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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

촛불대통령을 위한 제언

'촛불'은 혁명 맞다. 하지만 생각 없이 혁명을 말하며 기분 내는 것은 촛불혁명의 성공에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사실 우리가 자랑하는 촛불항쟁의 평화로운 성격은 고전적 혁명론에 어긋나는 특성이며, 대통령 파면과 정권교체가 기존 헌정질서의 규칙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에 '촛불'이 87년체제의 수호요 재작동이지 혁명일 수 없다는 주장도 학자들로부터 제기된 바 있다.
2017년 12월 28일 15시 07분 KST

'촛불'이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지가 막막한 때일수록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 하는 일이다. 특히 낡은 언어를 극구 피해갈 줄 알아야 한다. '독자적 핵무장'이니 '전술핵 재배치'뿐 아니라 '북을 대화로 끌어내는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도 낡아빠진 언어이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통일만이 살길이다'는 익숙한 옛 노래를 다시 불러도 곤란하다. 그렇다고 '이제 통일은 잊어버리고 남북이 이웃나라로 평화롭게 살자'는 주장도 새로울 것 없는 공리공론이다. 이 땅은 무작정 통일을 부르짖는다고 통일이 되고 평화가 오는 곳도 아니려니와, 점진적·단계적 과정으로서의 통일마저 외면한 채 두 나라의 항구적 평화공존을 주장한다고 평화가 달성되는 지역도 아니기 때문이다.
2017년 09월 14일 10시 55분 KST

새해에도 가만있지 맙시다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를 지지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정치권이 자기네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 자체가 촛불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시민들의 거대한 노력과 희생으로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치판 전체를 흔들어놓았는데 유독 정당들만은 87년체제가 만들어낸 틀 그대로 당내 경선을 치르고 그렇게 탄생한 서너명의 유력후보 중 하나를 옛날식 그대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제일 덜 싫은 후보라도 찍으라고 들이미는 것은 심지어 상도의(商道義)에도 어긋나는 일 아니겠습니까.
2016년 12월 28일 15시 07분 KST

'내란'을 당하고도 국민은 담대하고 슬기로운데

처음 두번은 시위에 놀란 박근혜씨가 진정성이 결여된 사과나마 연거푸 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전혀 넘어가지 않고 11월 12일의 3차 촛불대행진을 통해 퇴진판결을 (말하자면 3심에서) 확정하자, 도리어 정면 불복의 길을 택했다. 주권자에 맞선 '내란' 수준의 저항으로 가기 시작한 것이다. 19일의 4차 집회는 따라서 종전의 국정농단·부정비리에 대한 단죄에서 '내란진압' 작업으로 옮겨갔다고 말할 수 있다. 26일의 집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띠건 간에 실질적 '내란죄'에 대한 국민적 소추(訴追)를 확인할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후의 응징작업은 집회인원이 불고 줄고를 떠나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즐겁고 질기게 진행될 것이다.
2016년 11월 24일 12시 48분 KST

편안한 마음으로 투표합시다

2007년 대선에서 결정적으로 패한 이후 선거마다 거의 연전연패하면서 야당은 재집권 노력보다 원내 제2당의 알량한 기득권에 안주하는 습성이 생겼습니다. 87년체제 말기국면 특유의 이런 현상이 곧 한국판 양당 기득권구조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수구세력은 제1야당에 나눠주는 먹이조차 점점 더 아까워지고 선거 때마다 표를 얻어야 하는 일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에 아예 87년체제를 자기들 식으로 끝내려는 작업을 속속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2016년 04월 07일 16시 54분 KST

신종 쿠데타가 진행중이라면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박근혜 대통령 자신의 임기연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87년 6월항쟁의 최대 열매 가운데 하나인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최근 몇년간 착실히 축소되어왔다. 2012년 선거에서의 대대적인 관권개입과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대부분 흐지부지되었고, 수사기관의 독립성, 관료조직의 중립성, 언론의 공정성 등 재발방지 장치들이 하나같이 멸종위기에 놓였다. 시민들이 집회와 시위를 통해 의사를 직접 표시할 기회는 극도로 억압되었다.
2015년 12월 31일 14시 23분 KST

광복 70주년, 다시 해방의 꿈을

2014년은 그런 목마름이 유달리 애타는 한해였다. 특히 4월 16일의 세월호 침몰사고가 국가적 사건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지를 수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다. 깨달은 것은 또 하나 있다. 국민들이 애통하고 분노하며 변화를 갈망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다. 세월호사건을 겪었다고 일대 전환이 당장 이루어질 사회라면 애당초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그런 사건이 일어나는 사회라면 쉽게 전환하고 개조될 사회일 수가 없는 것이다.
2014년 12월 31일 14시 04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