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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후, 중국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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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격 미사일 한 포대를 한국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 중국은 왜 이토록 과민 반응하는가? 우리는 또 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우려해야 하는가? 입장을 바꿔 생각하기 전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없을지 모른다.

중국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고 불리는 미사일의 기능이나 사정거리가 아니다. 자신의 공격용 미사일이 사실상 무력화됨으로써 동북아의 전력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잖아도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분쟁과 일본의 헌법 개정 가능성으로 중국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미국이 동남아시아에서 중국과 분쟁중인 나라들을, 동북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동원해 자신들을 봉쇄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1983년 미 레이건 대통령이 이른바 '스타 워즈'로 알려진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했을 때 미국 안팎에서는 영화나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주적이었던 옛 소련은 달랐다. 오늘날 일부 사학자들은 미국이 소련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군비 경쟁을 촉발함으로써 소련 체제가 붕괴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중국은 실제 위협과는 무관하게 전략적 관점에서 사드 배치를 진심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하나 중국은 우리에 대해 심리적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안보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경제는 자신에게 기대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관영 언론에 인용된 한 중국 연구원의 주장에 따르면, '돈은 중국에서 벌면서 중국 등 뒤에서 뒤통수를 쳤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우리가 돈을 중국에서 번다는 표현이 전적으로 과장이나 왜곡만은 아니다. 두 나라 무역 규모는 3천억달러에 달한다. 우리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수지 흑자의 3분의 2 이상인 6백억 달러를 낸다. 우리 수출의 26%(홍콩을 포함하면 32%)가 중국을 향한다. 중국인 관광객 6백만명이 우리나라를 찾는다. 외국인 관광객의 45%를 차지하는 이들은 외국인 관광객 1인 지출의 약 5배를 쓰는 큰 손이다. 이제 북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잠재적 안보 위협을 위해 대중 경제협력이라는 현재적 경제 실리를 얼마나 잃게 될지가 관심사다.

정부 관료를 포함해 일부 전문가들은 두 나라 사이의 무역 규모가 워낙 커서 중국의 보복은 자신들에게도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한중 양국 간에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됐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HO)의 일원이라는 사실도 믿는 눈치다. 하지만 노골적인 보복이 아니라 반한 감정과 은근한 압박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2010년 일본과 영토 분쟁 당시 중국에는 반일 감정이 고조돼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일본은 대중국 수출 1위 자리를 우리에게 내줬다.

현재 2만 3천여개의 우리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현실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표적 규제나 단속이 가장 우려된다. 중국 시장을 석권한 화장품 업체들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 이전부터 이미 레드테이프(red tape·불필요한 행정 규제)를 활용한 견제가 시작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우리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에 고의로 타격을 주거나 불매 운동이라는, 국제 무역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그림자 보복'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국 방문 관광객에 대한 부분 통제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리 증시에 유입된 중국 자본을 철수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주변부 관영 매체와 연구자들을 통해 보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 결정이 공고한 한중 경제협력에 아무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는 것도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우려를 더는 쪽으로 배치 지역을 결정하고 나서 한미 양국이 중국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로서는 무엇보다도 안보냐, 경제냐 혹은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단순 논리를 넘어서, 경제협력을 해치지 않을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 재설정이 중요하다.

글 | 김방희(생활경제연구소 소장)

* 이 글은 경인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