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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트럼프의 시대, 미국 장애인들은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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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석상에서 장애인 조롱으로 논란 빚었던 트럼프
장애 감수성 낮고 보수적 성향으로 美 장애인들 '두렵다'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 여성, 유색인종, 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반인권적 언행으로 끝없는 논란을 낳았던 트럼프의 당선에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됨에 따라, 미 장애계도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2015년 11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장애인 리포터를 공식 석상에서 흉내 내며 조롱하거나,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해 장애인에 대한 반인권적 시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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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선 당선자가 후보시절 유세장에서 장애인 리포터를 흉내내며 조롱하는 모습. (cnn 뉴스 화면 갈무리)


장애인을 흉내 내며 조롱했다는 논란이 일자, 트럼프는 자기 소유 호텔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하느라 일 년에 수백만 달러를 쓴다며, 장애인에 대한 '배려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벤 왈쉬 미국 허핑턴포스트 리포터는 "트럼프가 썼다는 수백만 달러의 비용은 법, 즉 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준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9년 동안 트럼프 소유 부동산은 ADA 위반 소송을 여덟 번 당했다. 여덟 개 소송 중 하나에 변호인으로 참여한 에밀리 먼슨 변호사는 미국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분명 장애인을 아프거나 동정이 필요한 사람으로 봤지 지역사회에서 어우러져 살 권리가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뉴스 채널 MSNBC 리포터 아이린 카먼(Irin Carmon)은 "26년 전, 공화당 대통령(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가 동의한 ADA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과거의 일이다"라며 공화당 소속 트럼프 당선자가 ADA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카먼은 "장애인 관련 이슈는 늘 초당적 관심사였다. 하지만 트럼프의 시대가 오자 ADA와 같은 (장애인 관련) 법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일부 공화당원들 내에서 커져감에 따라 많은 활동가가 '시대가 변했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당시 한 정책 자문 단체가 각 후보에게 장애인 정책 공약에 대한 설문지를 보냈다.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샌더스와 클린턴은 물론, 공화당 후보였던 부시, 카슨, 케이식도 모두 회신을 했지만, 트럼프 당시 공화당 경선 후보만 회신하지 않았다. 공화당 후보 선정 이후 만들어진 대선 캠페인 홈페이지 '이슈' 부문에서도 장애인 정책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가 당선되자 장애인 당사자들의 우려도 커졌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오바마 정부의 장애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아리 니이먼(Ari Ne'eman) 자폐인 자조 네트워크(Autistic Self Advocacy Network) 회장은 미국 인터넷 뉴스사이트인 복스(Vox)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의 정책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니이먼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메디케이드(Medicaid, 장애인과 노인 대상 의료보험 체계)를 비롯한 장애인 관련 정책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980년대에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연방 장애인 정책들을 축소하려고 시도했고, 이를 장애계 활동가들이 성공적으로 막아냈듯이, 지금 우리 세대가 이와 같은 일을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당선 확정 이후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미국인'의 범주에 여성, 이주민, 성 소수자, 그리고 장애인이 모두 포함될 수 있을지, 적잖은 이들이 걱정하고 있다.

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 이 글은 <비마이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