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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준

한빛맹학교 수학교사

1981년 충북 제천에서 출생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뇌수종 후유증으로 실명하였다. 국립서울맹학교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단국대학교 수학교육과와 단국대학교 대학원 특수교육과를 졸업하였다. 졸업 후 서울맹학교와 강원명진학교를 거쳐 현재 강북구 수유동에위치한 한빛맹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말에는 아마츄어 가톨릭 ccm 밴드 플라마에서 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나도 비밀통장을 만들고 싶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극도의 집중상태를 유지하며 만들어져 가는 서류작업들은 어떤 이들에겐 '인간극장'의 한 장면처럼 감동으로 다가오기라도 하는지 몇몇 직원들은 완성된 나의 통장을 건네며 "참 잘했어요"를 외치며 환호와 갈채를 보내기도 한다.
2018년 01월 29일 13시 50분 KST

나의 글에 계절의 변화가 없는 이유

내 글을 애독해 주시는 어떤 분께서 아쉬운 마음에 어렵게 드리는 말씀이라며 한 마디 조언을 건네셨다. "선생님 글은 너무 좋은데 풍경에 대한 묘사가 너무 부족해요. 나무가 우거지고 단풍이 들어도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도 선생님의 글 속 세상에서는 색채나 명암 혹은 주변의 모양이 변하는 것들을 느낄 수가 없어요."
2018년 01월 09일 14시 17분 KST

장애인들을 위한 소개팅 프로그램은 어떨까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장애 때문에 짝을 찾지 못한다면 당사자에게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를 찾지 못한 이성들과 전국가적인 손해가 아닐까? 내 주변엔 멋지고 능력 있는 장애인들이 너무도 많다. 그들도 연애하고 시집가고 장가갈 수 있도록 미디어에게 장애청년 결혼 시키기 프로젝트를 건의해 본다.
2017년 12월 27일 17시 35분 KST

만화영웅 - 세상이 돌아가는 이유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은 어린시절 그랬던 것처럼 영웅들이 진정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차분하게 느끼고 그들의 의미를 따르는 것이다. 큰소리로 앞장서는 영웅을 찾는 것은 너무도 쉽지만 조용히 함께 하는 또 다른 영웅을 느끼는 것은 특별한 집중과 성찰 없이는 어렵다.
2017년 12월 11일 13시 04분 KST

시각장애인의 미술감상이 궁금하시다면!

시각장애인에게는 보이는 것을 보이는만큼만 알려주면 되고 청각장애인에게는 들리는 것을 들리는대로만 알려주면 된다. 그들이 어떻게 느낄 것인지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더 자세히 더 아름답게 꾸미고 덧붙이는 것은 당신 스스로에게도 힘든일이겠지만 상대방을 더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2017년 11월 27일 12시 28분 KST

당신의 보험은 충분하신가요?

장애 발생의 98%는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중도장애인이라는 통계까지 나와 있는데도 장애 발생에 대한 대비와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사람들이 앞다투어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암보험도 지진보험도 자동차 보험도 아닌 장애보험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11월 20일 12시 02분 KST

반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

우리가 만약 직장내에서 부당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저항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스스로의 자존심과 명예는 지킬 수 있지만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지겠고, 반대의 선택을 한다면 가정의 안정은 보장 받겠지만 정의와 윤리의 가치와는 조금 멀어져야 할 것이다.
2017년 11월 13일 09시 53분 KST

시각장애인도 이성의 외모에 호감을 느낀다?

예쁘다는 기준은 너무도 주관적이어서 절대적으로 객관화 될 수 없다. 내가 좋아하고 예쁘다고 느끼는 이성은 다른 이들에겐 정반대의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사람들은 경쟁사회에 익숙해진 나머지 다수가 향하는 호감의 방향성을 스스로의 강력한 주관이나 객관적 끌림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2017년 11월 06일 18시 14분 KST

당신의 일상히 지루한 이유

오랜만에 만난 친구녀석의 한숨섞인 탄식들을 들으면서 세상을 사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학교 안의 교사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면 육아를 도와야 하는 그 친구의 일상은 너무도 힘들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는듯 했다.
2017년 11월 06일 11시 08분 KST

나는 '프로 불편러'다

벌써 연말 예산소진 시즌이 다가왔는지 아침 출근길 여기저기서 공사판을 벌여놓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다른길로 얼른 돌아가면 되는 약간의 불편함이겠지만 나같은 시각장애인들에겐 작은 문제가 아닐 때가 많다. 안전팬스가 설치 되어 있지 않은 공사현장이나 여기저기 아슬아슬 쌓아 올린 공사 자재들은 생명보존을 위한 간절한 기도가 저절로 나올만큼의 아찔한 장면이 되고는 한다.
2017년 10월 23일 17시 52분 KST

화장실을 기억하세요!

며칠이 지난 지금도 아찔하게 기억되는 사건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난 또 그 날의 끔찍함과 감사함을 언제 그랬냐는듯 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날의 평범한 일상이 그랬듯 우리가 그저그런 하루를 누리는 것은 기억에서 지워진 언젠가의 감사한 사건들이 쌓여졌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2017년 10월 10일 11시 55분 KST

아직 사람들은 모르는게 너무 많다

내가 미적분을 풀어내고 칠판이나 다른 도구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내겐 평범한 이야기였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경탄할 사건인 듯 보였다. 내가 하고 있는 활동들은 물론이고, 내 손목에 채워진 점자스마트 워치나 아이폰의 보이스오버 소리까지도 모든 사람들에겐 상상초월의 영역으로 느껴지는듯 했다. 내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의 사람들의 리액션은 다른 분들의 시간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겠지만 난 조금의 다름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대단하고 궁금한 이야기들이었지만 나의 이야기는 시각의 부재와 관련하여 이어지지 않았다면 그저 평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2017년 09월 28일 09시 58분 KST

지금은 느낄 수 없는 그때 그 기분

나의 감정이 메마르고 내 삶의 짜릿함이 점점 줄어가는 것은 어쩌면 얻지 못해서가 아니라 얻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얌전하게 커버가 씌워져 있는 작은 차 옆에는 누가 봐도 값비싸 보이는 외제차가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아무렇게나 주차되어 있다. 길거리의 오뎅국물 하나에 행복해 하는 아이들 곁에는 이 동네에는 왜 이렇게 맛난 음식점이 없냐며 투덜대는 어른들이 걸어간다.
2017년 09월 22일 13시 56분 KST

수능은 시각장애인의 무엇을 검증하는가

점자면 점자 묵자(보는 글씨)면 묵자 하나로 매체를 통일하라는 강요는 오직 하나 수능 때문이다. 과목에 따라 학생의 개별적 시각상태에 따라 두 매체 모두를 제공해 주는 시험장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둘 중의 하나만을 억지로 택해야 한다. 필산을 하기 위해 수학과목을 묵자로 시험 보려 맘을 먹었다면 국어나 영어처럼 텍스트의 양이 많은 과목도 온전치 않은 시력으로 눈이 빠지도록 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녹음테이프가 제공되는 점자시험장을 택했다면 수학시험지도 점자로 보고 미적분도 당연히 암산으로 풀 수밖에 없다.
2017년 09월 15일 15시 45분 KST

그때나 지금이나

대학에 다니던 때 내가 억울했던 것 중 하나는 의무와 권리의 비대칭적인 구조였다.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가며 꼬박꼬박 내던 등록금 고지서에는 도서관 이용료라는 명목의 적지 않은 금액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내가 도서관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신입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징수되던 교재비도 나는 예외 없이 지불했지만 내가 읽을 수 있는 형태의 책은 한 권도 받아보지 못했다. 주교재도 없던 내게 시험 당일 오픈북을 강요하시던 교수님도 제발 다른 수업 들으라고 통사정하시던 교수님도 분명히 내가 낸 등록금으로 월급 받아가시는 분들임에 틀림없었다.
2017년 09월 08일 16시 31분 KST

동물보다 못하면서

남들과 다른 부족함이 장애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에서는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 비교해서 꽤 많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새들처럼 날지도 못하고 치타처럼 달리지도 못한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 인간 모두는 비행장애이고 지체장애인 것이다. 사람들은 과학기술이라 말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비행기나 자동차는 동물들 입장에서 보면 나는 휠체어나 아주 빠른 전동휠체어로 보일지도 모른다.
2017년 09월 01일 16시 19분 KST

강연자를 믿지 마세요

근본적으로 맘에 들지 않는 지점도 있는데 바로 그들의 단언하는 태도이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고 저렇게 하면 저렇게 되고 나만 잘 따라하고 내 이야기대로만 하면 나처럼 될 수 있다는 자신에 찬 목소리는 언젠가 야시장에서 보았던 약장수 아저씨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가 1만 시간 스케이트를 타도 김연아처럼 될 수 있는 사람은 세계에서 몇 안되고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을 한다 해도 세계적인 모델의 수는 여전히 아주 적은 숫자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2017년 08월 25일 16시 12분 KST

객관적인 팬 되기

조금씩 저녁바람이 선선해 가는 요즘 올해의 프로야구도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문득 올해의 성적을 돌아보며 조금은 객관적인 관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리그 전체의 판도도 들여다 보고 상대팀의 멋진 선수들도 응원하면서 조금 더 성숙한 야구팬이 되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물론 팬심마저 접을 수는 없지만 다른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과도 서로 사실을 인정하고 격려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2017년 08월 18일 17시 29분 KST

술자리의 의미

선배들의 지시에 따라 착실히 잔을 비워야만 했던 그때의 시간들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주량경쟁의 무대로 착각하게 된 것 같다. 물론 그때도 맘 깊은 고민 이야기도 애잔한 사랑 이야기도 있긴 했지만 오늘은 누가 최후의 생존자인지 나의 주량은 몇 병의 소주로 신기록이 세워졌는지를 논하다 보면 소중한 밤들은 끊겨진 필름과 함께 아무도 모르는 기억의 세계로 봉인되어 버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살다보면 나의 20대 술자리들처럼 의미도 목적도 모른 채 열심히만 외치면서 달리는 경우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2017년 08월 11일 17시 20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