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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장르소설 편집자

장르소설 편집자

박기량, 로타 그리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유명한 치어리더 박기량 씨가 문재인 캠프에 영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치어리더가 선거 운동이라니 대선이 장난이냐"는 사람들을 비판하며 문재인 캠프가 부디 박기량 씨를 선거 운동을 위한 치어리더로 소비하지 말기를 바라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진짜 고민은 글을 다 쓴 뒤 시작되었다. 문재인 캠프에서 박기량 씨가 치어리더로 소비된다고 한들 그게 잘못된 일일까? 치어리더로서 자부심을 지닌 채 살아 온 박기량 씨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돕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지 않을까?
2017년 03월 28일 14시 25분 KST

정말 여성들이 군대에 가길 바란다면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군대에 가고 싶어 한다. 왜? 군복무를 마치면 지긋지긋한 2등 국민 취급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 입대를 원하는 여성들 중 대부분은 오직 군복무를 기준으로 '의무를 완수한 진짜 국민'과 '그렇지 않은 가짜 국민'을 가르는 폭력적인 기준에 진저리를 친다. 차라리 군대라도 다녀오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군복무를 마친 남성'이 가장 정상적인 국민의 지위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여성과 남성 장애인을 비롯해 그 기준에 미달하는 존재들은 차별을 마땅히 감수하도록 강요받는다.
2017년 03월 27일 18시 39분 KST

사회적 약자들이 언제나 약자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내 머릿속의 상식은 장애인과 무슬림을 나와 똑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내가 마땅히 마음을 열고 그들을 받아들여야 하고, 혹시라도 그들이 차별과 폭력의 피해자가 되면 그들의 생존권을 위해 마땅히 연대해야 한다고 나의 상식은 말한다. 그러나 나의 두려움은 정반대의 말을 한다.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나보다 월등한 체구와 완력을 지닌 남성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인종 차별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갖은 고초를 겪을 무슬림들이지만 한국보다 훨씬 더 가부장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문화에 뼛속까지 익숙해 있을 남성들과 격리되는 길을 택하라고 말한다.
2017년 03월 23일 15시 33분 KST

여성의 개인정보를 노리는 '가계정의 공포'

여성의 개인정보는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 대단히 저열한 방식으로 소비된다. 포토샵을 이용해 프로필사진을 정액으로 흥건한 얼굴 사진 혹은 남성의 성기를 물고 있는 사진으로 만들기도 하고, 여성의 얼굴 사진 밑에 이 여성이 왜 '걸레'인지, 지금까지 어떤 남성들과 어떤 음란한 방식으로 놀아났는지를 상세히 묘사하기도 한다. (물론 죄다 거짓이다.) 잘린 머리를 효수하듯 여성의 얼굴 사진을 게시물로 걸어놓고 댓글로 '메갈', '페미나치' 등등의 모욕적인 낙인을 찍기도 하고, 심한 경우 집 주소와 전화번호, 재학 중인 대학과 학과명까지 폭로한다. 이 모든 것들은 명백한 범죄 행위다.
2017년 03월 22일 14시 55분 KST

이국주만 비난하는 것이 부당한 이유

개그우먼 이국주가 자신에 대한 성희롱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에게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고 한다. 지금은 그 게시물이 지워진 상태지만 관련 소식을 보도한 뉴스의 댓글에는 이국주가 그동안 방송에서 저지른 '성희롱' 사건들을 나열하며 "왜 본인은 남성 연예인들 성희롱했으면서 자신이 당하니 기분 나빠 하느냐"고 따져 묻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국주가 방송에서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이 어째서 가능했는지를 생각해 보지 않으면 "성희롱은 성희롱으로 되갚아야 한다"는 무책임한 논리만 되풀이하게 된다. 필요한 물음은 이것이다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은 뚱뚱한 여성 연예인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
2017년 03월 21일 14시 39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