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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대상 잠복결핵 검진사업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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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전국의 고등학교 1학년 학부모들은 일제히 생소한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잠복결핵감염 검진사업에 참여해달라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고교생들에게 결핵환자가 많으므로 혈액검사를 통해 잠복결핵 여부를 확인하고 감염 양성자는 약물로 치료하겠다는 취지다. 모두 무상으로 이뤄진다며 검진과 치료에 동의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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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잠복결핵 검진사업이란 무엇일까. 고1 학생들의 피를 뽑아 IGRA라는 검사를 통해 결핵균이 몸에 숨어 있는지 알아내는 사업이다. 과거 결핵균에 노출된 사람은 잠복결핵 상태로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기침과 각혈 등 증세를 일으키고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킨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결핵이 사망원인 1위였을 정도로 결핵이 많아 인구의 30%는 잠복결핵 상태로 본다. 이들을 미리 찾아내 약물치료를 통해 결핵균을 죽여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전염시키지 못하도록 예방하자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취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의학적으로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의사나 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들에겐 잠복결핵 검진이 필수적이다. 아픈 환자를 대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대 청소년 수십만명을 대상으로 국가에서 한꺼번에 검진을 권유하는 일은 전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결핵이 워낙 많아서라고 하지만 전국의 고1 학생들 60만명이 한꺼번에 피를 뽑아야 한다. 양성자가 30%라면 20만명이 약물치료 대상자다.

아이나란 항생제를 매일 9개월 동안 먹어야 한다. 아니면 아이나와 리팜핀 두 가지를 매일 3개월 동안 먹어야 한다. 이게 보통 일인가.

헬리코박터가 위암을 일으킨다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감염자이며 실제 감염자 중 위암 발생률도 매우 낮기 때문에 수천만명의 감염자에게 국가 세금으로 항생제를 먹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게다가 잠복결핵 양성이 나와도 100% 정확한 것이 아니다. 위양성이 많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호흡기중환자학회지에 따르면 혈액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도 2개월 후 재검사해보면 30%에서 음성으로 나온다고 한다. 가령 20만 명이 약물치료한다면 7만 명 가량이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되는 셈이다.

정말 잠복감염이 맞다 해도 이중 전염성을 띤 활동성 결핵으로 악화될 확률은 평생 10%로 본다. 나머지 90%는 아무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10%도 작은 숫자는 아니지만 90%가 불필요한 약물치료를 수개월씩 받는 것도 더욱 간과할 일이 아니다.

약물치료의 효능도 완전하지 않다. 가정통신문엔 90%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60% 정도만 효과가 있다는 논문도 있다. 몇 달씩 약을 먹어도 결핵에 걸릴 학생들 숫자가 제법 많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부작용이다. 이들 약제는 0.1%에서 간독성이나 말초신경, 신독성 등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양성 판정자 20만 명이 모두 복용한다면 200명에게 발생한다는 뜻이다.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어쩌면 별일 없이 지나갈 수도 있었을 잠복결핵을 고치느라 치명적인 간이나 콩팥의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잠복결핵을 알기 위한 혈액검사는 키트를 포함해 일선 병원에서 개당 7만 원에서 10만 원 가량 소요된다. 정부 예산으로 싸게 일괄 구입한다 해도 수십만 명이 받는 검사이므로 수백억 원이 든다.

절차가 민주적이지 못한 것도 문제다. 3월 13일 서울교총엔 서울과 인천 지역 보건교사들이 수백 명 모였다. 15일엔 경기와 강원 지역 보건교사들이 모였다. 고교 1학년 대상 잠복결핵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긴급 소집된 자리였다.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 결핵협회 등이 주관했다. 충청도를 대상으로 3년간에 걸친 시범사업을 통해 필요성이 인정돼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하니 협조해달라는 설명을 들었다.

보건교사 단체인 보건교육포럼 우옥영 이사장은 "전교조와 교총을 포함한 보건교사 단체 모두 교육부로부터 잠복결핵사업 전면실시에 대한 사전 설명이나 양해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번갯불에 콩 볶듯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는 비판이다. 실제 설명회 현장에서도 많은 보건교사들이 당혹했다고 전한다. 갑자기 아이들에게 피를 뽑고 수개월씩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보건교사조차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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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보건사업이 맞다.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80명으로 OECD 전체 1위다. 약물에 듣지 않는 내성 결핵균도 늘고 있다. 그러나 결핵 발생률은 전체적으로 과거보다 확연히 줄고 있다. 10대 사망원인에서 빠진 지도 오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5년 3804명이 결핵으로 숨졌지만 2015년엔 2019명이 사망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과 병의원과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잠복감염검진 의무화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 세계 유례 없는 고1 대상 집단 검사와 약물치료엔 고개를 갸우뚱한다. 실제 자신의 고1 아들을 통해 가정통신문을 받았다는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A교수는 "드물지만 이들 약제 가운데 전격성 간염이란 치명적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누가 법적 책임을 질지도 모호하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모대학병원 호흡기내과 B교수는 "검진과 약물보다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는 학교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학업과 스트레스, 패스트푸드 남용 등 영양 불균형과 PC방과 게임 등 운동부족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알다시피 결핵은 컨디션이 좋아 면역력이 올라가면 설령 균이 있어도 평생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관심을 가져야할 곳은 정작 이런 곳인데 엉뚱한 곳을 들쑤시며 헛심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검진은 학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가정통신문을 보면 부작용에 대한 설명과 위양성에 대한 설명 등 잠복결핵검진이 지닌 약점들이 하나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다. 의학지식에 짧은 학부모들은 대부분 무료이고 결핵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니 동의할지 모른다. 투명하고 정직하지 못하다.

학부모들에게 부탁드린다. 동의에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부는 좀 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신중하게 시행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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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