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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정의 쓰레기통. 우리의 정신건강은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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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 파업 돌입, 실사용자 '서울시'는 어디에?
직원 전원 비정규직, 그런데 서울시민 정신건강 책임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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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서울시 정신보건지부 파업 7일째인 11일, 보건의료노조는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시 정신보건지부 조합원들은 이날 분홍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참석했다.

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종사자 300여 명이 지난 5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올해 2월 노동조합 설립 후 서울시를 상대로 6개월에 걸쳐 임금 및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마지막 쟁의 조정 기일인 4일까지도 결국 교섭이 체결되지 못하면서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파업 7일째인 11일, 보건의료노조는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서울 정신건강증진센터 노동 현장의 열악함을 알리고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의 공공성 강화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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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는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서울의 정신건강증진센터 실태로 본 지역정신건강증진센터의 공공성 강화를 주제로 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김성우 보건의료노조 서울시 정신보건지부 지부장은 자신들이 "감정의 쓰레기통" 같다고 했다. 정신질환자들과의 상담 진행 시, 어떠한 방어벽 없이 그들의 욕설과 폭언, 폭행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종사자 대부분이 여성인 상황에서 내담자에 의한 인신공격, 성희롱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종사자들은 정신보건센터 일을 3D(dirty, difficult, dangerous)라고 한다. 방문 상담 시 오물·대소변·깨진 술병·혈흔·썩은 음식물과 빨래 등을 마주해야 하고(dirty), 권한은 없고 책임만 요구받아 어려우며(difficult), 자·타해 위험성 있는 대상자를 어떠한 보호 장치 없이 만나야 하기(dangerous) 때문이다. 종사자들이 '우리의 정신건강은 누가 책임지는가'라고 묻는 이유다. 타인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이 직업을 택했는데 되레 자신의 마음과 정신이 병드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용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는 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가장 큰 이유다. 현재 서울시엔 광역형 센터 2곳을 포함해 27개 센터가 있다. 그런데 광역형 센터 일부 상근자를 제외한 25개 자치구 센터 직원 전원이 다 비정규직이다. 민간위탁의 경우, 근로계약을 센터장과 맺기도 한다. 보건소 직영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상황이 더 좋은 건 아니다. 지자체가 독단적으로 근로조건과 임금을 낮추기 때문이다. 노원의 경우엔, 10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이 이뤄지기도 했다. 직영으로 계약했다가 민간위탁 주고, 또다시 직영으로 계약하기도 한다. 위탁업체가 바뀔 때마다 종사자들은 다시 면접 보고 퇴사 후 재입사해야 했다. 평균 재직 기간도 짧을 수밖에 없다. 1995년 강남구에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처음 생긴 이래로 지역정신건강증진센터는 20년의 역사를 지나왔지만, 정작 종사자의 평균 근속 기간은 3.9년에 불과하다. 동종업계 평균 근속 기간 5.8년보다 턱없이 짧다.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5월, 정신보건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역할은 확대됐다. 개정으로 법 이름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고 현재의 정신건강증진센터도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이름이 바뀐다. 탈원화 추세에 맞게 지역사회 복지가 중시되는 거다. 따라서 노조는 이런 흐름에 맞춰 센터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고 인력확충, 업무 및 노동환경 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정신건강증진사업 운영방안을 확립할 것 등을 서울시와 기초지자체에 요구하고 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전에 근무하던 센터에서 계산해보니 종사자 1명이 100명을 사례 관리하고 1년에 65건 응급출동을 한다. 응급출동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한 번 나가면 온종일 걸린다."면서 "1년에 센터를 이용하는 주민이 2만 6천 명 정도인데, 센터 근무자 열 명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건가"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 내 광역센터를 제외한 25개 자치구 센터 평균 근무 인력은 12명이다.

백 교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총 주민이 7만 명인데 백 명의 직원이 서비스한다. 이중 전문의만 25명이다. 양적 투입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며 인력 확충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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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토론회에 참석한 보건의료노조 서울시 정신보건지부 조합원들. 의자가 가득 차 바닥에 앉아있다.

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임금수준도, 고용안정성도 최악

지난 8월, 서울시 주요 사회서비스 영역 민간위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정신건강증진센터(37.8점)는 노인종합복지관(45.8점) 노동자와 함께 직장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특히 정신건강증진센터(37.2점)는 노인종합복지관(24.8점)과 함께 직장생활만족도 12개 영역 중 고용불안정성이 매우 낮게 조사됐다. 임금수준도 정신건강증진센터는 28.8점으로 가장 낮았다.

임금과 관련해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다양한 방향에서 고민해볼 것을 제안했다. 꼭 호봉제를 고집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숙련급제로 바꿔서 요구할 수도 있다. 정신보건전문요원이 되려면 2~3년의 수련 과정이 필요한데 그만큼 수련한 보상의 대가가 필요하지 않으냐"라고 되물었다.

'사용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는 것도 이번 문제를 풀어가는 주요 열쇠다. 김 연구위원은 "계약상으로 보면 센터장이 사용자일 수 있으나 센터장은 아무 권한도 없고 예산 결정권도 없다"면서 실질적인 사용자는 서울시와 자치구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참고할 수 있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바로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와 서울시 상수도 검침교체원이다. 120다산콜센터의 경우, 지난 9월 조례를 만들어 서울시가 출연한 재단을 통해 상담자 444명을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서울시 상수도 검침교체원도 올해 8월 430여 명을 서울시설공단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도의 지속성을 위해선 역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따라서 김 연구위원은 "국회를 통해 법을 개정해서 직영화 모델을 연구해야 한다"면서 "오늘이 전국의 244개 지자체 정신건강증진센터 모델을 만드는 바로미터가 되는 첫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이날 토론회에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실제 사용자'인 서울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나영명 한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서울시가 안 나온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면서 "서울시가 협치의 모델을 제대로 추구한다면 정신건강증진센터, 노동조합, 서울시, 자치구가 참여하는 협의 틀을 만들어서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서울시의 책임 있는 참여를 촉구했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 이 글은 <비마이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