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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3대 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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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이 화두다. 인터넷에도 3대 적폐가 있다. 액티브X, 게시물 임시조치, 인터넷실명제다.

첫째, 액티브X의 폐해는 굳이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 공감할 것이다. 이는 득이 없고 실만 가득한 인터넷 초기에 탄생한 구닥다리 플러그인이다. 창조주인 마이크로소프트조차 그 한계를 인정했건만 잔재로 민폐를 이어가고 있다. 새 정부가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폐지 약속을 온라인 정책 제안 플랫폼 '광화문1번가'에 내건 만큼, 이번엔 인공호흡기를 제대로 뗄지 지켜볼 일이다.

둘째, 게시물 임시조치는 인터넷 게시물을 게시판 운영업체가 임시로 차단할 수 있게 허락한 법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 2에 규정돼 있다. 특정인이나 기업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거나 다툼의 불씨가 있는 게시물을 시시비비가 명확히 가려질 때까지 임시로 외부 접근을 제한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사회적 논란이 된 기업이나 정치인이 자신의 잘못을 꼬집는 글을 포털에서 차단하는 용도로 악용돼왔다. 임시조치는 뒤가 구린 이들에게 급한 불을 끄는 소화기요, 소나기를 피하는 우산이었다. 이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개선을 약속했으니 변화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실명제, 엄밀히 말해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있다. 인터넷실명제는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7월 정보통신망법 제44조 5에 따라 시행됐다. "인터넷상의 언어폭력,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개인정보 유출 등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악성 게시물을 막기 위해서"란 취지였다.

실명을 공개하고 글을 쓰게 하면 '악플'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지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010년 인터넷실명제 효과를 연구한 논문에서 "실명제 실시 이후 게시글의 비방과 욕설 정도는 줄어들지 않았고 글쓰기 행위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실명제의 본질은 인터넷 공론장에서 '민증 까고' 의견을 표명하라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나를 추적할 수 있는 세상은 곧 감시사회다. 감시사회에서 글쓴이는 자기검열에 빠지고, 표현의 자유는 위축된다.

실명제의 또 다른 폐해는 개인정보 유출이다. 인터넷 게시판 운영자는 가장 손쉬운 본인 확인 방법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받아 서버에 보관했다. 그러다보니 해킹이나 사고로 주민등록번호가 대량 유출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인터넷실명제는 2012년 8월23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내리며 사실상 폐지됐다.

이 낡은 'e시대'의 유령이 중국에서 부활했다. 중국이 10월부터 인터넷 댓글 실명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인터넷안전법을 만들었다. "과거 온라인 댓글이 거짓 소문과 불법 정보 등을 전파하는 문제를 일으켰다"는 중국 사이버관리국의 설명이 낯익다.

이 법이 시행되면 중국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는 사용자를 등록할 때 반드시 본인 확인을 해야 하고, 이용자 정보도 서버에 저장해야 한다. 이 법은 인터넷 게시판뿐 아니라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사회질서를 혼란에 빠뜨리는 정보면 모두 검열 대상이다. 중국 정부는 이 기술적 조치를 ISP에 떠넘겼다. 바이두나 알리바바, 텐센트가 정부 문지기가 되는 꼴이다.

중국은 이른바 '만리방화벽'으로도 악명 높다. 만리방화벽은 중국 정부의 자국민 검열 시스템이다. 인터넷으로 들어가는 관문을 틀어막고, 허가된 정보와 서비스만 골라 들여보내는 장치다. 어차피 마음먹고 검열하는 마당이니, 실명제 하나 얹는 게 놀랍진 않다. 중요한 건 검열 당국이 끊임없이 던지는 메시지다. "그 입 다물라!" 압박에 길들여지면 감시도 일상화된다. 우리가 힘들게 건너온 수렁으로 중국은 발을 들이밀고 있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