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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누우면 위암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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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색적인 기사가 포털 메인에 올랐다. "식사 후 바로 누우면 위암에 잘 걸린다"는 제목의 기사다. 대한암예방학회에서 발표한 7대 위암 예방수칙 중 하나였다. 기사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백개의 댓글들이 달렸다. 평소 식사후 바로 눕는 편인데 위암이 걱정된다는 자책의 목소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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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전문기자인 나도 처음 들어본 내용이라 어떤 사연인지 살펴 보았다. 실제 학회는 7가지 수칙을 발표했다.

7가지는 ▲싱겁게 먹기 ▲가공·훈제식품 적게 먹기 ▲태운 고기 적게 먹기 ▲신선한 채소와 과일 충분히 섭취하기 ▲알코올 줄이기 ▲식사 후 바로 눕지 않기 ▲개인 접시 사용하기였다.

6가지는 충분히 공감할만한 수칙들이다. 그러나 포털 메인을 장식한 '식사 후 바로 눕지 않기'는 아무래도 어색하고 의아하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논문 등 근거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암예방학회는 저명한 대학교수들을 중심으로 집행부가 구성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맞다. 그런데 어떤 경위로 이러한 수칙이 탄생하게 됐을까 의문이다. 비온뒤 팀이 학회에 질의했다. 학회에선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안녕하세요, 대한암예방학회입니다. 유선상 말씀해주신 답변 내용을 아래와 같이 보내드립니다. 참고자료 첨부하였습니다.감사합니다.

식사 후 바로 눕지 않는다.
이는 식도-위 소화기질환에 모두 해당되는 얘기이나 특히, 위암 경험자 및 위암 예방에 있어서 지켜야 할 항목입니다.
식사 후 바로 눕게 되면 위 운동성의 저하, 식도 하부의 괄약근 기능저하 등으로 인해 음식물 및 위산의 역류를 조장합니다. 따라서 과식을 줄이고 식사 후 바로 눕지 않는 것이 위암 예방에 중요한 항목이 됩니다.

학회는 근거로 2016년 4월 대한의학협회지에 실린 '장기 위암 경험자의 관리'란 논문을 첨부했다. 그런데 이 논문을 아무리 뒤져봐도 식사 후 바로 누우면 위암 걸린다는 내용이 없다. 아마도 259페이지에 나오는 위암 수술환자의 위산 및 담즙의 역류에 나온 부분을 잘못 인용한 탓으로 추정한다. 논문엔 아래와 같이 기술되어 있다.

2.위산 및 담즙의 역류

위아전절제 시에는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여 흉통, 신물, 목에 걸리는 느낌 등의 증상을 초래한다. 위 용적의 감소와 위운동성의 저하, 식도 하부의 괄약근의 기능저하 등의 요인 이 역류를 조장한다.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과식을 줄이고, 식사 후 눕지 않는 것이다. 특히 저녁식사는 취침 전 4시 간 이전에 하고 하루 중 가장 적게 먹도록 하는 것이 좋다.

즉 논문에서 말하는 예방이란 위암 수술 환자가 위산 및 담즙의 역류를 막기 위한 예방일 뿐 결코 위암 예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착오나 실수로 식사 후 바로 눕지 않는 것이 마치 위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언론에 잘못 나가게 된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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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번 해프닝은 유감스럽다. 언론기관이 이런 기사를 쓰는 것은 이해가 된다. 예컨대 녹차가 암 예방에 좋다는 류의 기사다. 작은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약간의 개연성이라도 있다면 대중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회는 달라야 한다. 학회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곳이고 가이드라인은 교과서까진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연구를 통해 충분히 입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제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사건이 학회 담당자가 논문을 잘못 해석한 실수가 아니라면 의학적 개연성에 입각해 선정됐다고 볼 수도 있다. 누우면 소화가 안되고 위장 건강에 나쁜 것은 맞기 때문이다. 의사라면 누구나 동의할 내용이다. 이러한 행동을 하지 말자는 촉구도 좋다. 그러나 이것이 위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겁을 주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다. 외국을 비롯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역학 연구결과들이 매우 빈약하기 때문이다.

학회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는 대중 친화적인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칭찬해주고 싶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실수든 의도된 것이든 단정적으로 인과관계를 규정짓고 이를 언론에 섣불리 공개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크다.

독자 여러분께는 이렇게 정리해드리고 싶다.

"식사 후 바로 눕는 것은 위장 건강에 좋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위암을 일으킨다는 믿을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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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