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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 범죄' 피해자를 돕는 단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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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운로드하다 음란물 광고 배너에서 익숙한 몸을 보고는 두 눈을 의심했던 A씨. 광고 배너에 나온, 벌거벗은 여인은 분명 자신이었다. B씨는 우연한 기회에 몇 년 전 한 모텔에서 성관계를 하고 있는 자신의 영상을 발견했다. 그 영상은 모텔의 창문 바깥에서 제삼자가 촬영한 영상이었다. C씨는 지인이 비밀 계정으로 보낸 메시지를 통해 전 연인과 촬영한 영상이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모두 '리벤지 포르노'라는 불법 성행위 동영상 유포 범죄의 피해자들이다.

리벤지 포르노는 헤어진 연인이 복수하려는 목적에서 상대방의 허락 없이 인터넷상의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한 성행위 영상을 말한다. 한국의 리벤지 포르노 범죄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P2P 사이트는 미래부 추산 60여 곳에 달하며 이 중 활발하게 동영상 등이 공유되는 사이트는 40여 곳 남짓이다. 리벤지 포르노 영상이 유포되는 실태를 알기 위해 TOP 5 사이트에서 불법 성행위 동영상을 검색하는 키워드인 '국노(국산 노예라는 뜻)', '골뱅이(술에 만취한 여성을 지칭하는 말)' 등의 단어를 검색해봤다.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국노라는 키워드를 치자 사이트마다 평균 20만 개에서 많게는 39만여 개의 동영상이 검색됐다. P2P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들 중에는 어디 누구라고 지역과 실명을 거론하거나 어느 학교 몇 학번, 어느 회사 누구라고 써놓은 제목들도 있었다. '여친이다', '친구다' 주장하는 제목도 있었다. 제목은 하나같이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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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P2P 사이트 '국노' 검색 화면

P2P 사이트에서 검색으로 나오는 성기 노출 성행위 영상의 대부분은 리벤지 포르노라고 보면 된다. 촬영 감독, 배우 등의 이름이 없다면, 그 영상은 리얼'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리얼'인' 불법 영상이라는 이야기다.

리벤지 포르노 범죄의 피해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피해자 대다수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고 외출조차 꺼린다. 이민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눈으로 강간'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가해자들은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피해자들은 뜻밖의 시기에 뜻밖의 장소에서 촬영당한 자신의 모습을 뜻밖의 순간에 발견하게 된다. 어느 누구도 리벤지 포르노 범죄로부터 100% 안심할 수는 없다.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이 이별 통보를 받고 나서 분노로 눈이 뒤집히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다. 또, 사랑을 나눴던 장소에 누군가 숨겨놓은 몰래카메라가 없을 거라 확신할 수도 없다. 리벤지 포르노 동영상을 보며, "몸 간수를 잘하지 못해서 그런 거야"라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악질적인 범죄의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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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트 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리벤지 포르노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원한다면 모든 과정을 도와주는 단체다. 이메일과 대표 전화를 통해 피해 신고나 문의를 받고 있다.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공익적 성격의 민간단체로, 피해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모두 무료로 진행한다.

피해자 지원팀장 효린(활동명) 씨는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기가 노출된 영상을 일일이 직접 캡처해 제출해야 하고, 남성 수사관 앞에서 피해 사실을 낱낱이 구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피치 못한 일이지만 피해자에게는 상처일 수밖에 없다. 저희 센터에서는 피해자가 원할 경우 경찰서 신고에 동행하고, 법률 자문을 지원하며,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트라우마 심리 상담 치료 등의 케어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법률 지원, 심리 치료 등은 뜻을 같이하는 전문 기관과 연계해 도움을 받고 있다.

피해 영상 삭제 역시 비용을 받지 않는다. 현재 매달 100명이 넘는 사이버 성범죄 피해자들은 사이버 장의사에 달마다 몇 백만원 씩을 내고 동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사이버 장의사에 삭제를 요청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은 법적인 규제 방안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영상 삭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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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대응센터 피해자 지원팀장 효린(활동명) 씨

효린 씨는 "우리 센터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하루 한 번 정도 문의 또는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신고가 접수되는 피해자들을 감당할 수 있다. 만약 내년에 서울시나 정부로부터 기금을 받게 된다면 더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누군가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힘든 분들이 있다는 걸 이해한다. 잘못한 거 없으니 떳떳하시라는 둥의 말을 함부로 드리지 않겠다. 다만 괜찮으시다면, 저희 단체에게 도움을 요청해주시면 좋겠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사이버 성범죄는 신고가 늦어질수록 범죄가 확산되는 정도가 심해진다. 리벤지 포르노 영상은 통상적으로 4~5개 제목으로 유포된다. 영상 삭제는 제목을 검색해 삭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신고가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통상적인 견해다.

자신이 사이버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 받아들이기 괴롭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부디 아무 잘못 없는 피해자분들이 세상을 버리지는 않으셨으면 한다. 여러분을 도와주고 싶어 손을 뻗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의 손가락질을 보지 말고 따뜻한 마음으로 내민 손을 잡으시길 바란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www.cyber-lion.com (문의) cybersv.hotline@gmail.com 070-8830-9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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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