대평가를 하자? 그러면 누가 유리해지나요? 강남과 특목고·자사고가 유리해집니다. 고교학점제를 하지 말자? 그러면 누가 유리해지나요? 특목고·자사고가 유리해집니다. (물론 이것은 엄밀히 따져보면 교육적 가치에 근거한 판단이 아니라 대입선발의 유불리만 따져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도 교육적 가치에 근거하여 내신 절대평가를 주장합니다. 제 지론입니다. 하지만 대입에서 강남과 특목고 자사고 유리해질까봐 그렇게 못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심정도 이해가 됩니다.)

고교학점제가 일반고에 불리하다는 오해야말로 가장 황당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현행 2011 개정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설명드리면 크게 보통교과와 전문교과로 나뉘고, 보통교과는 다시 기본/일반선택/심화선택 과목으로 나뉩니다. 일반선택과목이란 쉽게 예를 들면 우리가 알고있는 사회·과학 선택과목들이 모두 여기 속한다고 보시면 되고, 심화선택과목은 '고급 물리' 이런 식으로 벌써 명칭부터 특목고·자사고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것들입니다. 현재 일반고에서는 심화선택과목은 꿈도 못꿉니다. 심지어 일반선택과목도 일부만 개설됩니다. 반면 특목고·자사고에서는 일반선택과목을 일반고보다 더 폭넓게 개설하였고 심화선택과목도 상당수 개설해 왔습니다. 즉 고교학점제가 시행되지 않는 지금 현재, 일반고와 특목고·자사고 사이에는 개설된 교과목의 평균 수준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입니다. (내년 고1에 도입되는 2015 교육과정부터는 용어와 분류기준이 변경되는 경우가 있으니 혼란 없으시길)

그런데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면 일반고에서 일반선택과목은 전부 개설되고, 심화선택과목도 일정 부분 개설할 수 있게 됩니다. 즉 고교학점제는 일반고와 특목고·자사고 사이의 격차를 넓히는 게 아니라 좁히는 개혁입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2021년에 외고, 국제고,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새로운 판이 형성되겠습니다만. 그런데 고교학점제가 일반고에 불리한 제도라니요?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은 현재 고등학교 교육과정 체계를 잘 모르시는 분들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판을 음모론이나 정치적 유불리로 해석하는 건 극히 위험한 일임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요새 언론이 학종에 일반고, 지방, 저소득층 비율이 높다는 기사들을 계속 쏟아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주장은 실증자료와 상충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를 반박하는 자료를 내놓으셔야 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만한 아이디어를 발제문에 자세히 설명해 놓았고, 토론자인 우리교육연구소 이현 소장님이 좀더 자세한 자료를 표로 만들어 놓으신 것도 토론문에 있습니다. 첫째로 학종은 불공정성과 별개의 차원에서 너무 여러가지 전형요소들을 반영하기 때문에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 둘째로 학종에서 학생들이 '체감하는' 불공정의 정도는 통계수치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수위가 매우 높다는 것, 그리고 셋째로 입학사정관제(학종)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지역균형선발이나 기회균형전형을 학종으로 편입해서 학종의 일반고 비율을 높인 통계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이런 자료를 활용해서 반박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설득력을 가지고 확산됩니다. 저와 이현 소장님이 여러분에게 매우 중요한 힌트를 드린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현재 공식 직함은 없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관련된 사람이고, 이현 소장님은 오랫동안 스타강사였지만 그 이전에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입니다.(전교조 정책실장을 역임한 이현 선생님과는 동명이인이니 주의하시길) 여러분에게 결정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민주당, 진보 성향 인사가 제공하는 셈입니다.

전교조가 배후에 있다? 전교조는 여러분이 반대하는 수능 절대평가와 내신 상대평가에 찬성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반대하는 고교학점제에는 함께 반대합니다. 학종에도 비판적입니다. 최근 전교조 성명서들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우리와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대선에 내놓은 대입정책이 무엇입니까? '한국형 입학사정관제'입니다. 물론 그 내용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적어도 여러분 주장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안철수 전 대표는 예전부터 대입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당에서 학종에 비판적인 박주현 의원과 학종에 친화적인 오세정 의원 가운데 안철수 전 대표는 오세정 의원에 가깝습니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이 발의한 '정시(수능 전형) 60%' 법안이 통과되면 일반고, 강북, 지방 학생·학부모들이 환영할까요? 정 반대일 것입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여러분의 문제의식은 매우 정당하며 올바릅니다. 저도 지지합니다. 둘째, 하지만 여러분이 내놓는 해법은 공교롭게 대입선발 결과를 기준으로 볼 때 대체로 강남, 특목고·자사고에 유리한 방안입니다. 교육적 가치를 기준으로 볼 때 올바르다 할지라도, 평균적인 국민들이나 정치인의 눈에 그리 흡족한 방안이 아닐 수 있습니다. 셋째, 여러분이 최대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보다 냉정한 판단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도 학부모들이 이익집단으로서 발언하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공성'을 표방하며 제도 자체에 대하여 집단적으로 발언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입니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사건입니다. 이런 점에서 여러분에게 존경의 뜻을 표합니다. 아울러 여러분에게 '조언'을 드리는 정도밖에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죄송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