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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o 2 다이어트'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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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T CLOCK
kutaytanir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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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나의 하버드레터 | 8 to 2 다이어트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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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보스턴 공항에서 한 수녀님과 인연이 닿게 되었는데요. 보스턴에서 출발한 비행기에서 내려 뉴욕 JFK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 탑승구를 찾아가는 길이 꽤나 긴 여정인데, 마침 수녀님과 비행기가 같아서 같이 동행하게 되었답니다.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저의 직업병(?)이 발동하여 ^^;;
"수녀님은 보스턴에서 지내시는 동안 식사는 주로 어떻게 하셨어요?"
라는 질문을 결국 하게 되었지요.

수녀님께서는 아침 식사로 과일과 작은 와플 하나를 드시고 하루를 견디시다가
저녁때 밥을 지어서 드신다고 하셨습니다.

수녀님께서는 가방에서 초콜릿 바 하나를 꺼내 저에게 반을 딱 나눠주시면서,
"이것이 오늘 제 아침이랍니다"
하시며 아름답고 환한 미소를 지으셨는데요.
(솔직히 수녀님 아침을 빼앗아 먹는 거 같아 죄송스러워 거절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예의가 아닌 거 같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
이렇듯 수녀님께서는 소식을 실천하고 계셨는데요.

저는 불교 신자여서 스님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았는데, 스님들도 대부분 소식을 실천하신답니다. 특히 스님들 중에는 '오후 불식'이라 하여 점심 식사 이후로는 물이나 차 이외에 다른 음식을 드시지 않으면서 정진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오늘은 이 칼럼을 통해, '무엇'을 먹고, '얼마나' 먹느냐 못지않게 '언제' 먹느냐도 우리 건강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볼까 합니다.

'야식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많은 분들에게 상식일 텐데요. 결국 이 글의 핵심 메시지도 '밤에는 먹지 말라' 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우리에게는 '일(日)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 있는데요. 우리의 행동 및 생리학적 현상들이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특정한 패턴을 형성하고, 이러한 리듬이 매일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일컫습니다.
즉, 우리는 하루 중 특정한 시간대에 활동하고, 다른 특정한 시간대에 잠을 자며,행동뿐만이 아니라 몇몇 호르몬의 분비도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분비가 왕성하고, 다른 특정한 시간대에는 분비가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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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주기 리듬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태양에서 오는 빛입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에 의해 낮과 밤이 결정되고, 오랜 기간 동안 인류는 낮에 주로 활동을 하고 음식을 섭취했으며, 밤에는 휴식을 취하고 굶어 왔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주기로 낮과 밤에 따른 특정 행동들이 (예: 활동-휴식, 식사-금식)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 몸은 이러한 규칙적인 리듬에 보다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하여, 낮에는 활동 및 음식의 소화/흡수/저장이 최적화될 수 있게, 밤에는 수면 및 저장된 영양분 분해가 최적화될 수 있도록 호르몬 분비를 통해 우리 몸을 미리 세팅시켜 놓게 됩니다.

따라서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위해서는, 낮과 밤에 따라 세팅된 일주기 리듬에 부합하여, 낮에 활동하고 음식 섭취를 하며, 밤에 수면을 취하고 금식을 하면 된다는 가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음식을 먹는 시간대가 체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창기에 있고, 주로 동물 실험을 통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작년 한 비만학회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인간도 일주기 리듬에 순응하여 음식을 먹는 시간대를 조절하면, 식욕 및 체중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를 제시했답니다.

알라바마 주립 대학교의 Courtney Peterson박사 연구팀에 의해 진행된 연구로, 초창기 연구 분야이다 보니 참가자 수는 8명으로 적었습니다. 30세 전후의 과체중 또는 비만인 남녀 참가자들은, 각자 두 가지 방법의 식사 방법을 따랐는데요.

동일한 총 칼로리를 섭취하되, 한 방법은 가장 대중적인 식사법으로 오전 8시와 오후 8시 사이에 세 끼를 섭취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 방법은 오전 8시와 오후 2시 사이에 세 끼를 섭취 후 그 이후에는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각각의 방법을 4일 동안 실시한 후 여러 가지 지표들을 측정했는데요.

하루 중 음식을 먹는 시간을 오전 8시에서 오후 2시 사이로 제한했을 때, 지방 연소율이 증가했고 허기를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참여자 수도 적고, 단기간에 진행되었다는 큰 제한점이 있지만,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주기 리듬이 낮일 때 음식을 먹으면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우리 몸에서 일주기 리듬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뇌와 말초 기관(예:근육, 지방, 간)에는 생체 시계 (biological clock)라는 것이 있습니다. 24시간을 주기로 하여 낮과 밤을 인지하는 시계와도 같은 것인데요.

뇌의 생체 시계는 빛을 감지하여 낮과 밤을 구분하고, 말초 기관들의 생체 시계들은 뇌의 생체 시계에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또한 음식 섭취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아, 음식을 섭취하면 낮으로 인지하고, 금식을 하면 밤으로 인지한답니다.

낮과 밤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현대인의 경우, 뇌의 생체 시계가 인지하는 낮과 밤, 말초 기관들의 생체 시계들이 인지하는 낮과 밤이 서로 불일치하게 되는데요.

의도적으로 낮일 때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뇌의 생체 시계가 인지하는 낮과 밤, 말초 기관들의 생체 시계들이 인지하는 낮과 밤이 서로 일치하게 되어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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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시면서,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을 떠올리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하루 세끼 식사 시간을 오전 8시와 2시 사이에 제한하는 이 식사법은 early time-restricted feeding(편의상 '8 to 2 다이어트'로 칭함)이라고 정의돼있습니다. 두 식사법은 장시간 공복 시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의 경우 자유롭게 공복 시간을 정하고 그에 따라 자유로운 시간대에 음식 섭취를 할 수 있지만, 8 to 2 다이어트의 경우 음식 섭취 시간을 낮 시간인 오전 8시에서 2시 사이로 해야 한다는 추가적인 사항이 있기에, 일주기 리듬을 고려한 간헐적 단식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위 연구를 주도하신 Courtney Peterson 박사님께서 3월에 하버드에 오셔서 세미나를 하셨는데요. 아직 논문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간헐적 단식에 비해 8 to 2 다이어트가 혈당을 포함한 여러가지 심혈관 질환과 관련된 지표들을 개선하는데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식사법을 자신 있게 추천하기 전까지는 더 많은 후속 연구들이 필요하지만, 새로운 다이어트법들이 소개될 때마다 한 번씩은 시도해보는 저로서는, 오늘부터 약 한 달 정도 이 식사법을 실천해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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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인류의 진화 속도는 급격한 사회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에, 아무리 우리가 최첨단 시대에 살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의 몸은 아직도 먼 옛날 선조들과 비슷할 것입니다.
따라서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낮과 밤에 따른 일주기 리듬은 아직도 우리 건강을 좌우하는데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순응하여, 가능하면 낮일 때 음식을 섭취하고, 밤일 때 금식을 하고자 하는 노력은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