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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크면 좋은 의학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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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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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나오는 연예인을 실제로 본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얘기합니다. "예쁘고 잘생겨서 한번 놀라고 얼굴 크기가 너무 작아서 두 번 놀랐다"라고요. CD 한 장, 심지어 손바닥 하나로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연예인이 있다고 하니 정말 연예인들은 얼굴이 작긴 작나 봅니다. TV에서는 실제 인물보다 더 통통하고 펑퍼짐하게 나오는 특징이 있다고 하니 PD 입장에서는 연기력이 똑같다면 얼굴이 작은 사람을 더 선호할 것 같습니다. 얼굴이 작을수록 8등신, 9등신에 가까운 비율로 TV화면에 나올테니까요.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언제부턴가 얼굴이 작은 사람이 대접받고 얼굴이 큰 사람이 무시당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예능 방송에서도 머리 큰 사람을 "대두", "대갈장군" 이라고 마구 놀리며 하급인간 취급을 합니다. 물론 장난이겠지만요. 여기에 머리 큰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희소식이 있습니다. 최근 머리둘레가 작을수록 치매에 더 잘 걸린다는 학설이 점차 정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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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 신경학 분야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연이어서 머리둘레가 작을수록 치매가 잘 생길 뿐 아니라 더 이른 나이부터 치매 증상이 나타나고 치매 증상이 더 빨리 진행되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영문교과서에는 '작은 머리둘레가 치매의 위험요인이다'라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2011년 국제노인정신의학 학술지에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전 세계 7개 나라 11개 지역의 노인 14,960명의 머리둘레를 쟀는데 평균값이 대개 54-55cm 정도 되었습니다. 인종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서 인도인이 가장 머리둘레가 작고 중국인은 중간 정도 남미로 갈수록 머리둘레가 커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종합해보면 결론은 머리둘레가 작을수록 치매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머리둘레가 얼마나 작아야지 치매의 위험이 높아질까요.

10년 전 쯤 필자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1,902명의 노인들에게 머리둘레를 재고 인지기능과 APOE 유전자를 조사했습니다. 대상자의 머리둘레 평균값은 54.3cm였지만 가장 작은 사람은 48cm였고, 가장 큰 사람은 63cm까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하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은 머리둘레가 53cm 미만인 사람들이었는데 놀랍게도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인지기능이 더 나빴고, 치매에 나쁘다고 알려진 APOE 유전자에 대한 영향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갑자기 내 머리둘레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지시나요? 지금 당장 아주 간단하게 머리둘레를 잴 수 있습니다. 준비도구는 줄자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만일 줄자가 없으면 노끈으로 먼저 머리둘레를 재고, 일반자로 그 길이를 다시 재면 됩니다. 노끈이 없으면 컴퓨터 마우스 줄을 뽑아서 사용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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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왼손으로 자신의 뒤통수를 한번 만져 봅니다. 한가운데 정수리에서 뒷목으로 내려가다 보면 뒤통수 부분에 머리뼈가 유난히 톡 튀어나온 부분이 있습니다. 의학용어로는 바깥 뒤통수뼈 융기(protuberance occipitalis externa)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줄자나 노끈으로 뒷머리는 이 부위가 지나게 하고 앞머리는 눈썹 위를 지나게 해서 머리둘레를 재면 됩니다. 정말 간단하지요. 당신의 머리둘레는 얼마입니까?

그렇다면 뜬금없이 도대체 머리둘레와 치매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최근 여러 학자들이 머리둘레는 어릴 때 얼마나 뇌가 성숙했었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간접지표라고 얘기합니다. 머리둘레는 뇌를 보호하는 두개골이라는 뼈의 바깥부분을 재는 것이지만 결국 어릴 적 뇌가 얼마나 크게 자라고 충분히 성숙했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임신을 하게 되면 모든 산부인과 의사들이 임신부들에게 정기적으로 초음파 산전 진찰을 받으라고 권고합니다. 진찰 항목 중 필수항목이 바로 태아의 머리둘레입니다. 머리둘레의 크기를 측정하는 이유는 출산 시 정상 분만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목적도 있지만, 주로 태아의 발육상태 또는 뇌영양상태를 예측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실제 임신 주수와 비교해서 아기의 머리둘레가 너무 작으면 태아의 영양상태가 너무 안 좋은 게 아닌가 의심을 하고, 뇌 발육에도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뇌가 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큽니다. 고래의 뇌는 체중의 1/2000 수준이고 침팬지는 1/100 수준인데 인간은 1/50 수준이니 가히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래든 침팬지든 인간이든 초기단계에서는 뇌의 크기가 모두 같습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만들어지고 세포분열을 통해 뇌가 생기는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만 유독 어린 시절 특정시기에 뇌가 갑자기 폭풍성장을 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6살 때 벌써 성인 뇌 크기의 93%까지 자랍니다. 이후 속도가 늦춰져서 결국 여자는 11.5살 때, 남자는 14.5살 때 최대로 뇌의 크기가 커집니다. 그리고 이후부터 뇌의 크기는 조금씩 줄어들지만 질적인 성숙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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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린 시절 뇌가 폭풍성장을 하면서 최대한 커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다른 동물과 달리 십여 년 동안 두개골 뼈도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로 열려있게 됩니다. 숨골이라고 불리는 갓난아이의 정수리부위가 딱딱하지 않고 물렁물렁한 것도 두개골 뼈가 닫혀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12세-15세가 되어야 비로소 수지봉합선이라고 불리는 두개골의 봉합부위가 닫히게 되지요. 이때가 되면 뼈가 완전히 붙어버리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이 시기 이후부터는 머리둘레가 더 커지지 않는 것입니다. 광대뼈나 턱뼈는 이후에도 계속 자라기 때문에 얼굴 모양과 크기가 계속 달라지지만 머리둘레는 변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중, 고등학생 시절에 썼던 모자를 성인이 되어 써도 크기가 맞는 것입니다.

만일 영양결핍이든 다른 이유로 두개골의 크기가 작은 상태로 고정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두개골 속에 있는 뇌가 아무리 더 커지고 싶어도 두개골 내 공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뇌성장과 발달에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머리둘레가 너무 작게 나와서 깜짝 놀라는 분들도 있을까봐 미리 말씀드리자면 치매는 10개 이상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위험도가 올라가고 내려갑니다. 머리둘레는 단지 어린 시절 최대 뇌성숙 정도를 반영하는 간접 지표일 뿐이며 다른 요인과의 상호관계에 따라 치매발생의 위험이 달라지게 됩니다.

오늘부터 머리 큰 사람들은 당당하게 어깨를 활짝 펴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너무 자만하거나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머리둘레와 얼굴크기는 전혀 다른 개념이니까요. 얼굴이 작아도 짱구형태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면 머리둘레가 크고, 얼굴이 커도 뒷머리가 납작하면 머리둘레가 작습니다. 아무튼 이번 기회에 남들보다 머리 크다고 기죽어 다니는 분들은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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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