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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필요한 진짜 이유 |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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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와 더불어 미래에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거라는 예측과 함께 기본소득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기사들이 발행되기도 했는데요. 가까운 미래엔 정말로 인간의 임금노동이 모두 로봇의 노동으로 대체될지,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노동은 어떻게 재구성될 지 상상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몰랐던 사이에 이미 자동화와 로봇화는 산업의 큰 축이 되었고, 그로 인해 사회도 여러 가지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기술과 미래로 이행하는 논의 과정에서 기본소득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디지털사회연구소 강정수 소장님과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기본소득이 기술 변화에 따른 두려움을 없애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거예요. 두려움이 없어야 세상의 변화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그 이후에 뭔가를 헤쳐 나갈 수 있어요." (디지털사회연구소 강정수 소장)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강정수입니다.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이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일을 합니다. 시간강사 일도 하고, 슬로우뉴스의 편집위원이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알파고 대국 이후에 기술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반응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은 기술이 얼마만큼 발전했는지 알기 어렵고, 거기서 오는 예측 불가능성이 이러한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기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 이야기 해야 하는 때가 아닐까 싶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술의 진화에 대한 정확하고 깊은 이해만이 기술의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효과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부정적인 효과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제거할 수도 없어요.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범용 기술이라는 것은 이해하고 있는데요. 이 기술은 한국에서는 아직 넘볼 수 없는 기술이에요. 주로 미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인류의 보편적 진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려고 하는 거죠. 인공지능이 많이 쓰이는 곳은 구글의 검색엔진이라든지, 페이스북 뉴스피드가 있고요. 아마존에서는 선행 배송 시스템이라고 해서 소비자가 사흘 뒤 물건 A를 주문할 가능성이 몇 %인지 계산하고 미리 상품을 준비해요. 이런 방식으로 미국과 유럽에선 당일 배송을 구현하고 있거든요. 한국은 그걸 기술력이 아니라 싼 인건비로 구현한 나라고, 미국이나 유럽 같이 면적이 넓은 나라에서는 기술력, 특히 인공지능이라고 표현되는 부분으로 구현하고 있는 거죠.

돈이 되기 때문에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수 기업이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고 중국도 여기 가세하고 있어요. 대단히 많이 진화하고 있는데, 이 기술을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나눌까? 그러면 좋지 않을까?' 이런 일은 없습니다.

한국 사회가 인공지능에 관해 당장 걱정할 것은 직접적으로 인공지능이 나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이 인공지능이 있는 외국 기업과 경쟁하면서 결국 내가 일할 자리가 사라지는 것. 이런 부분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과거에 중국 기업들이 싼 인건비로 우리나라와 경쟁했잖아요. 중국은 이미 앞서가기 시작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훨씬 더 많이 앞서있고요.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이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을 앞서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우리는 경쟁할 수 없는 거예요. 인건비도 싸고, 거기다 인공지능도 하고, 자동화도 하고, 그걸 못 쫓아가서 우리나라가 망하는 거죠.

그런 식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거지 구글의 인공지능, VR 기기의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곧장 뺏어가는 식이 아니라는 거예요. 시간이 오래 지나면 보편화된 기술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기술의 일시적으로 독점에서 출발합니다. 거기서 경제적 이익을 많이 얻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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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hn Young-joon)

반면에,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고, 인공지능은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거라는 거죠.

진화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에요. 두 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두 명이서 하던 일을 한 명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 이게 자동화죠. 두 번째는 인간이 다른 노동을 하게 만드는 건데요.

과거에 비행기는 6명이 운행했어요. 그게 점차 4명으로 줄었고, 2명으로 줄었습니다. 일부에서는 1명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한국에선 체감을 못 해요. 미국이나 유럽을 보면, 트럭 운전사가 두 명이에요. 5시간 이상 운전할 때는 반드시 운전자 두 명이 타야 해요.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나라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려해도 한 명이 충분히 운전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일자리의 변화를 못 느껴요.

자율 주행 트럭이 상용화 직전까지 갔어요. 그러면 사람이 아예 안타는 게 아니라, 이제 한 명만 타게 됩니다. 트럭 운전자 50%가 사라지겠죠. 그런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가 종사하는 직종이 트럭 운전사예요. 교사보다도 많아요. 이 트럭 운전사가 줄어들면 이들이 가는 레스토랑의 매출도 50%로 줄어들겠죠. 어떤 직종이 완전히 사라진다기보다, 인간 세 명이 하던 일을 두 명이 하게 되는 거죠.

미국 대학 병원 같은 경우에는 약사를 없애고 있어요. 어떤 약은 조금의 지침만 있으면 지을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자동화하는 거죠.

로펌에서도 법률 인공지능을 도입했다고 하는데요. 이 단어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한 거구요. 미국은 모든 판례가 데이터베이스화 되어있어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런 죄목으로, 이런 판례에 근거해 유죄를 받을 확률이 몇 퍼센트, 반대로 무죄 받을 확률은 몇 퍼센트 계산할 수 있는 거죠. 판례는 법률 연구원들이 다 찾아둔 거고요. 이제는 법률 영화에서처럼 판례 찾고서 "빙고! 유레카!" 할 일이 없다는 거예요.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으면 나오니까요. 그렇게 되면 사건 하나도 변호사, 판사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거죠. 변호사나 판사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법조계 종사자 수는 줄어들 겁니다.

또 미국에서는 고빈도매매 업체들이 윗사람들에게 결재를 받아서 주식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판단해서 해요. 팔아야 한다고 판단하면 팔고 사야 한다고 판단하면 삽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그 비율이 주식거래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5%도 안 돼요. 우리나라가 그렇게 주식 거래를 한다면 여의도가 사라질 거예요.

당장 우리나라에도 위협 받을 직종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각 영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해가 중요하다고 하는 거예요. 왜 그들은 인공지능으로, 알고리즘으로 증권 거래를 하겠어요. 그게 돈을 더 많이 벌기 때문이에요. 수익률이 좋고, 인건비가 안 나가니 해고 비용도 덜 들고요. 이런 식으로 기계가 대체하는 거죠. 대체 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겁니다. 오히려 알고리즘을 짜는 사람, 재정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 경제를 이해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기계 언어를 아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매우 고부가가치 속에서 연봉을 수십 억대 받겠죠. 지금도 그렇고요.

각 영역마다 인간이 일할 데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기계의 언어를 이해하면서 능력이 좋은 사람들만 살아남고, 흔히 말하는 직업의 불평등과 부의 불평등이 더 심화되는 거예요. 누군가는 그 기계를 만들고 업데이트를 하고 오류를 수정해야 하니까요.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고연봉으로 살아가겠죠.

일자리가 전환되는 경우가 있죠.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갖다 놓는다는 거죠. 인공지능도 데이터를 먹고 살아요. 보모처럼 떠먹여 줘야 해요. 예를 들면, 우리도 구글 인공지능을 성장시키고 있어요. 아이디와 비밀번호 잃어버리면 보안문자를 입력하라고 하잖아요. 이걸 통해 기계를 학습시키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드라이브 중인 차가 가다가 번호판과 표지판을 인식을 하죠. 항상 깨끗하게 보이지 않아요. 비가 올 수도 있고, 글자가 t인지 j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이 때 우리가 알려주는 거예요. "저건 j야.", "저건 t야." 하면서요. 이런 식으로 전 세계 이용자가 구글의 인공지능을 진화시키고 있는 거예요.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도 마찬가지고요. 모든 경로로 이용자의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인공지능을 학습 시켜주고 있어요.

그런데 이걸 위해 단순 노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유튜브에 포르노가 올라오면 필터링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동화를 해서 1차로 걸렀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사람들이 다 같이 검수해줘야 해요. 아마존에 올라오는 상품평들은 내용이 참 좋아요. 우리는 네이버에 맛집 검색하면 제대로 된 정보를 못 얻죠. 다 돈 받고 쓴 리뷰니까요. 반면에 아마존에서는 돈 안 받고 쓴 리뷰라는 게 티가 나요. 아마존 이용자들이 착해서 그런 게 아니라, 돈 받고 쓴 리뷰들을 골라내서 없애버리기 때문이에요. 그걸 인공지능이 하는 거죠. 그런데 처음부터 인공지능이 했을까요? 사람이 계속 학습시킨 결과고 지금도 띄엄띄엄 사람이 검수해주고 있어요. 2011년을 기준으로 아마존에서 하고 있는 매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란 시스템인데, 이 사람들을 데이터 문지기(data janitor)라고 해요. 시간당 2달러 받고 일하는 이들이 50만명이었습니다. 2011년 기준 50만명이 아마존 인공지능을 학습시켜 준 거죠. 이런 일자리를 긱 경제(gig economy)라고 합니다.

우버의 운전자들은 4대 보험이 안 되잖아요. 휴가 한 달 다녀오면 감점 받고요. 물론 나중에 고치면 되겠지만, 언젠가는 자율 자동차로 대체되겠죠. 한시적인 직종인 거죠. 이런 걸 요즘 말로 부스러기 경제라고 하잖아요. 명확하게 표현하면,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값싼 노동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거예요. 인공지능을 먹여 살리는 일도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고, 이런 점에서 일자리 개수가 줄어들진 않을 거예요. 다만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문제인 거죠.

이제 한국에서도 국비교육으로 빅데이터나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인력을 많이 배출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업계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란 어렵죠. 미국 같은 경우엔 이미 우버 드라이버들의 처우 등이 이슈가 됐었는데요. 이런 불안정 노동자를 보호하는 운동이나 사례가 있을까요?

그런 일자리를 독립 계약직이라고 부르는데, 미국에서는 이들을 위한 인권 변호사도 있어요.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 같은 경우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받겠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고요. 이런 사회 운동이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커질 거라고 봐요. 아마존에서 일하는 분들을 도와주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고요.

가장 큰 문제는 도입부에 이야기한 거예요. '코딩을 배우면 과연 내 일자리가 생길까'. 흔히 말하는 프로그래머, 개발자로서의 일자리는 그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을 겁니다. 개발자로 취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개발자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거든요. 저는 기업도 그렇게 바뀌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가능하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좀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 교양 수준의 코딩 교육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코딩 교육을 하면 로봇과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안 빼앗길 거고 나의 미래는 무조건 장밋빛일 것이다', 이건 넌센스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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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ters / Denis Balibouse)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인공지능에 의한, 비가시화된 부가 소수의 기업에 몰리는 구조인 거잖아요. 최근에 Y콤비네이터도 기본소득 파일럿 실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테크 엘리트들이 기본소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관점이 좀 궁금하거든요.

예를 들자면, 경제는 순환한다잖아요. 경제의 세 주체가 가계, 기업, 정부라는 건 경제학 원론 시간에 고전경제학을 배우면 알 수 있는 내용이죠. 인간은 노동력과 땅과 자본을 기업에 제공하고 기업은 그 대가로서 임금과 지대와 이자를 지급해주죠. 그런데 여기서 노동력을 지급할 이유가 없어지면,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거 아니에요. 이 소득으로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때문에 기업도 먹고살 수 있고, 정부도 세금을 걷고 공공서비스가 이어지는 것인데도요.

임금 소득에 기초한 소비는 사회가 운영되는 기본 원리예요. 그런데 그 원리가 깨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그 사회 속에서는 기업도 의미가 없는 거죠. 사람들이 다 실업하고 일자리가 없는데. 사람들이 행복해야 페이스북에 자랑도 하고, 자랑할 게 있어야 페이스북도 하고. 그래서 테크 노동자들도 생각한 거예요. 자랑할 게 있어야, 소비할 게 있어야 검색이라도 할 거 아니에요. 소비자의 소득이 있고 소비가 있어야 경제가 운용된다는 것을 실리콘밸리에서 인식하기 시작한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 경제가 운용되기 위해서, 계속해서 돈 벌 수 있는 시장 환경이 형성되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거예요.

이제 앞으로는 점점 더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고, 말씀하신 것처럼 개발자의 언어를 얼마나 이해하느냐, 기술에 내가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느냐 여부로 빈부격차가 생겨날 것 같은데요. 반대로 기술을 통해 이 불평등을 해소할 수는 없을까요?

부의 불평등, 계급적 차별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기술은 그 차이를 없애줄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미국이나 유럽에 오픈 에듀케이션 리소스(Open Education Resource)라고 있습니다. OER 운동이라고 하죠. 모든 교육 자료가 위키피디아에 다 있고 웹에서 언제든지 검색 가능하다면, 가난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고급기술을 볼 수 있죠.

그런데 맨날 볼 수 있는 게 지식IN 수준의 질의응답이면,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 가서 몇 개 재미있는 걸 읽을 수는 있어도 그걸 통해서 '아 오늘 나는 많은 걸 읽었다. 링크를 타고 가서 뜻밖의 발견을 하면서 나의 지식이 살찌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다'고 고백할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미국만 봐도 그런 부분이 더 좋아지고 있는 거죠. 지식을 통해 빈부격차 해결에 일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사람들을 선동하지 않는, 선별된 지식들이 위키피디아에 있어요.

심지어 영국 같은 경우에는, 내가 먹는 약을 등록해두면 그 약에 관한 학술 연구나 어떤 부작용이 새롭게 연구되었는지 알림을 줘요. 고급 정보들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고, 내가 지식에 접근할 권리를 높임으로써 내 행위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줍니다.

거인 위에 올라간 난쟁이가 멀리 본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인을 키우는 거예요. 우리 개개인을 키다리 아저씨로 키운다고 하더라도 거인 위에 있는 난쟁이가 보는 것보다 못 보는데,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다 키다리 아저씨를 만들고 있어요. 진정 사회 불평등을 없애고자 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일은 거인을 만드는 겁니다.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그 거인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거예요. 이 노력이 한국 사회에는 대단히 부족하고, 그런 부분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해 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접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럼에도 구글과 페이스북에 다니는 사람은 높은 연봉을 받을 테고 부의 불평등이 있을 순 있겠죠. 완벽하게 부의 불평등이 사라지는 세상은 오지 않을 거라고 봐요. 그런 유토피아로 향하는 길은 거의 무한대로 남아있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전에라도 차별을 해소하는 데 기술이 기여할 바는 많다고 봐요. 예를 들면 독일 녹색당에서 하는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운동이라든지, 지식 공유지(knowledge commons) 운동이라든지, 기본소득 운동도 거기에 관련될 수 있다고 보고요.

소득에 대한 걱정 없이 탱자탱자 놀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미래에 대해 갖는 두려움을 없애주는 게 중요한 거죠. 두려움을 없앨 때, 또 다른 동기부여로 다른 일을 시도할 수 있는 거고. 두려움이 없으니까 6개월 공부하다가 허탕 치더라도 "한번 더 도전해보자" 하고, 10명이 공부를 하겠다고 뛰어들었는데 5명만 살아남고 5명은 "내 취향이 아닌가봐" 해도, 포기하고 딴 거 하면 되죠. 근데 그 시간이 두려운 게 아니에요. 6개월 망치면 인생이 잘못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뭘 해야 할지 선택하지 못 해서 괴로워하고, 죽느냐 사느냐 이런 게 문제인 거죠. 기본소득이 기술 변화에 따른 두려움을 없애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거예요. 두려움이 없어야 세상의 변화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그 이후에 뭔가를 헤쳐 나갈 수 있어요. 그것이 개인에게만 도움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신분당선은 무인 전차예요. 근데 왜 1,2,3,4호선은 무인 전차를 안 할까요? 무인 전차를 주장하면 노조에서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정치인들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하죠. 노조에서도 분명 해선 안 된다고 할 거예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안 할 건가요? 두려움을 없애줘야 해요. 그분들에게 기본소득을 약속해줘야 하는 거고, 교육을 제공해야 해요. 세상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그를 위한 것 하나가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 안정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보장될 때 사회의 변화에 우리는 적응해나갈 수 있고 어쩌면 선도해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런 차원에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기본소득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이런 의도가 더 강했다고 봐요. 그러면서 흔히 말하는 좌파, 진보 운동권에서 이걸 받아들였고요. 독일 같은 경우는 녹색당뿐 아니라 좌파당도 기본소득에 동의하니까요.

기본소득을 바라보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어요. 극단적으로는 실리콘밸리의 테크 엘리트들, 흔히 말하는 갑부들이죠. 또는 핀란드에 있는 우파 정부들도 있고요. 저 같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녹색당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런데 서로 스펙트럼이 다르더라도 하나의 제도를 만들면 다양한 효과가 나올 거라고 봐요. 기본소득이 진보진영에서 생각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실리콘밸리의 갑부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고. 이렇게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게 제 입장이에요. 열린 자세로 기본소득 논의가 되어야 하고, 이념적인 잣대를 내세우면서 '내 기본소득이 진짜고 나머진 가짜다' 이런 아집을 내세우는 자세도 저는 빨리 극복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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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스위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로봇들이 기본소득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REUTERS/ARND WIEGMANN)

그런데 앞서 말씀하신 것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변화들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 권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은데요. 한국은 기술 변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인가요?

거의 없다고 봐야죠. 한국에는 가장 큰 두 가지 문제가 같이 오고 있는 거예요. 하나는 지금까지 성장해왔던 발전국가 모델이 한계에 도달한 거죠. 조선,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산업들이요. 반도체 산업은 예외로 치더라도요.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경제는 똑같은 패턴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수출 유도를 이야기하면서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내용은 똑같아요. 이게 다 망해가는 상황, 중국에 밀리는 상황 때문인 거죠. IT 산업도 어느 정도 있고 게임 수출도 있긴 하지만, 충분히 많지 않다는 거예요. 종사자 수도 적고요.

미국은 체질 개선을 하고 있어요. 2007-2008년 금융 위기 전까진 월스트리트가 미국을 대표하고 있었어요. 요즘 월스트리트에 대해서 많이 듣나요? 아니죠, 실리콘밸리를 듣죠. 8, 90년대만 해도 제너럴모터스, 크라이슬러, 포드를 '빅 3'라고 했어요. 미국은 주력 산업이 바뀐 거예요. 지난 오바마 집권 시기 동안 전통적인 금융 산업과 자동차 산업에서 디지털 경제로 바뀐 겁니다.

우리도 이제는 흔히 말하는 판 갈이를 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이 판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고요. 이런 걸 끌어내지 못하면 새로운 시대는 오지 않는다고 봅니다. 판 갈이도 안 한 구조 내에서 어느 누가 기본소득에 관심이 있겠어요? 포스코? 한전? 현차는요? 노조원들 1억씩 연봉 주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곳에서요? 관심 없어요.

그런데 예를 들면 게임 회사들이나 네이버, 카카오톡 같은 곳에서는 관심이 있겠죠. 새로운 주체가 한국 경제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거예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거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사회계약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저는 새로운 주체가 나오지 않으면 기본소득 논의는 한국 사회에서 힘들 것으로 봐요. 기본적인 경제의 중심 세력을 판 갈이 하는 것. 이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소득을 향해서 가는 과정도 굉장히 스펙터클할 거라고 생각하고 받은 후도 그럴 텐데요. 새로운 사회 계약에 대한 말씀도 하셨잖아요. 저희가 기본소득 운동하면서 많이 이야기하는 게 사회적 신뢰와 개인인데요. 개인의 윤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요. 앞으로 변화할 사회에 앞서 시민들이 가져야 할 윤리나 태도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우리나라에서 불행한 일은, 진보는 진보를 비판하지 않고 보수는 보수를 비판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진보는 진보를, 보수는 보수를 비판할 줄 알아야 자기 혁신이 가능해요. 한국의 진정한 보수는 새누리당을 비판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봐요. 더 중요한 것은 '이렇기 때문에 바꾸자'라고 앞으로 올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거라고 보거든요. 우리가 가야 될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비판하고 성찰하면서 말이죠. 다만 성찰할 때 개인에게 화살을 돌려선 안 되죠. 기준점을 잘 정해주고 모티베이션을, 자극을 어떻게 주느냐의 문제지 한 명을 꾸짖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문제는 왜 개인이 저렇게 문제적인 행동을 하는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다시 되돌아봐야 하는 거죠. '우리가 모티베이션을 잘못 줬구나, 그러니 저 친구가 저렇게 바이러스를 일으키며 다르게 사는 구나. 그럼 우리가 좀 더 모티베이션을 잘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고요.

개인적으론 우려해요. 예를 들면, 정규직이 기본소득 찬성할 것 같으세요? 세금을 더 내야 하잖아요.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1%, 재벌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해요. 저는 동의하고요, 그 아래 9%도 더 내야 해요. 독일이나 스웨덴을 복지국가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곳은 잘 사는 사람들만 세금 내는 게 아니에요. 대학 졸업만 하면 월급의 50%가 세금이에요. 우리나라가 세금을 너무 적게 내는 거예요.

정규직은 실업보험 인상도 원치 않아요. 얼마 전에 노동당이 실업보험 인상하자고 했는데 민주노총에서 거절했잖아요. 자신들은 실업당할 일이 없으니까요. 이것이 소위 기득권이라고 봐요. 재벌도 물론이고, 정규직 노조도 많은 부분은 기득권화 되었다고 보고 있어요. 공무원, 특히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직 공무원들도요. 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논의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주체, 녹색당 같은 곳에 기대가 커요. 민주노총에서 지원금 안 받잖아요. 그런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주체들과 새로운 상상을 하고 새로운 사회 계약을 맺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힘이 세져야 하고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러분 같은 단체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주체가 열어가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