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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인권 보호는 용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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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실러 애플 부사장이 '페이스아이디'를 소개하고 있다. 애플 라이브 영상 갈무리

애플이 9월12일(현지시각) '아이폰X'를 공개했다. 눈여겨볼 건 '페이스아이디'다. 애플은 아이폰X에서 홈 버튼을 없애며 지문인식 기능도 없앴다. 그러면서 지문 대신 얼굴로 사용자를 인증하는 기능을 넣었다. 전면 카메라에 얼굴만 갖다 대면 잠겼던 아이폰X 화면이 스르르 열린다. '얼굴로 잠금 해제'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얼굴인식 기술이 새로운 건 아니다. 알리바바는 9월 초, 얼굴인식 결제 서비스를 알리페이에 도입했다. 중국 항저우 KFC 매장에 도입된 '스마일투페이'다. 이용자가 무인 주문대에서 메뉴를 선택하고 카메라를 보며 웃으면 결제가 이뤄진다. 인식 시간도 1∼2초로 짧고 짙은 화장이나 가발을 써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사람 얼굴을 감지해 유사한 얼굴을 비교하는 '페이스 API'를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으로 제공한다. 아마존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귀에 갖다 대면 앞면 카메라가 사용자 귀 모양을 인식해 잠금 해제하는 특허를 2015년 6월 취득했다. 국내에선 15년 전부터 출입 통제 시스템에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했다.

오랜 역사만큼 실패도 많았다. 페이팔은 2013년부터 얼굴인식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연착륙에 실패했다. 구글도 2016년 3월 사용자의 얼굴과 사진을 매칭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결제하는 '핸즈 프리' 앱을 선보였지만, 1년여 만인 올해 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기술 완성도가 낮고 사용자경험(UX)도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나온 삼성전자 '갤럭시S8'도 지문·홍채 인식 기술과 더불어 얼굴인식 기술을 기본 탑재했다. 하지만 얼굴 사진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추는 것만으로도 잠금 해제되는 영상이 공개되며 보안 논란이 일었다. 2015년 독일 SR연구소는 사용자 얼굴 모형을 떠서 마이크로소프트 생체인식 로그인 시스템 '윈도 헬로'를 가볍게 뚫기도 했다.

아이폰X의 얼굴인식 기술은 이전보다 훨씬 정교해졌다. 애플은 아이폰X에 내장된 트루뎁스 카메라로 얼굴에 3만 개의 점을 찍어 분석해 얼굴 주인을 매칭한다. 얼굴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만큼, 꼭 정면을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애플은 얼굴을 가리거나 모자·수염·안경이 있어도 인식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실제 10억 개 이상의 얼굴을 실험했다고 한다. 보안이 뚫릴 확률도 기존 터치아이디가 5만분의 1인 데 비해, 페이스아이디는 100만분의 1로 대폭 강화됐다. 애플 쪽은 페이스아이디 데이터가 아이폰 칩 내부 보안 영역에 저장되므로 유출될 염려가 없다고 했다. 페이스아이디는 두 눈 뜨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만 동작한다. 잠자는 사이 몰래 얼굴을 찍어도 잠금은 해제되지 않을 것이란다.

마냥 감탄하고 즐거워할 일은 아니다. 얼굴을 노출하는 이 자연스러운 행위가 개인정보를 송두리째 도난당하는 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마이클 코신스키 교수가 9월 초 발표한 논문을 보면 이 걱정은 더욱 또렷해진다. 코신스키 교수는 심층신경망을 이용해 얼굴 사진만으로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 지능은 물론 성적 취향이나 잠재적 범죄 가능성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얼굴만으로 내 '아이덴티티'가 데이터화해 다른 이에게 해킹당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애플 얼굴인식 기술도 빈틈은 남아 있다. 보안 전문가인 마크 로저스 클라우드페어 연구원은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나 아니면 누군가는 분명히 페이스아이디를 뚫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란성쌍둥이를 완벽히 구분할 수 있을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정보인권 보호는 용접과도 같다. 개인정보가 새나갈 틈새를 부지런히 찾아내 메워야 한다. 애플이 올가을 '아이폰X'를 출시할 때 어떤 기능을 보완할지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아이폰 출시 10주년, '공공의 정보'가 되는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첫 관문도 함께 열렸다. 이에 대비하는 논의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