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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키 아토피' 진단부터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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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basebo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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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준홍 (오월의아침피부과 원장)

최근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들 사이에서 모 한의사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인 '안아키'에 대한 이야기가 큰 관심사가 되었다. 필자도 피부과 전문의로서 관심을 가지고 '안아키' 카페에 대한 기사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그런데 기사에 나온, 안아키 치료를 통해 아토피 피부염이 자연 치료되었다(고 주장하)는, 온 얼굴에 딱지가 앉아있는 환아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떠올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 아이에 대해 깊은 안쓰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환아는 잘못된 진단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고통까지 겪었기 때문이다. 또, 자칫하면 치명적인 상황에 빠질 뻔했다.

안아키에 올라온 환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아토피피부염이 아니라 카포시수두양발진(Kaposi's varicelliform eruption)이다. 카포시수두양발진은 가벼운 잔물집성 발진으로 나타나는 바이러스의 피부감염이 선행피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전신성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경우를 말하며, 대부분 어린아이에서 발생한다. 선행피부질환으로는 아토피피부염이 가장 흔하며, 선행질환이 심하고 치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악화된다.

카포시수두양발진의 경과는 10일 정도의 잠복기 후 나타난다. 전신피부에 잔물집들이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해 고름물집으로 변하며, 피부 발진 후 2-3일 후 고열을 동반하게 된다. 4-5일 후 열이 내리면서 고름물집이 딱지로 변하고 반흔을 남기면서 치유되는 과정을 거친다.

중요한 것은, 드물지만 전신감염으로 진행하여 환자가 치명적인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불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토피피부염이 평소 잘 관리되었다면 카포시수두양발진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고열과 함께 참기 어려운 심한 소양감 등 아이가 겪었을 고생, 그리고 피부에 남게 될 반흔(흉터) 때문이며,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전신성 감염에 의한 치명적인 결과는 초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포시수두양발진을 예방하려면 심한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환자는 활동성 단순포진 환자와의 접촉을 피해야한다. 그리고 심한 아토피피부염환자에서 딱지가 생긴 경우 반드시 카포시수두양발진을 의심하고 피부과전문의에게 진료 받아야 한다. 심한 경우 가능한 빨리 항바이러스제를 정맥주사하는 것이 좋으며 초기 가벼운 증상인 경우라도 항바이러스제를 경구 투여해야 한다.

안아키 사태를 통해 우리는 적절한 진단과 제대로 된 치료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약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이 한 아이의 목숨까지 위협할 뻔 했다. 약물만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며,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올바른 치료기회를 제공해줘야 하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카포시수두양발진으로 인한 함몰성 흉터는 다행히 깊게 발생하지 않으므로 나중에 잘 치료될 수 있다.

이 운 좋은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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