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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이재명 시장실 불법 점거?' 진실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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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A/S] 성남 장애인콜택시 요금 인상안 오해 털기

이재명 성남시장이 장애인콜택시 요금을 11월 1일부터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장애인들과 마찰을 빚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성남시는 기존 10km 이내 기본요금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10km 초과요금은 기존 5km당 100원에서 144m당 50원으로 대폭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성남시는 외지에서 온 장거리 이용자들 때문에 성남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을요금 인상의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기장차연)는 요금 인상에 반발해 시행을 하루 앞둔 10월 31일 오후 2시 시장실을 항의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두고 SNS에서는 장애인들이 '막무가내식 행패', '불법행위'를 한다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전한 비마이너 기사(▶️이재명 시장, 장애인콜택시 요금 인상 반대 장애인들 쫓아내)에도 이재명 시장을 부당하게 헐뜯는다며 비난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달렸습니다. 심지어 비마이너를 새누리당과 한패로 모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반응을 보며 그날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구나 싶었습니다. 성남시도 1일 '성남시가 장애인단체 퇴거?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상황을 전달하느라 애쓰는 마당에, 저희도 A/S 차원에서 비마이너 기사와 SNS에 달린 반응에 답변하기로 했습니다. 독자 분들께서 장애인콜택시 요금 인상안과 이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오해를 털어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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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면담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장애인콜택시 요금 인상안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다.

Q. 성남시의 장애인콜택시 요금이 얼마나 오르는 것인가?

A. 실제 사례로 말씀드리지요. 성남시 상대원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장애인 A씨는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데, 인상 전 요금으로는 1600원이었지만, 인상 후 요금으로는 약 1만 5000원을 내야합니다. 한번에 무려 10배가 인상된 것입니다.

Q. 장애인콜택시도 일종의 택시인데, 요금을 인상해도 택시보다 더 싸지 않나?

A. 장애인콜택시는 그냥 택시가 아닌 법으로 정한 '특별교통수단'입니다.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은 장애인에게 있어 대중교통을 대체하는 수단이지요. 경기도의 시내 저상버스 도입률은 9.79%(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2016년 7월 말 기준)에 불과하고, 저상버스가 없는 노선이 54개 중 46개인 성남시도 이 문제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이 때문에 '경기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에 관한 조례' 20조의3에서는 장애인콜택시 이용요금을 일반시내버스 요금 수준으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요금이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장애인들은 장거리를 이용하기 부담스러워집니다. 기본요금 1500원도 비장애인이 내는 시내버스 요금보다 높은 수준이고요. 이는 특별교통수단의 도입취지와 어긋납니다.

Q. 외지인들 때문에 성남시 장애인들이 피해를 본다는데, 성남 장애인콜택시를 성남시민들 위주로 운영하도록 한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A. 2015년 성남 사회조사를 보면 직장 또는 학교로 통근, 통학하는 시민 중 절반가량인 45.9%는 성남시 밖으로 나갑니다. 28.1%는 서울로, 14.7%는 경기도 다른 시군입니다. 올해 성남시의 전체 콜택시 이용자 4만 3035명 중 시외 이용자는 6754명으로, 7명 중 1명꼴로 시외로 나갑니다. 시외 이용자 중 53%, 약 3500명은 성남 시민이고요. 성남 시민들은 성남뿐 아니라 수도권이 자신의 생활권인 것입니다. 비장애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유롭게 광역을 돌아다니는데, 왜 장애인들은 제약을 받아야 할까요?

또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16조 5항에서는 교통약자의 거주지를 이유로 특별교통수단 이용을 막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의 이용 자격이 지자체 주민으로 한정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즉 '외지인' 이용을 제한할 용도로 요금을 올리는 것은 이 조항의 취지와 어긋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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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차연 활동가가 이재명 시장이 떠난 시장실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Q. 일반 택시요금도 시외로 나가면 할증 붙는데, 장거리 요금 인상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 아닙니까?

A. 이번 인상안에 따르면, 성남시의 남쪽 끝인 분당구 구미동에서 북쪽 끝인 수정구 복정동(17.0km)까지는 기존 1400원에서 3950원, 성남시청에서 서울시청(27.6km) 까지는 기존 1600원에서 7650원으로 크게 올랐습니다. 성남에서 평택까지 시외버스 요금도 4400원에 불과한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Q. 경기장차연은 요금 인상이 아니라 장애인콜택시 대수를 늘려 2-3시간 이상 걸리는 배차간격 문제를 해소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운 성남시가 할 수 있는 게 요금 인상 말고는 없지 않나?

A.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 지난 2014년 7월 광역버스 좌석화로 인해 그동안 입석으로 버스를 이용하던 시민들이 출퇴근 시간에 버스를 타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일이 있었죠. 그때 정부가 광역버스 수요를 줄이기 위해 요금을 올리겠다고 했었나요? 오히려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2층 광역버스를 도입하고 노선을 늘렸습니다. 이렇게 수도권 비장애인에게 광역버스가 중요하다면, 수도권 장애인에게도 광역버스 노릇을 하는 장애인콜택시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성남시는 현재 장애인콜택시 42대를 운영하고, 그 중 10대 가량은 시외 이동에 투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요금을 인상해 10대 중 일부를 시내 이용에 투입하게 되더라도 2~3시간 이상 걸리는 대기 시간이 한 시간 내외로 줄지는 않습니다. 시외 이동을 하는 장애인들 탓을 하기에 앞서서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증차 등 대안을 먼저 내놓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Q. 이재명 시장이 이미 장애인정책을 잘하고 있는데, 장애인들은 왜 못하는 곳이 아닌 잘하는 곳에서 이러나?

A. 이재명 시장과 성남시가 내세우는 구호가 있습니다. "성남이 하면 대한민국 표준이 됩니다" 하지만 이번 요금 인상 결정은 대한민국 복지를 선도하던 성남시답지 않았습니다. 성남시는 요금 인상의 근거로 성남시보다 못한 지자체가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부천시 요금 기준으로 성남시-여의도 성모병원 이동 시 8000원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성남시의 요금인상 기준에 따르면 성남시 요금이 부천보다 더 많이 나옵니다. 결국 이번 인상안은 성남시가 앞장서서 장애인복지 평균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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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차연 활동가가 시장실에서 성남시 공무원에 의해 끌려 나오는 모습.

Q. 요금 인상안 시행 하루 전에 이를 취소하라며 시장실을 '불법 점거'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

A. 경기도와 경기장차연은 도내 장애인콜택시를 2018년까지 법정대수의 200%를 도입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를 위해 시내버스 수준 요금, 광역 이동, 24시간 운영, 즉시 콜 등 4개 조건을 만족하는 31개 시·군에 장애인콜택시 운영비 10%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고요.

경기장차연이 면담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이재명 시장과 공무원들에게 수차례 이야기하자, 성남시 측은 그 자리에서 경기도와 연락해 경기도 측 방침을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면담 중 이재명 시장이 잠시 요금 인상 보류를 언급했던 것도 이러한 방침을 추가로 고려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요금 인상 하루 전의 '점거'를 문제 삼기 이전에, 법적 기준과 경기도 정책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인상안을 밀어붙인 성남시의 태도가 문제이지 않을까요?

Q. 면담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이재명 시장에게 "성남 장애인단체가 시청 돈 받아먹고 일을 안 한다", "시청이 장애인단체끼리 싸움을 붙인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은 근거 없는 비방이 아닌가?

A. 경기장차연과 이재명 시장은 면담에서 우여곡절 끝에 요금인상 보류, 증차 추후 논의라는 잠정적인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역 장애인단체 대표가 면담 자리에 들어와 "경기장차연이 왜 성남시 내부의 일에 참견하냐"고 따지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언쟁이 붙은 것입니다. 위 발언도 이 때 나온 것이구요.

이재명 시장 입장에선 이재정 교육감과 미리 약속된 일정도 취소하면서 진행한 면담에서 이런 말을 들었으니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콜택시 장거리 이용을 큰 죄라도 되는 양 몰아붙이는 성남시 정책으로 인해 장애인들은 기본적인 생존권인 이동권이 침해받고 있습니다. 평소 '소통'과 '포용'을 강조하시는 이재명 시장님이 리더십을 발휘해 이날 격한 상황을 잘 마무리 지을 수는 없었을까요? 시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는 시민들을 향해 무조건 '형사고발'을 앞세우는 것은 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이재명 시장님의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Q. 혹시 이재명 시장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려는 국정원 공작 아닌가?

A. 저희도 국정원이 무섭습니다.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 이 글은 <비마이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