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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결선투표를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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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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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던진 화두(話頭): 대선 결선투표제

이번 4.13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38석을 얻어, 20년만의 3당 정립(鼎立) 구도를 만들어내는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안철수 의원이,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러한 주장을 하며 안철수 의원은, 헌법학자들의 주류적 입장과는 달리, 대선 결선투표를 도입하기 위해서 굳이 헌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여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 자신이 현재 내년 대선의 유력 후보 중의 한 명인데다가, 안 의원의 주장처럼 대선 결선투표가 헌법 개정 없이 법률 개정만으로 충분하다면, 이번 총선을 비롯하여 선거 때마다 지겹게 반복되는 정치공학적 단일화 논란을 피하고, 건설적인(?) 경쟁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 모처의 권유를 받아, 이번에는 대선 결선투표제의 도입에 관한 글을 한 번 써보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대선 결선투표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의 도입을 위해서는 정말 개헌이 필요한지 여부, 또한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해외의 사례는 어떠한지 등에 관하여 살펴 볼 예정이다.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필자는 트위터리안(이라 쓰고 트잉여라 읽는다, 쿨럭;)과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꽤 오랫동안 안철수 의원의 팬을 자처하여 온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글은 대선 결선투표제의 도입이 헌법의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논거를 주로 제시하게 되는, 투명하게 편파적인 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 물론 이 글의 필자는, 팬과 대중 스타의 관계가 대개 그러하겠지만, 안철수 의원의 지인이 아니고, 이 글 역시 안철수 의원의 뜻과는 완전히 무관하게 쓰여졌음도 밝힌다.

2. 대선 결선투표제란 무엇인가?

공자님께서는, "나라를 맡게 되시면 무엇부터 시작하시겠냐"는 취지의 제자의 질문에 대하여,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르게 부르기"부터 하시겠다고 한 일이 있다고 한다. 중국사 연구자인 리영희 교수에 의하면, 이는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사물의 명칭을 그 본질에 맞게 부르기" 정도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한다. 감히 공자님의 문자와 리영희 교수의 이에 대한 해석을 들먹여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대선 결선투표 역시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정리하고 넘어가야 논의가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제1위 후보와 그 다음으로 표를 많이 얻은 후보, 즉 차점자, 그러니까 제2위 후보만을 대상으로 하여 다시 한 번 투표를 하여 대통령을 뽑는 제도이다."

대선 결선투표제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한 유권자들의 표를 집계하였을 때, 과반수(過半數, 즉 절반을 넘는 표수)를 획득한 후보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에는, 후보자들 중에서 (과반수는 아니지만) 가장 많이 표를 얻은 후보, 즉 제1위 후보와 그 다음으로 표를 많이 얻은 후보, 즉 차점자, 그러니까 제2위 후보만을 대상으로 하여 다시 한 번 투표를 하여 대통령을 뽑는 제도이다.

여기서 첫번째 질문, 그렇다면,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대통령선거를 반드시 두 번씩 번거롭게 하여야만 할까?

아니다.

위의 대선 결선투표제의 개념에서 살펴 보았듯이, 대선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더라도, 두 번째 투표인 결선투표를 실제로 하게 되는 경우는, 첫번째 투표에서 투표한 유권자들의 표의 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나오지 않는 경우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더라도, 만약에 첫번째 라운드의 선거에서 후보들 중에 투표자들로부터 과반수의 표를 얻는 후보가 나온다면, 굳이 두 번째 라운드의 결선투표를 할 필요 없이 첫 번째 라운드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가 그러하듯이) 대통령이 정해지게 된다. 실제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나라 가운데 이란의 경우, 직전의 대선이던 지난 2013년 대선에서, 현재의 대통령인 하산 로하니 후보가 난립한 후보들 중에 과반수인 50.88%를 득표하여 결선투표 없이 바로 대통령이 된 예가 있다.

3.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어떤 장점들이 있을까?

그러면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안철수 의원 같은 사람들은 어떤 장점이 있기 때문에 대선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자고 하는 것일까?

첫째, 대통령이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선출직 공직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확실하게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 결선투표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민주공화국인 우리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일 뿐만 아니라 국가원수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며, 60만 대군으로 일컬어지는 국군의 통수권을 지니고 있는 막강한 자리이다. 이러한 대통령을 뽑을 때 민주주의의 기본적 원칙인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국민들의 지지를 제대로 받는(다시 말해 유권자의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을 골라낼 수 있게끔 하여 두어야 국가도 발전하고 국민들의 삶도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당연한 전제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 민주화를 이룬 다음에 치러진 여섯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다음과 같이 불행하게도, 지난 2012년 대선을 제외하고는(이 당시 야권 단일후보가 얼마나 경쟁력이 없었으면, 다른 사람도 아닌 유신 공주에게 민주화 이후 유권자들이 최초로 과반수의 지지를 보냈는지 참으로 어처구니가없다 할 것이다),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한 번도 나온 일이 없었다. (굵은 글씨로 강조한 것이 당선된 후보와 그 득표율이며, 아래 통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역대선거 개표결과에서 조사한 것이다.)

1987년 대통령 선거: 노태우(민주정의당) 36.64%, 김영삼(통일민주당) 28.03%, 김대중(평화민주당) 27.04%, 김종필(신민주공화당) 8.06%

1992년 대통령 선거: 김영삼(민주자유당) 41.96%, 김대중(민주당), 33.82%, 정주영(통일국민당) 16.31%, 박찬종(신정당) 6.37%

1997년 대통령 선거: 김대중(새정치국민회의) 40.27%, 이회창(한나라당) 38.74%, 이인제(국민신당) 19.20%, 권영길(건설국민승리21) 1.19%

2002년 대통령 선거: 노무현(새천년민주당) 48.91%, 이회창(한나라당) 46.58%, 권영길(민주노동당) 3.89%

2007년 대통령 선거: 이명박(한나라당) 48.67%,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26.14%, 이회창(무소속) 15.07%, 문국현(창조한국당) 5.82%

2012년 대통령 선거: 박근혜(새누리당) 51.55%, 문재인(민주통합당) 48.02%

이렇게 1971년 마지막 대통령 직선제 선거 후 16년 만에, 국민들의 가열찬 민주화운동 덕분에, 1987년부터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하였으나, 불행하게도 그 때부터 2012년까지 치러진 여섯 번의 대통령 선거 중 다섯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당선된 대통령이 투표한 유권자들의 과반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 그러고 보니 대통령들의 정치적 기반이 튼튼하지 못하여 정권이 불안정하게 되어 국가발전에 필요한 과감한 개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대통령을 찍지 않은 과반수의 유권자들은 해당 대통령에 대하여 진심으로 승복하지 못하게 되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취약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적 느낌이기도 하다.

만약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가 도입된다면, 이제 단 두 명의 후보만을 대상으로 하여 한 번 더 대선이 치러지게 되기 때문에 두 후보자의 표수가 한 자릿수까지 완전히 똑같게 된다(!)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주 예외적인 경우(이런 경우에 대한 논의를 우리는 뒤에 다시 한 번 하게 된다)를 제외하고는 거의 언제나 투표한 유권자들의 표들 중에서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게 되어 민주적 정당성은 적어도 투표 절차를 통해서는 의문의 여지 없이 확보되게 된다.

둘째, 대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지겹게도 보아 온, 정치공학적인 이른바 단일화 논란, 사표(死票)논란은 이제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 이번 총선에서의 민심이 부정확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것이 아니라 투표를 통하여 제대로 확인되었듯이, 대선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첫 번째 라운드의 투표에서 어느 후보가 더 경쟁력이 있는 후보인지 유권자들의 직접 선택에 의하여 그야말로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1위 및 2위 후보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치인은 자동으로 두 번째 라운드의 투표지에 이름을 올릴 자격을 상실하게 되니 이 얼마나 깔끔한가!

1987년 대선에서는 야권의 김영삼, 김대중 후보의 단일화가 논란이 되었고, 개표 결과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한 결과가 과반수가 넘게 나와서 16년 만의 직선 대통령인 노태우 대통령의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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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통령 선거의 선거벽보. © 한겨레

앞에서 본 민주화 이후의 제6공화국 헌법 하에서의 대통령 선거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거의 언제나 단일화, 사표 논란으로 시끌시끌하였다.

1987년 대선에서는 야권의 김영삼, 김대중 후보의 단일화가 논란이 되었고, 개표 결과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한 결과가 과반수가 넘게 나와서 16년 만의 직선 대통령인 노태우 대통령의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그 이듬해인 1988년 4.26 총선에서는 헌정 사상 최초로 (이번 총선처럼)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고, 이를 견디지 못한 당시 신군부 집권 세력은 결국 김영삼과 유신본당 김종필과 야합하여 3당 합당이라는 기형적인 정치적 결정을 하게 된다. 만약 1987년 대선 때 결선투표가 도입되었더라면, 제1라운드의 투표에서 1위와 2위를 한, 신군부의 노태우 후보와 통일민주당의 김영삼 후보 간에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제대로 대선이 치러지지 않았을까?

1992년 대선에서는 보수진영의 표가 집권당의 김영삼 후보, 통일국민당의 정주영 후보로 갈려서 결국 또 다시 과반수를 획득한 대통령이 출현하는 것이 좌절되고 만다. 정주영 후보의 경우에는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보다도 무려 4반세기 전에, 쿨럭;) 현대그룹이라는 대재벌의 총수가 정치에 직접 뛰어 드는 선례를 만들어 우리 민주주의의 병리적인 모습을 노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당시 대선 결선투표가 있었다면, 정주영 후보는 결선투표에는 진출하지 못하고, 오랜 정치적 라이벌인 김영삼, 김대중 후보 간의 어쩌면 최후의 진검 승부가 펼쳐지지 않았겠는가!

1997년 대선에서도 보수진영의 표가,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당내 경선에 불복하고 뛰쳐나간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에 의해 갈려서, 김대중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고 만다. 만약 이 때도 대선 결선투표가 있었다면 제2라운드에서는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맞붙었을 것이고, 이인제 후보는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대선 결선투표 도입이 반드시 이른바 민주개혁진영의 의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수진영의 경우의 분열을 막을 수 있는 카드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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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통령 선거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 왼쪽부터 이회창 김대중 이인제 후보. © 한겨레

2002년 대선에서는 대선 전 진보와 보수로 확연히 색깔이 다른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에 의한 단일화에 합의한 것으로 큰 화제가 되었었다. 더군다나 대선 직전에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두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만약 대선 결선투표가 이때 있었다면, 이때를 기점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여 그 후 15년 동안, 대통령 선거이고 국회의원 선거이고 지방선거이고, 가리지 않고 지겹게 논의되는 정치공학적인 단일화,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 논의라는 것은 애당초 안 나타나지 않았을까?

2007년 대선에서는 소위 민주개혁진영의 표는 정동영, 문국현 후보 사이에 나뉘어졌고, 보수 진영의 표는 이명박, 이회창 후보로 갈라졌다. 이때도 대선 결선투표가 있었더라면, 결선투표에서는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가 1 대 1로 맞붙어서 과반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아주 높았을 것이다. 이 2007년 대선 역시 대선시 분열되는 것이 현재의 야권뿐만 아니라 현재의 여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예라고 하겠다.

2012년 대선에서는 1963년 대선에서 국민의당 허정 후보가 민정당(民政黨) 윤보선 후보에게 양보하여 단일화가 이루어진 후 거의 반세기 만에 최초로 (현재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로 있는)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를 하여 단일화가 이루어졌다. 이때도 만약 대선 결선투표가 있었다면, 정치인들만의 손에 맡겨졌던 시끄러운 단일화 논란 대신에, 문재인, 안철수 후보 중에 한 사람이 국민의 직접 선택에 의하여 박근혜 후보의 대항마로 결정될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 대선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위와 같이 정치공학적인 단일화 논란이 사라지고, 국민들의 표에 의한 단일화가 대선 첫번째 라운드 투표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이합집산하게 되는 일도 줄어 들게 되고, 그 결과 정당들이 유력한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인적인 결사체에서,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한 경쟁을 하게 되는 구조로 바뀌어 우리 정치구조가 개혁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당장 위 여섯 번의 대통령 선거 결과들을 살펴 보면서 놀라운 점은 주요 대선 후보들을 배출한 정당들의 수명이 대단히 짧다는 것이다. 연속하여 주요 대선 후보를 배출한 유일한 정당은 한나라당뿐인 실정이다. 그리고 유럽의 민주주의 선진국들과는 달리 양대 정당을 제외한 다른 정치 세력들은 양대 정당으로부터 끊임없이 단일화 압박을 받으면서, 사표 논란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나라 정계를 양대 정당들이 주도하고는 있으나, 민주화 이후의 위 여섯 번의 대선 중에 다섯 번의 대선에서 세 번째 및 네 번째로 표를 많이 받은 정치세력들이 항상 존재했었다는 것을 보면 이들도 적어도 대선의 첫 라운드까지는 완주함으로써 지속성을 유지하고, 두 번째 라운드 대선에서는 각각의 파트너를 고름으로써 연립정부를 수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권 참여를 모색하게 되면, 우리 정계는 국민들의 보다 다양한 목소리들을 대변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대선 결선투표가 도입이 된다면, 소위 진보정당들도 더 이상 사표 논란에 시달릴 필요가 없이 자신들의 이념과 정책을 당당히 내걸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기 위해 대선에서 완주한 다음에, 두 번째 라운드의 투표에서는 연립정부안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이념적, 정책적 성향이 가까운 정파와 연대하는 방식을 고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이른바 진보정당의 경우에는 항상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사표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소위 진보정당 후보의 사퇴를 강요하거나, 역으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해당 소위 진보정당이 단일화를 미끼로 지도부의 주요 후보들의 당선을 사실상 보장받는 식의 거래를 하여 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정당이 보수 정당과 교대로 정권을 잡는 일이 상당히 보편화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 같은 시스템이 자리잡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었다.

그러나, 만약 대선 결선투표가 도입이 된다면, 소위 진보정당들도 더 이상 사표 논란에 시달릴 필요가 없이 자신들의 이념과 정책을 당당히 내걸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기 위해 대선에서 완주한 다음에, 두 번째 라운드의 투표에서는 연립정부안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이념적, 정책적 성향이 가까운 정파와 연대하는 방식을 고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는 반드시 이른바 민주개혁진영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 진영 역시 대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예컨대 재벌을 보다 강하게 옹호하거나(1992년 대선의 정주영 후보의 경우), 북한에 대하여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세력(2007년의 이회창 후보의 경우)들이 자연스럽게 분화하여, 진영 내부에서도 경쟁하는 보다 건강한 구도를 만드는 것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넷째, 실제로 해외의 사례들을 살펴 보아도 상당수의 국가들(프랑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폴란드, 핀란드, 우루과이, 우크라이나,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콩고, 짐바브웨, 브라질, 인도네시아, 이란, 아프가니스탄, 칠레, 콜롬비아,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케냐, 리투아니아, 터키)이 반드시 유효투표의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허영, [헌법이론과 헌법(신7판)], 947쪽, 2015년). 이스라엘과 일본과 영국, 독일, 기타 나머지 서유럽의 선진 민주국가들의 경우에는 대통령제가 아닌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 중에서는 선거인단에 의한 기괴한(쿨럭;) 선거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고는(2000년 미국 대선에서 대법원까지 가서 대통령이 가려지는 사태를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먹고 살만한 나라나, 먹고 살기 아주 힘든 나라들까지도(응?) 대강 대통령 결선투표에 상응한 제도를 이미 채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위 나라들 중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서 대통령 결선 투표제를 도입한 나라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뒤에서 살펴 본 개헌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할 때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겠지만, 적어도 대통령 결선투표제라는 것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도입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좋아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면에 있어서도 손색이 없는 제도라는 점만은 분명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위 해외 사례들 중 아마도 우리 나라에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사례는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의 경우가 아닐까 싶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58년 드골장군의 사실상의 쿠데타(응?)에 의하여 수립된 프랑스 제5공화국의 경우에는 1962년부터 대선결선투표를 도입하였다고 하는데, 프랑스는 극우와 중도우파, 중도좌파와 극좌파 등을 대변하는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1차 투표에서는 각자 후보를 내고, 2차 투표에서 각 정파들의 이합집산을 통하여 집권당을 정해 왔다.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극좌파인 국민전선의 장 마리 르펜 후보가 1차 투표를 통과하고, 사회당의 죠스팽 후보가 탈락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진 민주국가인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결선투표제도가 프랑스대혁명 때부터 유서 깊은 프랑스인들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훌륭하게 대변하는 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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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은 자크 시라크 후보와 장 마리 르펜 후보의 선거 홍보물.

해외의 사례들을 살펴 보아도 상당수의 국가들이 반드시 유효투표의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다섯째, 대선 결선투표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도 이념으로 삼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리나 우리 헌법의 입장과도 가장 잘 부합하는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헌법은 모든 국민들이 참정권, 즉 선거권(제24조)과 공무담임권(제25조)을 가진다고 하고 있다. 공무담임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대통령선거와 같은 공직 선거에 누구든지 자유롭게 출마하여 자신의 정견을 밝히고 국민들의 선택에 따라 그 직을 맡을 수 있는지가 정해지는 권리가 모든 국민들에게 열려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이를 하겠다는 사람에 대해서, 민주 대 반민주의 대의가 어떻고, 친북좌빨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해 보수가 대단결하여야 한다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여 선거에 못 나오게 주저 앉히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 헌법이 바로 가장 혐오하고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헌법이 정한대로 백화제방, 백가쟁명식으로 선거에 나올 수 있게 하여 놓고, 1차 투표에서는 그 중에 제일 많이 표를 얻은 후보와 두 번째로 표를 많이 얻은 후보를 골라 내고(심지어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과반수를 획득했다면 바로 그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된다), 대신에 그 중에 우리가 살고 있는 정치공동체의 과반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를 결선투표에서 가려낸다면 그것이야말로 공정한 경쟁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우리의 정치, 경제 체제(유명한 헌법 제119조 제2항을 들먹일 수도 있을 것이다)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나 부담감 없이 자신의 정견을 소신 있게 펼칠 수 있는 장이 1차 투표를 통하여 펼쳐질 것이고, 그러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부딪혀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보다 좋은 정책들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또한 1차 투표 후에 벌어지게 될 각종 정파들 간의 합종연횡(여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론조사가 개입할 여지는 없고, 1차 투표에서 직접 확인된 민의가 기준이 될 것이다) 과정을 통해서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그렇다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투표율 같은 것도 많이 올라가게 되어 우리 민주주의가 더욱 튼튼해지지 않을까?

4. 대선 결선투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과연 헌법 개정이 필요할까?

그렇다면, 위와 같은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대선 결선투표제는 왜 때문에 아직까지 도입이 되지 않았을까?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는 대선 결선투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 즉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헌 절차가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길래 대선 결선투표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게 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현행 헌법상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1) 먼저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개헌안을 발의하여야 하고(헌법 제128조 제1항), (2) 이러한 개헌안을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여야 하며(헌법 제130조 제1항), (3) 국회를 통과한 개헌안을 이번에는 다시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헌법 제130조 제2항).

예컨대 이번 총선으로 구성되는 제20대 국회에서 개헌을 하여야 한다면, 당장 위 절차 중 (1)번에서부터 걸림돌이 된다. 여야 정당들 중에 어느 정당도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를 점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라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은, 정당들 간의 정치적 합의가 없는 한, 아예 불가능하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여 벌써부터 레임덕 현상이 오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같은 야권 정당들이 합의하여 과반수의 국회의원들이 개헌안을 발의하여 (1)의 관문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여야 한다는 (2)의 관문에서 막히게 된다. 현재 121석을 차지하여 개헌 저지선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에서 상당수의 의원들이 개헌에 찬성하지 않는 한 개헌은 불가능하게 된다.

만일에 야권 정당들이 합의하고, 새누리당에서도 이탈자가 상당수 나와서 (1)과 (2)의 관문을 모두 통과하여, 즉 개헌안이 발의되고,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할지라도, 국민투표라는 (3)의 관문이 남아 있다. 예컨대 2011년 서울시에서 있었던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경우 투표함을 열어 보지도 못했던 것처럼, 개헌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낮아서 국회의원 선거권자의 과반수가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론적으로는 개헌은 이루어질 수 없다. 정치 무관심층이 늘고 있고, 이번 총선의 투표율도 58%에 불과하였고, 지난 2008년의 국회의원 선거가 46.1%의 투표율, 2002년의 제3회 전국 동시지방선거가 48.8%의 득표율을 기록하였던 경우도 있었던 것을 보면,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도 없다고는 못할 듯 싶다.

그래서인지 1987년 6월 민주화 투쟁 후에 민주화가 이루어진 후 햇수로 30년째이지만 정치인들의 무성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개헌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제6공화국 헌법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로 우리나라 헌법이 개정된 사례들을 살펴 보면, 국민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어 개헌이 된 경우는 이 1987년의 헌법 개정 전에는 역시 그보다 약 30년 전인 1960년 4월 혁명 후의 개헌밖에 없었다. (그 외의 헌법 개정은 대강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독재자들이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강압적으로 바꾼 경우들이라고 보면 되겠다.)

말하자면 개헌이라는 것은, 1960년의 4월 혁명이나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처럼 국민들이 대규모로 거리에 나서서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는 대격변기, 시대의 흐름이 크게 바뀌는 경우에나 가능했던 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비록 이번 총선을 통해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지고,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이 20년 만에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대약진을 하는 깜짝 놀랄만한 민의가 표출되기는 하였으나, 1960년이나 1987년과 같이 우리 사회를 부글부글 끓게 만들었던 뜨거운 정치적 열정이 헬조센이라고 불리는 2016년의 대한민국에 과연 존재할까? 그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개헌은 (그것이 어떠한 내용이더라도) 난망한 일이 아닐까 싶은 느낌적 느낌이다.

제67조 제2항은 "제1항의 선거에 있어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되어 있다. "

그렇다면 위와 같이 산 넘어 산인 헌법 개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대선 결선투표 도입이 가능하다고 보게 되는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그건 바로 헌법 제67조 제2항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현행 헌법은 제67조 제1항에서 대통령을 국민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에 의하여 뽑는다고 정하고 있고(여기에 직접이라는 말을 복구하기 위하여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민주화운동을 벌이며 희생을 한 것이라 하겠다), 바로 다음의 제67조 제2항은 "제1항의 선거에 있어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음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여 이 제67조 제2항이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연결되는 것일까?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사실상 현행 헌법 개정 절차 및 1987년 민주화 이후의 정치적 지형에서는 사실상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에 반대하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위 제67조 제2항이 우리 헌법 내에서 사실상 결선투표를 예정하고 있는 경우에 대하여 규정한 유일한 조항이기 때문에, 이와 다른 경우(즉 최고 득표자가 2인이 나온 경우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경우)에 결선투표를 하는 것은 현행 헌법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좀 더 풀어서 써보면, 헌법은 우리나라의 최고 규범이기 때문에 헌법에 반하는 내용을 헌법보다 하위의 규범인 법률이나 대통령 명령으로 정할 수 없는데, 우리 헌법에서는 국민의 직접 선거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한 회차에 두 번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찾아 볼 수가 없고, 그런 경우로 상정한 예외적인 경우는 오직 헌법 제67조 제2항밖에 없기 때문에 그 경우(최고득표자가 2인인 경우)를 제외한 다른 경우(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바로 직전 대선을 제외한 민주화 이후의 대선 다섯 차례)에 대선 결선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대선 결선투표에 관한 조항을 새롭게 두는 개헌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빈틈없는 논리로 무장된 주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듣보잡 블로거인(쿨럭;) 나로서야 고매하신 헌법학자들의 다수가 그런 의견을 갖고 계시다니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뭔가 꺼림칙한 느낌적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헌법 제67조 제2항에서 상정하고 있는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라는 구절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경우를 의미하는 것인가?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이 때 총 유권자 수는 40,507,842명이고, 투표한 유권자들은 30,721,459명이었다. 그 중 박근혜 후보는 15,773,128표를 얻었고, 문재인 후보는 14,692,632표를 얻었다. 그런데 이 헌법 제67조 제2항은 말하자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예컨대 한자리 수까지 완전히 똑같은 14,692,632표를 얻은 경우가 발생한다면(도대체 그런 경우가 생길 수 있는 확률은 수학적으로, 통계적으로 얼마가 되는지 진심으로 궁금하지만, 나 같은 문돌이의 경우에도 적어도 그런 확률이 엄청나게 희박하고,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즉 최!고!득!표!자!가 대선에서 2인이 나오는 경우에는ㄷㄷㄷ 국회의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는 자가 대통령이 된다고 친절하게(웃음) 정해준 조항이라고 하겠다.

솔직히 헌법이 이런 발생 가능성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이런 상황에 대하여 규정하여 두고 있다는 것도 놀랍고(이런 예외적인 경우의 대통령 결정에 대한 사항이야말로 오히려 헌법의 하위 규범인 법률이나 그 하위 규범인 대통령 명령, 아니 아예 정해 놓지 않더라도 무방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러한 실제로는 전혀 벌어질 법하지 않은 상황에 대하여 정해 놓은 규정을 이유로 해서 우리나라에서 대선 결선투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1)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가 발의하고, (2) 국회재적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며, (3) 유권자들의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중 과반수가 찬성해야만 가능한 어마무시한 개헌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니 정말 진심으로 허탈한 느낌적 느낌이라고나 할까.

과연, 앞에서 살펴 본 대로, 여러 가지로 우리 정치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데 있어서, 이렇게 현행 헌법 및 민주화 이후의 정치 지형상 불가능에 가까운 개헌 절차를 강요하는 것이, 그리고 그 근거로 기네스북에나 오를 법한 황당한 상황에 대하여 정하고 있는 헌법 제67조 제2항을 드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5. 헌법 개정 없는 대선 결선투표 도입의 논리는?

그렇다면,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처럼 헌법 개정 없이도 대선 결선투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어떤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헌법 개정이 없어도 된다고 하니, 결국 이러한 주장은 헌법의 하위 규범인 법률, 구체적으로는 선거에 관한 내용을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에 대선 결선투표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거나, 아예 대선 결선투표에 관한 별개의 법률을 새로 만드는 방식이면 족하다는 주장이겠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헌법상 법률의 제정과 개정은 앞에서 살펴 본 헌법의 개정과는 달리 원칙적으로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헌법 제49조 제1항 제1문)만 있으면 가능하다. 개헌이 산너머 산인 것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불리는 국회법상의 안건신속처리에 관한 규정들에 의하더라도,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출석과 출석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는다면 본회의 표결에 붙이는 것이 가능하니(국회법 제85조의 2 제1항), 헌법 개정에 비해서는 훨씬 용이한 절차라고 하겠다.

이들의 주장의 근저에는 헌법이 극히 예외이고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대통령 직선제 하의 선거에서의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 발생하는 경우에 관해 규정한 제67조 제2항을 두고 있을 뿐, 대선에서 결선투표를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이 이렇게 정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하위 규범인 법률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법률의 개정이나 제정에 의하여 대선 결선투표제의 도입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대선 결선투표 도입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주류적인 입장에서는, 위와 같이 법률의 개정만으로 대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위헌 시비가 일어나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반박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주류적인 헌법학자들이 대부분 그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학문의 장에서의 토론으로 승부가 가려지는 것이라면 그들의 주장이 옳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법률의 위헌 여부가 법률적 논리로만 가려지는 것이라면 이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왕에도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림에 있어서 꼭 법률적 논리에만 따른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나름 합리적인 의심을 그간의 경험을 통하여 품어 왔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의 경우라든지,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두 차례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든지, 통진당 해산 결정 등에 있어서 헌법재판소는 정치와 법 사이에 이미 아슬아슬한 균형점을 찾아 왔던 것 아닐까? 당장 헌법재판소는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때 내었던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판단을 앞두고 있으며, 여기에서 또 한 번 정치와 법 간의 새로운 균형점을 시험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관들의 구성 자체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구조인지라(헌법 제11조 제2항 내지 제4항) 헌법재판소는 태생적으로 이른바 정치적 결정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은 느낌적 느낌이다.

그렇다면 대선 결선투표제를 개헌이 아니라, 법률의 제개정을 통하여서만 도입하였을 때, 헌법학자들 다수의 주장처럼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과연 장담할 수 있을까? 뭐 듣보잡 블로거인 나의 아무런 근거 없는 희망사항이지만(쿨럭;)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사항은 고려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애당초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에 주요 정당 및 그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합의를 하는 상황이 조성이 된다면, 현실적으로 대선 결선투표제가 위헌이라고 다툴 사람이 있을까? "

첫째, 국회선진화법이 이번에 헌법재판소에서 구제되어 20대 국회에서도 계속해서 유지가 된다면, 법률의 제정과 개정을 위해서는, 사실상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대선 결선투표법이 되었든, 공직선거법의 개정법률이 되었든, 현재의 정치 지형이 계속된다면 이는 여야 주요 정당이 모두 합의하여야만 대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내년 대선의 각 정당의 주요 대선 주자들이 모두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에 합의하였다는 의미도 된다. 정치인들은 여론의 풍향을 민감하게 살피는 존재이니 이는 국민적 합의도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의미도 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과연 헌법재판소가 법률로 도입된 대선 결선투표제가 위헌이라고 쉽게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때의 헌법재판소의 태도라는 선례를 알고 있다.

둘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가 다투어지는 것은 학문적, 정치적 논쟁처럼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예컨대 대통령 선거를 딱 한 번만 하고 싶다는, 귀차니즘에 젖어 있는 듣보잡 유권자가(응?)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겠나? 예컨대 행정수도 위헌 문제의 경우에 이걸 헌법재판소까지 끌고 간 것은 서울시장이고, 당시의 유력 대선 주자이고, 나중에 대통령이 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었다. 모르긴 해도 대선 결선투표 도입에 대해서 이걸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나설 사람이라면, 대선의 첫번째 라운드 투표에서는 과반수는 못 얻지만 1위를 할 가능성이 높지만, 두 번째 라운드 투표에서는 2, 3위 후보들의 단일화로 밀릴 가능성이 높은 유력 대선주자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애당초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에 주요 정당 및 그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합의를 하는 상황이 조성이 된다면, 현실적으로 대선 결선투표제가 위헌이라고 다툴 사람이 있을까?

결국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서 여야 주요 정당들과 유력 대선 주자들이 합의하고(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우리 정치문화, 정치구조를 개혁하는 것에 아주 장점이 많은 제도이다), 그에 따라 공직선거법에 대선 결선투표제에 대한 규정을 두든지, 새로이 대선 결선투표법을 만든다면, 실제로 이 법이 위헌이 될 가능성은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거의 없지 않을까? 물론 헌법 제67조 제2항의 논리적 정합성을 중요시하는 다수의 헌법학자분들은 개탄하시겠지만, 누구보다도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염원하실 이 분들이라면 잠시의 권도(權道)를 양해해 주시지 않을까?

안철수 의원의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주장을 (특히나 이번 총선까지 지긋지긋하게 반복된 정치공학적 단일화 논의를 지켜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적극적으로 환영하며, 여야 정치권도 고식적인 위헌 논란(그들이 진정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겠다는 생각으로 뜻을 모으기만 한다면 앞에서 본 것처럼 돌파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도 않을)에만 사로잡히지 말고, 새롭게 열릴 20대 국회가 이제 진지하게 고려하여 이 해묵은 숙제를 풀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