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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대표는 청와대 출입증을 패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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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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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과연 추미애-박근혜 회담이 여야 영수회담인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수(領袖)회담을 제의했고, 청와대가 이를 수락하여 내일 회담이 열릴 모양이다. 그러나, 과연 이 회담에 여야 영수회담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이기는 하지만, 여소야대가 된 이번 제20대 국회에서는 또 다른 원내 교섭단체로 국민의당이 존재하고 있으며, 비교섭단체인 정의당도 원내 정당인 관계로,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야권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당장 국민의당의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 회담과 관련하여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사전 통보받은 바가 없다고 하고 있으며,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 회담에 반대 중이다). 또한 영수라면 국어사전적 의미로 '여러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라는 뜻인데 추미애 대표는 앞에서 보았듯이 야권의 대표인지도 의심스럽고, 심지어 형식상으로는 그녀가 더불어민주당 대표일지 몰라도 더불어민주당의 실제 주인이 따로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아울러 추미애 대표의 상대방인 박근혜 "대통령"이 여권의 영수인지도 심히 의심스럽다. 그녀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안정적으로(응?) 5%를 유지하고 있으며, 호남과 젊은층에서는 전혀 지지를 못 받고 있는데다가, 아무 자격도 없고 검증도 전혀 안 된 민간인 최순실(현재 구속 중)에게 국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은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통성에 바탕한 권한을 송두리째 넘겨 버렸다는 것이 이제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조만간 검찰의 수사까지 받게 될 그녀는 국가나 여당의 우두머리라기보다는 이제 범죄 수사의 대상이 될 피의자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2. 최악과 최고의 여야 영수회담을 소개하는 까닭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내일 부득불 만나겠다고 하니, 난생 처음으로 두 주 연속 광화문 집회에 나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던 필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이러려고 이 나라의 국민 노릇을 하고, 두 주 연속으로 늦가을에 찬바람 맞아 가며 집회에 참석했나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보기에는 개돼지에 지나지 않고, 호구잡혀서 유리지갑이나 털리는 처지인 필자가 감히 이들의 영수회담을 못하도록 저지할 힘은 전혀 없고, 옛부터 힘없는 이들이 선택해 온 풍자와 비꼬기나 재주껏 시전할까 싶어서, 이 글에서는 우리 헌정사에 있었던 최악과 최고(?)의 여야 영수회담(그리고 국민들과 야당의 집권층에 대한 반대가 하늘끝까지 달했을 경우들이라는 점에서 작금의 사태와도 상당히 유사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의 사례들이나 한 번 소개해 볼까 한다.

3. 최악의 여야 양수회담 - 악어의 눈물에 속은 김영삼

필자가 생각하기에 역대 최악의 여야 영수회담은 김영삼이 박근혜의 부친인 독재자 박정희와 그의 유신독재 시절 가졌던 여야 영수회담이 아닐까 싶다. 배경 설명을 좀 하자면, 김영삼은 1972년 10월에 독재자 박정희가 일으킨 유신 친위 쿠데타 직전인 1971년의 마지막 대통령 직접선거를 앞두고, 1970년 이른바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와 당시 제1야당 신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의 열기에 불을 붙였으나,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 석패해서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되지는 못했었다. 유신 독재가 선포된 후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서는 망명의 길을 택하셨다가 일본에서 국정원의 전신인 중정에서 납치되셔서 죽을 고비를 넘기신 후 국내에서 가택연금되셨고, 김영삼은 국내 투쟁의 길을 골라 선명야당의 기치를 들고 1974년 제1야당의 당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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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5월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청와대를 방문해 박정희 대통령의 안내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김영삼의 강경 투쟁에 위협을 느낀 박정희는 김영삼을 청와대로 초청해 여야 영수회담을 갖는다. 이 때도 통일당이라는 또 하나의 야당이 있기는 하였으나, 김영삼이 당수이던 신민당의 세력이 야권에서 절대적이라서 여야 영수회담에 김영삼이 혼자 나가더라도 하등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야권 인사들과 국민들은 김영삼이 박정희를 만나 유신독재를 대차게 비판해 줄 것으로 크게 기대하였다.

그런데, 김영삼은 박정희를 만나고 나서 "모든 걸 잘 협의하였다."는 취지의 어처구니 없는 한 줄 짜리 발표문만 냈다-_-; 나중에 김영삼이 회고한 바에 의하면 자신을 만난 박정희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마누라도 죽어서 절간 같은 이 청와대에 오래 있으면 뭘 합니까, 나 민주주의 할 겁니다"란 독거노인 코스프레를 했고;; 그런 박정희가 불쌍해 보였다는 김영삼은(아니 왜!!!) 민주주의 한다는데 차마 그 앞에서 더 따지지도 못하고 또 육영수 여사님께서 암살 당하신 것 때문에 많이 상심했나 싶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끄덕했던 모양이다(쿨럭;). 그러니 독재에 신음하던 국민은 깜빡 잊고 그런 한줄 짜리 어처구니 없는 합의문만 발표. 어쩌면 내심 김영삼은 박정희가 이제 대통령직에 더 미련이 없고 곧 물러나겠으며, 그 다음 차례는 자신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망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노회한 박정희가 민주주의를 하기는 개뿔;;이고 김영삼과 그가 이끄는 야권의 반독재 투쟁의 예봉을 꺾기 위해 연기를 한 것에 불과했다. 독재자 박정희는 긴급조치들을 발표하며 유신독재를 더욱 강화했다. 그리고, 김영삼은 제1야당 신민당 내의 비주류인 이철승등으로부터 독재와 타협했다는 비난을 받고(원래 이철승은 대여투쟁에서 김영삼에 비해 상당히 온건한 입장을 취해 왔었다) 이른바 각목전당대회에서 제1야당 총재 자리에서 쫓겨나고 만다.

4. 최고(?)의 여야 영수회담 - "너희들 나 몰라?"

필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여야영수회담에도 역시 김영삼이 등장한다. 이 영수회담은 1987년 6월 항쟁 중에 역시 제1야당인 통일민주당의 총재 김영삼이 신군부의 독재자 전두환과 가졌던 회담. 신군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김영삼이 만든 제1야당인 통일민주당(약칭 민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고 유성환 당시 의원의 대한민국 국시 논란을 이유로 정당해산심판청구를 하겠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심지어 약칭조차도 지들 멋대로 통민당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그러다, 이른바 4.13 호헌조치 후 노도 같은 국민들의 6월 항쟁이 일어나자 드디어 독재자 전두환은 사태수습을 위하여 그때까지는 대화 파트너로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김영삼과의 영수회담을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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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24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영삼 민주당 총재를 전두환 대통령이 맞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예전에 박정희랑 회담을 하다 털린 기억 때문인지(쿨럭;) 김영삼은 전두환을 만나러 갈 때는 각오를 단단히 한 듯 싶었다. 특히 청와대에 오는 이들은 모두 신분증을 맡기고 청와대 출입증으로 바꾸고 그걸 패용해야 했는데 김영삼은 아마도 "'대한민국에 나 김영삼 모르는 이가 있느냐"라며 출입증 안 달겠다고 땡깡(응?) 부린 모양. 그래서 이튿날 신문엔 전두환 치하에선 거의 처음으로 출입증 안 단 제1야당 총재가 등장. 지금 돌이켜 보면 민주화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 아닌가 싶은 느낌적 느낌^^이다. 그리고 이 여야 영수회담 후 다들 아시다시피 결국 5공 독재정권은 이른바 6.29 선언을 발표하여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고, 민주화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으니 김영삼의 두 번째 로맨스(쿨럭;) 아니 여야 영수회담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5. 맺음말

필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금이라도 대통령 박근혜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주는 성격이 있는 이번 여야 영수회담을 취소하거나, 하다 못해 지금이라도 국민의당이나 정의당 같은 다른 야당 인사들과 협의하는 자세를 취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 회담을 그리도 하고 싶다면, 김영삼이 박근혜의 애비인 독재자 박정희에게 휘둘린 사례와, 광주 학살을 저지른 독재자 전두환 앞에서는 정신 바짝 차리고 맞섰던 사례들을 잘 연구해 보시기를 권한다.

그리고, 추미애 대표는 내일 "여야 영수회담"을 위해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 청와대측에서 출입증을 패용하라고 할 경우에, (앞에서 살펴 본 6월 항쟁 때의 김영삼의 전례처럼)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최순실 일당이 청와대를 드나들 때는 무시로 출입하게 해 놓고서는, 전국민이 아는 제1야당의 대표에게 왜 출입증을 패용하라고 하는지부터 따지시는 것이 어떨까?^^ 첫번째 절차에서부터 추미애 대표가 그런 위엄을 보여준다면,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필자도 추 대표가 무슨 말을 청와대에서 하실지 관심을 가져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