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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잘 조직된 종교단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

1987년 12월의 대선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이라는 강력한 3자 대립 구도였고 공교롭게도 각 후보의 종교가 달랐다. 노태우는 불교, 김영삼은 개신교, 김대중은 천주교였다. 하릴없이 대선은 종교전이 되었다.
2018년 01월 19일 11시 32분 KST

종교가 편견을 이용할 때

지방선거와 개헌을 앞두고 '성평등'에 대한 공격이 심하다. 성차별을 줄이자는 의미에서 국제적으로 합의된 용어인 '성평등'에 대한 무지와 억지의 소산이라고 할 만한 유언비어지만, 당장의 민원만 피하고 보려는 정부 관계자들은 그들이 만들지 말라는 법은 폐기하고, 그들이 쓰지 말라는 용어는 삭제한다.
2017년 12월 21일 13시 57분 KST

'동성애 반대' 민원폭탄을 해결하는 방법

돌이켜보면 계속 그랬다. 정부 단체들은 성적소수자 단체에서 낸 대관 또는 집회를 허가했다가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동성애 반대자들이 항의하면 바로 취소했다. 조직적인 민원을 없애는 최선의 방법은 그런 공격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폭탄 문자나 전화로 안 된다는 걸 알면 당연히 다른 방법을 모색할 테니까.
2017년 11월 23일 09시 48분 KST

정말 호랑이보다 곶감이 무서운가

지난주 내내 '부산 에이즈'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부산에서 에이즈 신속검사키트가 갑자기 많이 팔렸다고도 한다. HIV 감염인으로 밝혀진 여성이 불특정 다수의 남성과 성행위를 했다며 무슨 억하심정으로 그런 복수극을 벌였는지 제멋대로 추측하는 기사가 난무했다.
2017년 10월 26일 09시 33분 KST

그 남자들의 스킨십 정치

키스를 한 의원들은 자신이 동성애자로 오해받을까 걱정하진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날의 키스가 인간을 향한 사랑이 아니라 권력을 향한 사랑이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지타산에 맞춘 스킨십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굳이 탓한다면 술자리 여흥일 뿐이다. 결국 사랑이 없는 키스는 자유롭게 허용된다. 오히려 사랑을 담은 키스는 불온해지고 금지된다. 이 모순을 한국 정치는 언제까지 모른 척할 수 있을까.
2017년 09월 21일 10시 20분 KST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며칠 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동성애는 하늘의 섭리에 반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포함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부터 동성애에 대해 '반대'를 명백히 했으므로 어찌 보면 이런 혐오 발언이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하늘의 섭리와 헌법을 엮었다는 점이다. 이 앞뒤가 연결되지 않는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2017년 08월 25일 10시 54분 KST

한국 교회여, 어디로 가십니까

최근 한국에서 가장 큰 개신교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이 헌법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놀랍다. 목사의 자격에 '만 30세 이상의 남자'로 명시하는 성별 제한 규정을 추가하고, 목사의 권위로 동성애자 교인을 쫓아낼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려고 한다. 합동 교단의 총회장이기도 했던 임태득 목사가 여자가 기저귀를 차고 강단에 오를 수 없다는 발언을 해서 크게 비난을 받았던 사건이 2003년에 있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일까. 왜 좀더 나아지지 않은 것인가.
2017년 07월 27일 14시 48분 KST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퀴어 퍼레이드가 올해도 열린다. 7월15일 서울 광장에서 개최되는데 예년과 다름없이 광장을 둘러싸고 동성애 반대 집회도 열릴 예정이다. 퀴어 퍼레이드는 2000년부터 매년 열렸지만 반대 시위는 2014년이 처음이었다. 그 전에는 전혀 반대하지 않다가 왜 2014년부터 갑자기 반대하기 시작한 것일까? 얼마 전 집회 신고를 하러 갔다가 경찰서에서 지난 몇년간 반동성애 집회를 주도해온 목사를 여러 명 만났다. 그중 한 분이 다가와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에게 은근히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동성애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 박원순 때문이지."
2017년 06월 29일 13시 43분 KST

정교분리와 종교인 과세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종교인에게 세금을 받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세법에 종교인이 면세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법적 근거 없이 관례적으로 성직자들에겐 과세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다수 성직자들이 면세점 이하의 소득이어서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문제는 종교를 납세의 의무가 면제되는 특권인 양 오용하고 악용하는 이들이다.
2017년 06월 01일 12시 16분 KST

누가 내 표를 죽이는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 간담회에서 "정의당에 대한 지지는 다음 선거에 하셔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의당에서는 '사표 방지 심리'를 이용하는 졸렬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선거 때면 꼭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사표'다. 흥미로운 건 다른 논쟁은 자신과 가장 반대편에 선 후보와 해도 사표, 즉 '죽은 표' 논쟁은 가장 자신과 가까운 입장의 후보와 벌인다는 점이다. 나는 문득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그 표는 언제 죽은 것일까? 애당초 살아 있던 표는 왜 죽는 것일까? 표를 죽인 범인은 대체 누구인가?
2017년 05월 04일 10시 18분 KST

거룩한 혐오는 없다

지난 4월3일에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회장단이 모여서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대선 후보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전국 광역시도 및 시군구 인권조례가 제정되지 않도록 대처하겠다고 결의했다. 돌이켜보면 차별금지법 제정은 2002년 말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에 바로 국가인권위원회 안에 '차별금지법제정추진위원회'를 꾸렸고 마침내 2007년 10월에 입법 예고를 했다.
2017년 04월 06일 11시 22분 KST

남성교사할당제 주장, 왜 수십년째 계속되나

어리석은 논쟁은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몇 년 전 남학생이 기간제 여교사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남성교사할당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남교사 부재로 인한 학교 폭력이 심화되는 사례로 삼았다. 여기서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남녀 성차의 문제로 다루어졌다. 하지만 작년에 기간제 남교사가 남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동영상이 유포되자 분석이 달라졌다. 그제야 언론에서도 기간제 교사의 취약한 위치를 근본적 문제로 보도했다.
2017년 03월 09일 11시 59분 KST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하라

성교육의 내용을 국가 표준안을 통해 정하겠다는 발상부터 문제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도 경악할 정도로 비상식적이다. "여성은 무드에 약하고 남성은 누드에 약하다"와 같은 문구는 눈을 의심케 한다. 또 표준안은 '남성의 성욕은 여성에 비해 매우 강하다'는 입장을 드러낸다. 성욕은 성차가 아니라 사람마다 다 다르다. 표준안에서 제시하는 성폭력 예방법은 더욱 가관이다. 만원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할 것 같으면 가방끈을 길게 해서 뒤로 메라고 한다. 아니, 대체 당할 거 같은지 아닌지의 판단은 어떻게 해야 할까?
2017년 02월 09일 12시 20분 KST

반기문과 동성애 인권

'반기문은 동성애자의 인권 옹호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 10년 동안 너무 많은 증거를 스스로 쌓았기 때문이다. 그는 어쨌든 한국 역사상 동성애자의 인권 옹호 발언을 가장 많이 한 유력 인사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2015년 6월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유엔헌장 채택 70주년 기념식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은 미국의 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인 '하비밀크재단'으로부터 성적소수자의 자유와 평등에 대해 노력한 공로를 기리는 메달을 받았을 정도다.
2017년 01월 12일 10시 08분 KST

이번엔 정말 끝까지 함께

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낯설다. 낯섦은 자연스럽다. '단일한 대오'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 광장 내의 성추행, 여성과 장애인 등의 비하 발언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일부의 예민함으로 다루려는 편협함도 버리자. 우리가 '단일'해야지만 이기는 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힘은 "모든 국민은 아무도 똑같게 태어나지 않았고, 인간으로서 존엄하며,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에 대한 믿음이 아닌가. 그런 믿음이 없다면 생면부지의 수백만명이 어떻게 한자리에 모여서 같은 구호를 외칠 수 있을까.
2016년 12월 15일 15시 33분 KST

여성 대통령은 공인이다

국민은 자녀로 은유될 수 없다. 대통령이 아버지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니며, 공화정이 어머니인 것도 아니다. 국가는 가정의 확장판이 아니다. 언론과 지식인들이 시국을 개탄하는 목소리를 내준 용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응원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존중하자는 변호사를 포함하여 모든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여자 대통령을 공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가.
2016년 11월 17일 12시 41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