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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츠페터 기자가 본 '택시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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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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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택시운전사"의 스포일러라고 보여질 내용이 있습니다.


광주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 운전사"가 흥행몰이 중이다. 8월 14일 이미 800만 관객을 돌파하였다니 이 기세라면 올해 첫(?) 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가 될듯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영화에 나온, 광주항쟁을 외부 세계에 알린 고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과 주인공 택시운전사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님과 함께 영화를 보았고, 그 밖에 정치권에서도 국민의당 당권주자인 안철수, 정동영 후보 및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의 하태경 의원까지 관람하는 등 화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개봉 전에 시사회에서 보았으나 광주항쟁을 가장 잘 그린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뭐랄까 무언가 2% 부족하다는 느낌적 느낌이었다. 여전히 내게는 광주항쟁을 그린 최고의 영화는 영화 "스카우트"(응?)였음. 여러 평론가들이 지적했듯이 각성하는 소시민 중년 남성의 시각으로 광주항쟁을 바라보았다는 이 영화 "택시운전사"보다 10년 전에 나왔던 영화 "스카우트"에서는 이미 여성 활동가가 영화의 등장인물들 중에서는 직접 광주민주화 운동에 제일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것으로 나왔었으니 지난 10년간 광주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두 영화만 비교해 보아도 퇴보한 것이라고까지도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민주주의를 기념하기 위해서 기리고 되새겨야 하는 광주항쟁과 같은 중요한 사건들은 끊임없이 이를 새롭게 기억하고 새로운 세대에 알려주는 예술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점에서 이 영화 "택시운전사"는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전율을 느꼈던 부분은 주인공 김사복씨와 힌츠페터 기자가 광주 시내에 들어 가서 트럭을 타고 있던 청년들과 조우하는 장면이었다. 소싯적에 접했던, 신군부가 조작하고 왜곡한 광주항쟁 관련 사진들에서 머리띠를 동여매고 트럭에 올라 시위하던 이들은 솔직히 내겐 아직도 "과격한 폭도"의 잔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갑자기 이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빛바랜 신문 속의 사진에서 갑자기 걸어나와 구수한 남도 사투리로 멋쩍게 싱긋 웃으면서 우리도 지난 겨울 촛불을 들었던 당신처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평범한 시민들이었을 뿐이라고 직접 알려주는 느낌적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갑자기 (불경스럽지만) 당시의 광주 시민들이 친근해지며 또한 그 무렵 전노도당이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얼마나 천인공노한 짓거리를 했는지를 똑똑히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 수도 있을 듯싶고. 영화에서 다른 감동적인 장면들(광주 시내 주유소를 광주항쟁을 도운 택시기사분들이 자유롭게 쓰게 했다든지 주먹밥을 건네던 시민들의 모습들과 그 분들의 후일담-_-이라든지)도 많이 있었지만 이는 너무나도 스포일러일 것 같아서 생략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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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궁금했던 것은 힌츠페터 기자의 실제 취재 내용과 영화의 내용이 얼마나 부합하는지 하는, 말하자면 원작(?)과 영화의 싱크로율(?) 같은 것이었는데, 힌츠페터 기자의 촬영 영상과 이를 바탕으로 그가 만든 다큐 관련 이야기는 80년대 이래 꽤 알려졌기에 나는 힌츠페터 기자가 직접 쓴 취재기를 읽어 보고 영화와 한 번 비교해 보기로 하였다. 1997년 5월에 한국기자협회, 무등일보, 시민연대모임이 함께 펴낸 [5.18 특파원 리포트](풀빛)라는 책에는, 광주항쟁을 1980년 당시에 취재한 내외신 기자들의 취재기가 실려 있는데 그중에 "카메라에 담은 5.18 광주 현장"이라는 글을 유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썼다. 힌츠페터 기자 본인은 과연 1980년 5월의 광주와 또 택시운전사 김사복씨를 어떻게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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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츠페터 기자

전반적인 느낌은 영화 "택시 운전사"가 힌츠페터 기자가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의 도움으로 신군부의 내란 세력이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시킨 광주에 들어가 광주시민들의 가감없는 목소리를 외부에 알렸다는 큰 줄거리는 유지하면서 상당한 변형과 생략으로 이 실화를 극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몇몇 생략들은 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힌츠페터 기자 자체가 단순히 동경에서의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던 외신 기자가 아니라 이미 베트남전 종군 기자로 잔뼈가 굵은 중견 기자였고, 베트남에서는 부상까지 당한 일이 있었다고 하니 민중항쟁이 진행 중이고 신군부의 반란군이 포위한 광주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를 오게 결심하게 된 배경을 더 잘 이해하게 된 느낌적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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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힌츠페터 기자의 취재기에서 광주에서의 끔찍한 신군부의 학살은 베트남에서조차 보지 못한 수준이었다는 기술을 읽고 있자니 도대체 전노도당이 같은 국민을 상대로 얼마나 잔혹하고 천인공노한 짓을 저질렀나 싶은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답답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힌츠페터 기자가 남한에 취재 오기 위해서 동경과 8시간 시차가 나는 독일 함부르크 본사에서 취재 허락 받는 일도 넘나 당연한 것이었는데 역시 영화에서 일일이 그릴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남한으로도 혼자 취재 온 것이 아니라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줄 동료들과 함께 왔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영화에서야 당연히 힌츠페터 기자의 캐릭터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기자, 스텝은 생략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은 이해가 가는 지점이었다. 남한에 도착해서 공항에서 평소와는 달리 별다른 검색이 없었다는 부분도 영화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특히 택시운전사 김사복씨가 아예 힌츠페터 기자가 공항에 도착하기 전부터 미리 기다리고 있었으며 힌츠페터 기자 일행이 묵을 조선호텔까지 데려다 주었다는 부분은 영화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부분. 계엄령이 내려진 나라에 와 시민항쟁이 벌어진 도시로의 취재를 계획하면서 교통편 등을 공항에서 숙소부터 이렇게 미리 준비해 두었음이 훨씬 개연성이 높았을 것이고 영화에서와 같은 극적인 우연은 없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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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힌츠페터 기자가 택시에서 탑승한 좌석이 바뀌는 것은 김사복씨와 힌츠페터 기자의 관계를 보여주는 꽤 중요한 장치인데 진실은 썰렁한 법인지 다른 일행과 딴 독일 기자가 택시에 함께 탑승했기 때문에 힌츠페터 기자는 처음부터 김사복씨 옆좌석에 타고 광주로 향했음. 이 취재기에서 힌츠페터 기자는 광주시민들의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과 투쟁에 시종일관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김사복씨의 베테랑 기사로서의 운전 솜씨에도 경탄을 금치 못하는듯한 느낌적 느낌. 영화에 나오듯이 택시기사가 손님을 태웠으면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는 상식을 지키려는 자세 때문이었는지 힌츠페터 기자의 취재기 중 김사복 기사도 계엄군이 설치한 고속도로의 진입금지 표시를 가볍게 무시하고 또 광주로 진입하는 샛길을 찾아 내어 운행하는 탁월한 운전 기술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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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힌츠페터 기자가 보고 겪은 사건들은 영화에서 그려진 것들과 대동소이한 편이었는데 광주MBC가 이미 불탄 후에 힌츠페터 기자가 들어갔다는 정도가 꽤 차이가 나는 정도였음. 또한 광주에서 힌츠페터 기자는 택시에 취재 차량임을 표시한 깃발을 달고 다녔다고 한 것도(사실 그랬어야 영화에서처럼 시민들의 협조를 쉽게 받지 않았겠는가) 영화와 달랐던 점. 취재를 마치고 현장을 찍은 필름들을 광주에서 가지고 나오고 또 나중에 일본까지 가지고 나오는 부분에 얽힌 이야기들은 영화와 역시 대동소이하게 나름 극적이었다. 힌츠페터 기자는 두 번 광주에 들어가는 걸로 취재기에는 나오는데, 편집 잘못인지 취재기의 두 번째 광주 취재 부분 이야기가(실은 전노도당 반란군의 도청투입 직전이라 더 극적인 부분이었을 텐데) 중간에 툭 끊어진 것 같아서 아쉬웠다.

이 취재기 모음집과 함께 영어로 출간되었다는 원문을 대조해 본다면 아마도 보다 정확한 얘기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거기까지는 영화 "택시 운전사"를 보고 호기심에서 힌츠페터 기자의 취재기를 찾아 본 나 같은 아마추어의 범위를 넘는 영역이고 힌츠페터 기자의 실제 취재 내용이나 광주항쟁의 진실을 탐구하고자 하는 언론인이나 역사가, 연구자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하여간 영화 "택시운전사"가 광주의 진실을 외부에 알리고자 한 힌츠페터 기자와 택시 운전사 김사복씨의 실제 활동의 핵심적인 부분을 잘 그려내면서도 적절하게 극화하였다는 점을 힌츠페터 기자의 취재기를 읽으며 알게 되었고, 실물치의 김사복씨 또한 우연히 역사의 격랑에 몸을 맡기게 된 평범한 소시민이라기 보다는 외국 손님을 매우 위험하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아주 프로페셔널하게 모셨던 보다 솜씨 좋은 직업인이었다는 느낌적 느낌이었고, 이 [5.18 특파원 리포트]에 실린 당대의 다른 내외신 기자들의 취재기도 읽어 보며 5.18에 대해 나도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여 본다. 끝.


* 이 글은 필자에 트위터에 실린 글입니다.

*쇼박스가 허프포스트 코리아 블로거들을 위해 허프포스트 코리아와 함께 마련한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보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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