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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에게 주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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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M네덜란드항공은 올해 3월 말 '새 직원'을 고용했다. 이 신입사원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여행 일정 확인부터 체크인 알림, 항공기 발권, 예약 변경 관련 고객 응대까지 처리한다. 고객 불평이나 항의에도 화내거나 퉁명스레 대꾸하지 않는다. 분쟁 소지가 줄면서 다른 직원들은 스트레스와 업무 부담을 덜었다. 고객도 예약을 변경하느라 전화기를 붙잡고 '옛날 직원'들과 씨름할 일이 없어졌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이 도우미는 '페이스북 메신저봇'이다. 페이스북이 지난 4월 초 개발자 회의 'F8 2016'에서 처음 선보였다. 메신저봇은 인공지능 채팅 로봇(챗봇)이다. 방대한 데이터, 기계학습 방식인 딥러닝을 기반으로 사람 도움 없이도 질문에 답해주고 대화하는 알고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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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M은 "인공지능 승무원을 공개한 첫 달에만 11만5천여 명의 고객이 이용했다"고 전했다. "물론 챗봇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보조원일 뿐 직원 노동을 온전히 대체하진 않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그렇지만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먹지도 잠들지도 않는 이 똑똑하고 왕성한 직원이 인간의 노동과 스트레스를 덜어준다면.

챗봇은 이제 갓 말문을 떼는 단계다. 그렇지만 성장 속도는 무섭다. 5월 말 현재 페이스북 챗봇용 서비스를 개발 중인 기업은 1만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한발 더 나아갔다. 아예 음성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지난 3월 말 내놓았다. 이용자는 스마트폰이나 PC 모니터를 쳐다보지 않고 알렉사와 친구처럼 대화하며 쇼핑을 즐긴다. 심지어 굳이 물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알렉사와 대화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구글도 챗봇 보급에 열성이다. 구글은 지난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 '구글 I/O'에서 모바일 메시징 응용프로그램(앱) '알로'를 선보였다. 이용자가 묻는 말에 자동으로 정보를 찾아 답변해주는 인공지능 비서다. 또 구글 어시스턴트를 음성 대화로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스피커 '구글 홈'도 함께 선보였다.

음성비서의 강자, 애플도 꿈틀거린다. 애플은 6월 '세계개발자 회의(WWDC) 2016'에서 음성비서 '시리'의 API를 공개하고 이른바 '시리 스피커'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에 맥북에 시리가 내장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3월 '빌드 2016' 콘퍼런스에서 챗봇과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봇 프레임워크'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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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도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채팅 앱에 눈독 들인다. <워싱턴포스트>는 캐나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개발한 채팅 앱 ''을 활용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기간에 선거 소식을 알려주는 'NYT 선거봇'을 지난 2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어떤 게 더 편리할까. 화환을 주문하기 위해 꽃배달 앱을 내려받고, 회원 가입을 하고, 주소와 연락처를 입력하고, 상품을 고르고, 결제 정보를 넣어 주문할 것인가. 메신저를 열고 '우리 집에 내일까지 3단 화환 하나만 보내줘'라고 말할 텐가.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