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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시간 동안 손발 묶어놓는 게 치료? 그렇게 사람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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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아무도 모른다-정신병원의 비밀' 편. 27세의 청년이 정신병원 격리실에서 사지가 강박되어 있는 모습이 병원 CCTV 화면에 잡혔다.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갈무리.

지난 23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한 정신병원에서 35시간 동안 사지가 묶여 강박 되었다가 끝내 사망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27세의 청년은 알코올 의존증으로 병원에 강제입원되어 있던 차였다. 격리실에서 강박된 지 35시간이 지날 때쯤, 그는 묶여있던 왼쪽 팔의 강박끈을 그 스스로 간신히 풀었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그는 35시간 만에 체위를 변경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그는 갑자기 숨을 헐떡인다. 의료진은 그를 인근 병원으로 황급히 이송했지만 곧 사망했다.

정신병원 주치의는 청년의 사망원인이 알코올 때문이라고 했다.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그가 병원에서 이용하는 고농도 합성 알코올 솜을 짜서 몰래 흡입한 결과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SBS 취재에서 전문의들은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35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있다가 갑자기 움직일 때 일어날 수 있는 폐혈전 색전증이 사망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강박하게 되면 통상 2~4시간마다 강박 부위를 풀어줘야 한다. 그러나 그는 35시간 동안 식사조차 제공받지 못했으며, 의료진은 장시간 동안 사지가 결박되어 있는 그의 체위를 변경해주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주치의는 사망 직전 단 한 번 나타났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이 병원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사실 정신병원에서 격리·강박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정신보건법 46조엔 자·타해 위험이 있고 치료 목적에 한해 격리·강박을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격리 및 강박 지침'을 마련하고 있지만, 적용기준, 허용 가능한 시간, 절차, 기록 의무 등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장시간 동안 부당하게 격리·강박이 이뤄졌고, 격리·강박 과정에서 폭언·폭행, 강제 약물투어, 기저귀 착용 등 존엄을 훼손하며, 격리실 철창과 용변처리 등 열악한 환경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격리·강박 방식에서도 의료진과 직원의 80%가 약물 등 화학적 강박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환자의 38.3%는 격리·강박이 과도하고 빈번하게 시행된다고 응답했다. 강제입원 비율이 높은 한국 정신보건 특성상, 정신병원에선 강제입원으로 들어온 환자를 쉽게 제압하기 위해 관성적으로 격리·강박을 시행하고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된 정신병원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망은 돌발적이고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다. 현재 진행형이고, 이것은 정신병원의 기이한 구조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이에 27일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금·통제·처벌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격리·강박을 당장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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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후 27일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이정하 씨도 8번의 강제입원 중 7번이나 격리·강박을 당했다. 이 씨는 "그것은 고문과도 같은 학대"였다고 말했다. 사실 격리·강박만이 문제가 아니다. 격리·강박은 정신병원이 품고 있는 숱한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씨 또한 병원에서 죽어서 나간 사람도 보았다고 밝혔다.

"내가 입원한 뒤 2주 후, 병원에선 한 환자가 죽어서 나갔다. 강화도 한 정신병원에서도 '코끼리주사' 맞고 24시간 만에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사망 사건은 내부고발자, 혹은 사람의 죽음을 기억하는 나 같은 생존자에 의해서만 외부에 알려진다. 의사는 은폐하고 병원은 감춘다. 환자가 죽어 나갔지만 병원은 증축해서 잘살고 있다. 단 한 명의 의사도 처벌받지 않았다. 외곽으로 갈수록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정현석 씨는 "죄인이 아니면 묶지 말아야 하고 감옥이 아니면 쇠창살이 없어야 하고, 사람이면 주먹이 아니라 의술로 다스려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어기는 곳이 정신병원 폐쇄병동이다."라면서 "이 땅 위에 살아 숨 쉬는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준다면 이런 일은 안 일어날 것이다. 우리를 개·돼지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분함을 토했다.

지난해엔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강제입원, 장기입원이 이슈화되면서 올해 5월, 마침내 정신보건법이 전부개정됐다. 그러나 전부개정안에도 강제입원, 장기입원이 '완화'되었을 뿐,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에 의한 행정입원 문제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김락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는 "정신장애인은 자·타해 위협이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병원에 감금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자·타해 위험에 노출되는 이들이 바로 감금당하는 사람들, 정신장애인이다."면서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알고 이를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조차 이에 대한 방안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치료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격리·강박을 당장 멈추고, '35시간 강박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수사와 엄격한 처벌을 촉구했다. 또한, 복지부엔 폐쇄적인 정신병원 운영을 즉각 중단할 것과 정신장애인이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포스트 시설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 이 글은 <비마이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