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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정신박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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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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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정국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국정파괴 사태를 직면하면서 우리는 '박근혜는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박근혜는 정신박약자', '최순실 일당의 포로'라는 식의 주장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우선 이 주장의 진원지는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김형태 씨가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였다. (▶해당기사 : "정신 파괴된 박근혜, 폭주가 두렵다") 인터뷰의 요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지켜본 박근혜가 20대부터 엄청난 불안과 의존 심리를 갖게 되었고, 오랜 은둔생활로 인해 최측근 몇 명을 빼고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상태였으며, 최 씨 일가와 보수세력이 그 점을 이용해 박근혜를 포로로 삼아 초법적인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인식은 지난해 4월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데(▶해당기사 : "박근혜는 연산군...대통령 하기 싫다"), 이 인터뷰는 마치 지금 사태를 예언한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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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초 녹화 사과 중인 박근혜 대통령 (YTN 영상 갈무리)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의 이런 분석은 그저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 수준에서 공유될 뿐이었지만, 최순실-박근혜의 관계를 드러내는 여러 증거가 드러난 상황에선 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의 통치 스타일은 일반적인 정치정세 분석 방식으로는 도무지 해명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개인의 심리적이고 종교적인 맥락들이 결부되자 모든 것이 명쾌하게 설명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접근하니 비로소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 준다', '혼이 비정상' 어쩌구 하는 언어 수준도 얼마간 이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태형 씨의 분석이 정황상 설득력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의 접근 방식은 그다지 엄밀하다고 볼 수 없으며, 또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사실 박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 국면마다 해외 순방을 갔다. 알고 보면, 누군가 내보낸 것 아닐까? 박 대통령 멘탈이 약해서 감당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일의 수습 차원에서 말이다. 뭐,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에게 '가라'고 하면 가야지."와 같은 추측성 발언들을 막 쏟아낸다. 그리고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문도 최순실이 써줬을 거라고 단정 짓는다(현재로선 우병우 민정수석이 썼을 것이란 보도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학적 분석이라기보다는 심리학자의 '감'으로 막 던지는 식이다.

그리고 더 위험한 것은 그가 박근혜를 '정신박약'이라는 반인권적 표현으로 정의내리면서,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일례로 그가 진행하는 한 팟캐스트 방송의 지난 24일 방송분 제목은 「최순실은 하야하고 박근혜는 입원하라」였다. 언론에 드러난 그의 프로필로 봐서는 정신과 전문의도 아닌 것 같은데 (정신과) 입원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입에 올린다. 정신질환자 입원은 자칫 당사자의 결정권과 충돌해 인권을 훼손할 우려가 큰 매우 민감한 쟁점인데 말이다.

게다가 김태형 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과 진료 기록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부터 벌써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능력치로 감당이 안 되는 일을 맡아 패닉상태일거라 말했지만, 누가 알겠는가. 잠깐 스트레스 받고 돌아와 윤전추랑 헬스하고, 최순실이 만들어다 준 옷 입고 기분 풀고 있을지도?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런 건 국민들이 알 바도 아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우리나라 지배계급 인사 중에서 서민들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한 정서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영화 <베테랑>에서 드러난 재벌가의 생활상이 그저 픽션이 아니란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에서 김용철 변호사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집에 틀어박혀 있기를 좋아해서, 회사로 출근하는 일이 거의 없다. 삼성에서 근무하는 7년 동안, 이건희가 출근한 것을 딱 두 번 봤다", "그의 생활 습관은 몹시 독특한데, 주로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미리 녹화해 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며칠씩 계속 보기도 한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는 그는 자기 몸으로 이것저것 시험하는 일도 좋아한다. 이를테면, 밥을 안 먹고 얼마나 버티는지를 시험하는 식이다."라고 회장님의 사생활을 증언했다. 우리 같은 서민이나 이렇게 살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것이지, 그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더라도, 그런 것까지 우리가 걱정해줘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수십년 간 '퍼스트 레이디'의 삶이 몸에 베어 있을 박근혜를 '포로'라고 부르며 '구출'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건 적절한 것인가? 이는 "국민들만큼이나 대통령도 피해자"라는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과 유사한 주장이다. 혹여나 나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탄핵되거나 하야했을 때, 이런 주장이 '박근혜 동정론'에 이용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말하기 방식과 태도, 통치 스타일에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야 하는가. 우리의 심리학적 분석은 박근혜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지배계급 일반에게로 향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전여옥의 어록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여옥은 박근혜가 자기 참모들에게 자주 "내가 꼭 말로 해야 알아들어요?"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이게 전형적인 비민주적 태도라고 일갈했다. 그런데 이게 꼭 박근혜 만의 태도인가? <박정희 평전>이라는 책을 통해 박정희의 일생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기도 했던 정치학자 전인권은 예전에 다른 저작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양반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경멸하기까지 한다. 물건을 살 때도 "두서너 개만 주시오."라고 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신분이 높은 사람의 태도였다. 그래서 아랫사람들은 눈치코치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남자의 탄생> 中)

대한민국에서 '을'로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법한 이야기다. 직장과 학교 등에서 우리는 종종 "꼭 일일이 말을 해야 알아들어?", "좀 알아서 재깍재깍 움직여라"라는 식의 말을 듣곤 한다.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 지배계급 고유의 화법이다. 다시 이건희를 보자. 김용철 변호사는 "이건희는 "내가 출근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라고 스스로 말한다. 그래서 계열사 경영현황, 분기별 손익 등 주요 서류가 전부 이건희의 집으로 전달됐다. 이런 서류에 이건희의 결재란은 따로 없다. 이건희의 결정은 도장이 아니라 말로 전달된다. 이건희의 구두 지시를 받기 위해 이학수와 김인주가 이건희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라고 전한다. 가장 '선진적'인 '초일류'기업이라는 삼성의 서류에 결재란이 따로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거야 말로 유체이탈 화법의 원조격이다. 결재란에 이건희의 도장이 찍혀있으면 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건희가 책임져야 하지만, 이 경우는 구두 지시를 똑바로 이행하지 못한 아랫것들의 잘못이 될 뿐이다. 이게 바로 '꼬리 자르기'의 시작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던 것은 국가기구에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상식과 합리성이 부재했다는 점이다. 뜬금없는 정책을 남발하고, 문제가 생기면 유체이탈 화법으로 책임을 전가하거나, 궁지에 몰리면 '안보' 타령만 해대는 모습에서 우리는 심각한 소통 불가능성을 느껴왔다. 그런데 이게 단지 박근혜 개인의 심리적/정신적 문제, 젊었을 때 겪은 트라우마의 문제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걸 굳이 질환이라고 말하려면 대한민국 지배계급의 보편적인 질환, 아니 그들의 고약한 버르장머리라고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개 민간인에게 국민이 선거를 통해 위임해준 권력을 맘대로 넘겨주곤 국정을 파괴시켰고, 국민의 혈세를 탕진하고 온갖 비리를 양산케 한 주범이다. 그녀의 수준 낮은 언어구사능력 또한 정신이 박약한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농락당했기에 출현한 무엇이 아니라, 지배계급이 구사하는 비민주적 언어구사의 (매우 특수한) 한 유형일 뿐이다. 이를 이유로 우리가 그녀를 패닉상태(실제 그런지 아닌지도 알 수 없지만)로부터 구출해줘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구출이 필요하고 그녀를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시키는 게 정녕 필요하다면, 그 재활의 실천 장소는 오직 감옥이다.

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 이 글은 <비마이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