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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유전자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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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나의 하버드레터 |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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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은 완연한 봄이 온 것 같은데 보스턴은 며칠 전에도 눈폭풍이 와서 학교 전체가 일일 휴교를 하였답니다^^
제가 보스턴에서 지내온 지도 어느덧 11년이 되어가는데요~ 보스턴을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할 것 같아요^^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 드라마 도깨비 대사 -)

아무튼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고 인데요~

이것이 바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논문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건강은 크게 두 가지의 영향을 받는답니다.
바로 '유전자'와 '환경' (예: 식생활 습관)인데요.
이 두 요소들의 힘겨루기 결과가 곧 우리의 건강 상태로 나타나게 되지요.

어떤 질병에는 유전자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여 마치 운명처럼 병에 걸리고, 다른 질병에는 환경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여 인간 의지에 따라 병에 걸리냐 마느냐가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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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름이 다가올수록 관심사가 높아지는 비만 및 체중 감량의 경우 '운명과 의지 사이' 어디쯤 있을까요?

소위 살을 찌게 한다는 비만 유전자를 논할 때 가장 대표적인 유전자가 바로 FTO 유전자(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gene)인데요.
비만 유전자들 중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유전자랍니다.
이 FTO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생기게 되면 식욕이 증가하고 포만감이 낮아지며 지방 세포의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기에, 그러한 사람들은 변이가 없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3kg 정도 체중이 더 나가며, 어릴 적부터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FTO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이후 '비만은 저주받은 유전자 탓이다'라는 문구가 많이 떠돌았는데요.

여기서 잠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FTO 유전자 변이가 없다고 해서 평생 날씬하게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 FTO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해서 100% 비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지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질 뿐이고, 이러한 확률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체중을 감량하고자 노력할 때, FTO 유전자 변이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비만의 위험도를 높이는 FTO 변이가 있는 사람일수록 체중 감량이 더 힘든 것일까요?
이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세계적 권위의 영국의학회지(British Medical Journal)에 등재된 논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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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들이 식이요법, 운동, 또는 약물 치료와 같은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체중 감량을 시도할 때, FTO 유전자 변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이어트 성공률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비교했답니다.

연구 참가자들은 총 9563명으로서, 다양한 연령층 (28세-74세 사이)의 북미, 남미, 유럽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체중 감량을 도전하기 전 평균 체질량지수는 약 32 정도였답니다. 즉 키가 175인 남성인 경우 98킬로, 키가 160인 여성의 경우 82킬로 몸무게에 해당하는 비만도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10주- 3년에 걸친 다이어트 결과, FTO 유전자 변이가 있든 없든 식이요법, 운동, 또는 약물 치료에 의한 체중 감량 효과는 비슷했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다이어트 방법, 기간, 남녀, 인종, 다이어트 시작 전 비만도에 관계없이 모두에게서 관찰되었답니다.

정리를 하자면, 우리를 뚱뚱하게 만드는 소위 '저주받은 비만 유전자'는 있을지언정, 그 유전자는 우리가 체중 감량을 하려는 노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의지로 충분히 그 저주를 봉인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연구는 우리의 비만도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운명론적인 메시지가 아닌, '인간 의지에 따라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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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질병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수많은 유전자 변이들이 발견되었지만, 일부 강력한 몇몇 개를 제외하고는 식생활 습관과 같은 환경적인 요소들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열리는 한 세미나에 참여했을 때 '유전자'와 '환경'의 힘겨루기에 따른 건강 상태에 대해 멋지게 비유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요.
총알이 발사되는 것을 병에 걸리는 것이라 한다면, 해로운 유전자 변이가 생긴 것은 총알이 가득 장착된 총을 가진 것과 같고, 그 방아쇠를 당기느냐 마느냐는 환경 즉 인간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과학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정밀 의학 (precision medicine)'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획일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시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유전자 프로파일에 최적화된 '맞춤형' 질병 예방 및 치료를 하자는 것이랍니다.

이러한 연구 흐름은 아주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내가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든 간에 변하지 않은 사실은 건강한 식생활 습관의 중요성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임무는, 어제보다 조금 더 건강한 오늘의 식생활 습관을 가꾸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아닐까요?

*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