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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세트포인트' 항상성 이론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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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LE WEIGHT
Rasulovs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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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항상성과 관련한 이론 가운데에는 '세트 포인트(set-point)' 이론이 있다. 체중에 한정하는 경우, 세트 포인트 이론은 사람마다 정해진 체중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에너지 섭취나 소모에 변동이 있어도 어느 정도의 체중이 유지된다는 가설을 뜻한다.1) 다이어트를 포기한 사람들이 사람마다 적정 체중이 있다고 말하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세트 포인트 이론은 그저 변명일 뿐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당신이 인터넷에서 보아 온 다이어트 비포-애프터 사진은 설명할 방법이 없다.

몸에도 마음에도 세트 포인트가 있다는 건 거의 정설로 통하지만, 동시에 그 세트포인트가 변한다는 것도 정설이다. 우리 몸의 체온이 그대로 유지되는 건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라는 곳에서 체온의 세트 포인트를 조절하기 때문인데, 감기에 걸렸을 때 체온이 오르는 건 세트 포인트가 일시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세트포인트의 경우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을 겪으면 거의 영구적으로 변한다. 결혼처럼 행복한 사건이나 배우자의 죽음 같은 불행한 사건은 굉장히 오랫동안 주관적인 행복감의 정도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 2)

특별한 일이 있어야 세트 포인트가 변하는 마음과 달리, 몸의 세트 포인트는 대부분 습관에 의존한다. 밤 열한 시에 잠들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사람은 어쩌다 새벽 세 시에 잠들어도 다섯 시만 되면 눈이 떠진다. 열두 시에 야식을 먹어 버릇하던 사람은 9시에 밥을 먹었어도 열두 시만 되면 배가 출출해진다. 우리 몸에 새겨진 리듬은 우리의 활동을 정해 주지만, 반대로 우리가 매번 똑같은 시간에 어떤 활동을 계속 하다 보면 몸은 그 리듬을 재구성하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보면 알 것이다. 매일 일곱 시에 일어나 학교를 가다가 방학이 되면 점차 늦게 일어나다가 나중에는 열한 시가 돼도 눈이 안 떠지던 걸. 그리고 개학을 하면 처음에는 일어나기가 정말 힘들지만 며칠만 지나면 다시 일곱 시에 눈이 떠지던 걸.

체중도 마찬가지다. 체중에서 세트 포인트 이론은 절반의 진실만을 담고 있다. 일시적으로 먹는 게 줄어들면 몸에서는 쓰는 에너지도 일시적으로 줄이고, 먹는 게 늘어나면 마찬가지로 쓰는 것도 늘어난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매일 먹는 칼로리는 거의 일정하다. 그리고 그런 칼로리 섭취는 거의, 아니 사실상 전부 습관을 따른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비슷한 칼로리의 음식을 먹고 활동량도 매일 거의 바뀌지 않는 만큼 몸무게가 거의 변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우리 몸에 밴 습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보통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들을 보면 처음에는 야심차게 목표 체중을 정한 다음, 온갖 습관을 한번에 끊어버리려 노력한다. 그러나 몸은 급한 변화에 대해 언제나 더 격한 반작용을 일으킬 뿐이다. 정말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변화는 서서히 가해야 한다. 식사량을 줄이고 싶다면 적어도 2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서서히 적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간식을 끊고 싶다면 하루에 두 캔 마시던 걸 한 캔만 마시는 방식으로 반감이 심한 우리 몸을 달래가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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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ria Magdalena Farias et al., Metabolic Syndrome and Related Disorders Vol.9(2), 2011, pp. 85-89.

2) Ivana Anusic et al., Social Indicators Research Vol.119(3), 2014, pp.1265-1288.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공포 다이어트]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