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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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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나의 하버드레터 |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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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 새로운 다이어트법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2주에 걸쳐 MBC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때문입니다. "밥상, 상식을 뒤집다 - 지방의 누명" 이란 제목의 프로그램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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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가운데에도 이미 시청하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례자들의 실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하는 등 상당히 공들여 만든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저는 제작진들의 노력을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저 또한 다이어트에 워낙 관심이 많아 참 재미있게 시청했답니다.

그러나 방송을 보는 내내 한 가지 중요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오늘 펜을 들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결론이 "탄수화물만 배제하면 어떠한 고지방 음식을 충분히 먹더라도 체중 감량을 할 수 있다" 라는 왜곡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방송 이후 국내 포털들을 보면 "지방이 억울했다", "탄수화물만 줄이면 된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제시한 '고지방 저탄수화물'이 새로운 다이어트 비법으로 유행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금까지 유행했던 다이어트 방법들을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저지방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구석기 다이어트, 사우스 비치 다이어트 등 숱하게 많은 다이어트 방법들이 유행해 왔었는데요.

이러한 다이어트 방법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에너지를 제공하는 주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중에서 어느 한 가지의 섭취를 강조하거나 배제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선 지방을 강조하고 탄수화물을 배제했습니다.

그렇다면 체중감량을 위한 주 영양소의 황금 비율이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공한 아주 유명한 역학 연구가 있답니다. 역시나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이란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의학잡지에 실린 연구결과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이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드릴까 합니다.

이 연구를 주도하신 분은 저희 학교에 계시는 프랭크 삭스( Frank Sacks) 교수님인데요. 일일 섭취 칼로리 양에서 주 영양소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크게 아래처럼 4가지 다이어트 식단으로 분류해 비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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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지방 20% 단백질 15% 탄수화물 65% 인 "저지방-보통 단백" 다이어트로 탄수화물 섭취가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다이어트입니다.
둘째, 지방 20% 단백질 25% 탄수화물 55% 인 "저지방 고단백" 다이어트
셋째, 지방 40% 단백질 15% 탄수화물 45% 인 "고지방 보통 단백" 다이어트
넷째, 지방 40% 단백질 25% 탄수화물 35% 인 "고지방 고단백" 다이어트로 탄수화물 섭취가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다이어트입니다.

이 연구에는 과체중이거나 비만에 해당하는 30-70세 사이의 성인 811명이 참여했는데요. 각 다이어트 방법당 약 200명의 참가자들이 무작위로 배정되었답니다. 참가자들은 2년 동안 배정된 다이어트 법을 따르면서 6개월마다 체중을 측정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체중 감소는 섭취한 칼로리가 소모된 칼로리보다 적어 '칼로리 적자'(칼로리가 부족한 상태로, 칼로리가 남아도는 칼로리 흑자의 반대개념) 상태가 생길 때 일어납니다. 이 연구에서 개인별 일일 칼로리 섭취 목표치는 각자의 기초대사량과 운동량을 감안했을 때 필요한 총 열량보다 750 칼로리 정도 덜 먹는 것으로 설정됐습니다.

즉, 사람들마다 식단은 다르더라도 칼로지 적자 정도는 750칼로리로 모두 동일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지방과 단백질, 탄수화물의 비율만으로 다이어트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과연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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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에서 가로축은 다이어트 시작 후 지나간 시간을 나타내고 세로축은 체중 감소량을 나타냅니다. 세모-네모-동그라미-다이아몬드 모양은 위에서 소개한 4가지 다이어트 방법을 차례대로 나타냅니다.

우선 다이어트 시작후 6개월 뒤의 변화를 살펴보면, 각각의 다이어트 그룹은 약 6kg 정도의 체중 감소를 보여주었는데요. 각 그룹간의 체중감소량의 차이는 약 0.5 kg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답니다. 즉 주 영양소의 구성비는 체중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뜻인데요. 이것은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여전히 주 영양소의 구성비와 관계없이 체중 감소량은 서로 비슷했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보셔야할 중요한 점은 모든 그룹의 참가자들이 6개월 정도까지는 급격한 체중 감소를 보이다가 그 이후부터는 조금씩 다시 살이 찌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성인들에게 있어서 오랫동안 간직해온 식습관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 연구에 참여했는데 어쩌다 '고지방-고단백 다이어트'에 배정되어 탄수화물 섭취를 많이 줄여야 한다면 이 다이어트를 현실적으로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맛있는 음식들이 넘쳐나는 요즈음 매일 내가 필요로 하는 칼로리 양보다 750 칼로리만큼 적게 먹어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연구에 참가하는 사람이라면 무려 2년 동안이나 나에게 배정된 식단과 적게 먹기를 계속 고수할 수 있을까요? 처음 몇 달은 의지의 힘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식습관 대로 돌아가게 되고 이 때문에 결국 다시 살이 찐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일주일 혹은 한 달과 같은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을 보았을 때는, 칼로리 적자 정도가 같은 한 주 영양소의 구성비는 체중 감소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주 영양소 그러니까 지방과 탄수화물, 단백질의 비율에 지나치게 민감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칼로리 적자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장기간 지속적인 다이어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매일 칼로리 섭취를 줄이기 위해 내가 어떤 주 영양소 비율의 식단을 선호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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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란 다이어트는 모두 경험해 본 저의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탄수화물을 좋아합니다. 특히 논문을 쓸 때 탄수화물 섭취가 되지 않으면 생각을 못합니다. 반면 고기가 먹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이런 제가 억지로 고단백 고지방 다이어트를 했을 때 초반에는 잘 견디면서 체중 감소가 좀 이뤄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탄수화물을 먹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고단백 고지방 음식을 과식하면서 풀었답니다.

결국 탄수화물에 손을 대고 탄수화물에 손을 대는 순간 제 안의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나 그야말로 탄수화물 폭식을 하게 되었지요. 결국 초반의 다이어트는 말짱 헛수고로 돌아갔는데요. 이런 쓰라린 경험을 몇 번 해본 저는 매일 꼭 탄수화물을 섭취합니다. 제 취향을 중시하는 것이지요. 다만 이왕이면 잡곡 등 양질의 탄수화물을 먹도록 노력합니다. 하지만 기분전환을 위해 빵과 떡, 스파게티도 가끔씩 즐깁니다. 이렇게 매일 조금씩 탄수화물을 섭취함으로써 탄수화물에 대한 욕구를 다스려 주는 것이, 저에게는 장기간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고 따라서 칼로리 적자 상태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칼로리 이외에도 체중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칼로리의 영향력이 워낙 압도적이기에 칼로리 적자 상태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다른 부수적인 것들을 아무리 잘 지켜도 큰 효과가 없습니다.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도 곰곰이 살펴보면 지방 섭취 자체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고 탄수화물 섭취 자체가 살을 찌게 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험에 참가했던 분들을 보면 요즘처럼 가공된 고칼로리 탄수화물 음식들이 흔한 환경에서는 고 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할 때 고지방 고단백 다이어트를 할 때보다 칼로리 과잉 섭취를 하기도 쉽고 인스턴트 푸드 등 건강에 해로운 음식들을 더 많이 먹게 됩니다. 그래서 방송에선 고 탄수화물 다이이트가 유독 나쁜 것으로 포장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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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 취향에 맞는 식단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고지방 고단백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억지로 이 방법을 따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개인이 취향이 무시된 다이어트 방법으로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은 오래 지속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이상적인 다이어트 방법이란 없습니다. 효과적 체중감량과 유지를 위해서는 주 영양소 비율이 아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 장기적이며 지속적으로 총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가 소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고, 내가 오랫동안 따를 수 있는 나만의 건강한 식습관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