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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이 이슬람 성지(聖地)가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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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도를 수도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같은 처지의 도시 예루살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결정을 내려 전세계를 대혼란으로 밀어 넣었다. 이스라엘의 행정부와 의회, 수상 관저가 모두 예루살렘에 있는지라, 이스라엘의 최대 맹방인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이 대체 뭔 대수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랬다면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의 트럼프 이전의 역대 대통령들이 이런 선언을 감히 하지 못했을 리도 없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굳이 예루살렘이 아닌 이스라엘의 최대 도시인 텔 아비브에 둘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홍길동의 도시 버전도 아니고, 대체 수도를 수도라 부르지 못하는 이 기막힌 사연은 어디서 연유했을까?

이에 대해선 대체로 예루살렘이 세계 3대 유일신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이기 때문에 정치, 종교적으로 예민한 분쟁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 같다. 기독교도 중 개신교와 카톨릭 신자들은 우리 사회에도 많고, 그 경전인 성경은 나 같은 비신자에게도 널리 알려졌기에, 예루살렘에 유대교의 성전이 있다가 파괴되어 지금은 통곡의 벽만 남았다든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셔서 돌아가셨다가 나중에 부활하신 곳이 예루살렘인지라 예루살렘이 유대교와 기독교의 최고의 성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째서 예루살렘이 이슬람교도에게도 성지가 되었는지에 대해선 우리 사회에는 그리 또렷하게 알려지지 않은듯 싶어 오늘은 그 썰을 한 번 풀어볼까 한다. 특히 예루살렘이 유대교와 기독교에 이어 이슬람교의 성지가 된 것에 그치지 않고, 아래에서 설명할, 하필이면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성지가 겹치는 기막힌 사연까지 제대로 알아야 어째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 부르는 게 그리도 무시무시한 일이 되는지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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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후의 선지자가 무함마드임을 증거해 준 신성한 도시 예루살렘

이슬람교의 최대 성지는 지금도 전세계 무슬림들이 평생에 한 번은 꼭 순례해야 한다는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메카이고, 그 다음 성지는 역시 아라비아 반도에 있고, 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이른바 성스러운 도망(헤즈라)을 감행하여 포교작업에 나선 메디나인데, 무슬림들에게 예루살렘은 메카와 메디나에 이은 세 번째로 중요한 성지라고 한다. 그런데, 이슬람교의 발상지이자 그 종교의 최후의 예언자라 불리는 무함마드가 주로 활동한 아라비아 반도에도 있지 않은 예루살렘이 어째서 무슬림에게 가장 중요한 성지 중의 하나가 된 것일까?

이는 헤즈라가 일어난 해인 서기 622년의 한 해 전인 621년에 일어났다고 알려진,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일어난 신비한 체험 때문이라고 한다. 그 때 무함마드는 자신 이전의 예언자들(이슬람교에서는 아시다시피 무함마드 이전의 유대교와 기독교의 주요 인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아브라함, 모세, 예수님 등도 예언자로 인정)을 이끌고 말하자면 예배를 주관하는 체험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실제로 육체적인(응?) 체험인지 아니면 영적인 체험에 그친 것인지는 이슬람교 내에서도 논란이 있다고 하는데(이미 이슬람교엔 많이 불경스러운 언사를 이 글을 통해 뱉어내어 송구스럽지만, 기왕에 저지른 김에 기독교에도 불경스러워지자면) 예수님의 부활이 육체적인 부활인 것인지 아니면 영적 부활인지에 비견할만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전승에 의하면, 대천사 가브리엘의 인도에 따라서, 예언자 무함마드가 일종의 공중부양(쿨럭;)을 하여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에 아라비아 반도의 메카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까지 와서 무함마드 이전의 다른 예언자들을 인도하여 (알라)신에의 기도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예루살렘에서 승천하여 아마도 (알라)신을 영접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니 예루살렘은 무슬림에게 아주 각별한 곳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무함마드 이전의 다른 예언자들도 속된 말로 다 한가닥하는 양반들(아브라함, 모세, 예수님 등등)인데, 그 분들이 죄다 무함마드의 인도에 따라 기도했다는 것이니 무함마드야말로 유일신인 (알라)신의 최후의 예언자라는 이슬람교의 서사에 딱 들어맞는 전승이며, 또한 그러한 기도/예배 후에 하늘로 올라가기까지(승천(昇天)) 했다니 이슬람교 교의에서 아주 핵심적인 이벤트가 예루살렘에서 일어났구나 싶은 것이다.

이렇게 예루살렘. 기도 버프(?)가 효험을 발휘해선지 그 한 해 뒤인 622년에 무함마드는 탄압받던 메카를 탈출하여 메디나에서 처음으로 도시의 판관으로 활동하며 이슬람교의 포교에 제대로 나서게 되고 나중에는 자신을 탄압하던 메카마저 굴복시키고 죽을 무렵엔 아라비아 전체를 이슬람교의 판도에 넣게 된다. 이슬람교의 선지자 무함마드가 예루살렘에서 했다는 이 신비한 체험을 한 장소라고 믿어지는 예루살렘의 구 시가지의 특정 장소에는 알 아크사 모스크가 세워졌고, 특히 무함마드가 승천했다는 장소(Dome of the Rock)은 특별한 기림을 받는다고 한다.

3.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성지가 한 곳에 겹쳐 있다니!

그런데, 문제는 이 예언자 무함마드와 이슬람교에 너무도 중요한 예루살렘의 무슬림 성지(하람 알 샤리프)가 바로 다름 아닌 유대교 성전이 있던 자리(템플 마운트)라는 것이다! 특히 예언자 무함마드가 승천했다는 장소를 유대교에서는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하나님의 명에 따라 제물로 바치려고 했던 성경 속의 유명한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로 보는 모양이다(뭔가 이 장소는 하늘로 통하는 통로 같은 느낌적 느낌?). 우연도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 하필이면 유대교 절대 성지의 자리가 무슬림에게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신성하기 그지 없는 곳 중의 하나라니!

그래서, 지금은 예루살렘의 구시가지 무슬림 구역에 있는 이 하람 알 샤리프(템플 마운트)를 유대인이 방문하기만 하더라도 대대적인 혼란과 소요가 일어날 지경이니 지난 2000년에 이스라엘 보수파 정치인이자 전 수상인 아리엘 샤론이 이 템플 마운트(하람 알 샤리프)를 방문한 것만 두고서도 제2의 인티파타(봉기)라 할만한 어마어마한 소요사태가 아랍/이슬람권에서는 일어났었다.

4.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세상에 해묵은 상처까지 덧낼 필요가 있었을까?

그러기에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이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 수도라는 선언은,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겨난 후 약 2000년 간 팔레스타인에서 살아 오다가 이스라엘이 건국(1948년)되면서 이번에는 자신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나고 예루살렘마저 6일 전쟁(1967년)에 패배하여 완전히 잃어버린, 무슬림인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전세계 (아랍)무슬림에게, 이제 정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그들의 넋에 입힌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가뜩이나 혼란하고 어지러운 요즘 세상에 이런 해묵은 종교 갈등까지 끄집어내 덧나게 하는 이가 세계 평화의 담지자라 믿어 왔던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라니, 정말 진심으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