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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예방을 위해 가장 적절한 운동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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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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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버드 친구들 사이에서 불리는 제 별명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하버드 체대생'이랍니다. "난 체대에 갔었더라면 내 인생이 가장 행복했을거야" 라고 푸념을 할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데요. 공부를 덜 하더라도 운동은 매일 꼭 하는 저랍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싶으면 런닝머신을 하고, 머리가 시끌벅적 하여 정신 수련이 필요할 때는 요가를 하며, 거울에 비치는 나의 전신 모습을 보며 반성이 필요할 때는 발레바 필라테스를 하러 가는데요~

이러한 운동 사랑이 학구열과 접목된 덕분인지 올해 5월 미국의학협회 자매지(JAMA Oncology)에 운동과 소화기암과의 관련성을 밝힌 제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소화기암 (digestive system cancers)이란 음식을 소화하는데 관여하는 장기에 생기는 암을 통틀어 말합니다. 꽤 많습니다. 구강암, 식도암, 위암, 대장암은 물론 넓게는 소화를 도와주는 췌장, 간, 쓸개에서 발생하는 암도 포함되는데요.

오늘은 이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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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흔히 만병 통치약으로 알려져 있기에 '운동하면 당연히 암 예방에 도움되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운동이 정말 암을 예방한다는 근거는 놀랍게도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정도로 극히 제한되어 있답니다.

제가 운동과 소화기암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연구실 옆자리에서 아스피린 섭취와 소화기암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던 포닥 친구 때문입니다. 그 친구에게서 아스피린 장기 복용이 다른 어떤 암보다도 소화기암 예방효과에 탁월한 것처럼 보인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그 순간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스피린의 암 예방 기전이 COX-2 라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염증을 줄여주는 항염증 작용인데 운동 또한 같은 항염증 효과가 있으니 아마 운동도 소화기암 예방효과에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었지요.

게다가 대표적인 두가지 소화기암인 위암과 대장암은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암입니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겐 조국이 있다"는 파스퇴르의 말처럼 기왕이면 저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흔한 암을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

연구를 시작할 때 제 관심사는 세가지였습니다. 만일 운동이 소화기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면,
첫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일까?
둘째, 운동 강도에 따라 소화기암 예방 효과가 다를까? 꼭 고강도 운동을 해야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셋째, 그렇다면 얼마나 운동을 해야 소화기암 예방 효과를 최대로 얻을 수 있을까?

위 질문들이 중요한 이유는 저와 같은 역학자들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이를 바탕으로 소화기암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운동 지침이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여러분들도 당연히 "암 예방을 위해서 운동을 많이 하세요" 라는 두리뭉실한 지침보다 "무슨 운동을 일주일에 몇번 이상 하세요"처럼 구체적인 운동 지침을 선호하시겠지요?

저는 위 세가지 질문들에 답변하기 위해 신체 활동에 이상이 없고 과거 암 병력이 없는 40세 이상의 건강한 미국 남성 43,479명을 약 26년동안 추적한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운동과 관련된 역학 연구를 할 때는 메트 스코어(MET-hours/week)을 사용해서 주당 총 운동량을 계산하는데요.

여기서 MET (Metabolic Equivalent Task) 은 운동의 강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건강한 성인이 어떠한 운동을 할 때 가만히 앉아있을 때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지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걷기의 경우 3 MET라는 강도를 부여하는데 걸을 때는 앉아 있을 때보다 3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운동 강도는 3 MET 미만의 저강도 운동 (예: 서있기, 천천히 걷기), 3-6 MET 값에 해당하는 중간 강도 운동 (예: 최소 3.2 km/hour 속도로 걷기), 6MET 을 초과하는 고강도 운동 (예: 조깅, 달리기) 의 세가지로 분류됩니다. Hours/week은 일주일동안 몇시간의 운동을 했느냐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구요. 만일 제가 일주일동안 빠르게 걷기를 5시간하고 달리기를 2시간 했다면 저의 주당 총 운동량은 (3MET*5 hours/week) + (7MET*2hours/week)=29 MET-hours/week 가 되는 것이랍니다.

좀 복잡하지요. 그래도 정확한 결론을 얻기 위해 대부분의 과학 연구는 모든 데이터를 이처럼 객관적인 숫자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으니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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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제 논문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역시 예상대로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일수록 소화기암 위험도가 낮았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위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알아볼까요.

첫째, 사람들 중에는 유산소 운동만 하는 사람들도 있고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섞어서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같은 양의 운동을 했더라도 유산소 운동만 하는 사람들이 근력 운동을 함께 하는 사람들보다 소화기암에 걸릴 위험도가 낮았습니다. 특히 주당 총 운동량이 적을수록 (약 9 MET-hour/week), 유산소 운동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둘째, 걷기, 조깅, 달리기처럼 유산소 운동 가운데에서도 저강도의 걷기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고, 고강도의 달리기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주당 총 운동량만 같으면, 어떠한 종류의 유산소 운동을 선택하든 소화기암 예방 정도는 비슷했습니다. 즉 천천히 오래 걸어도 좋고 짧은 시간 빨리 달려도 좋다는 것입니다.

셋째, 유산소 운동을 무조건 많이 한다고 해서 소화기암 위험도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약 30 MET-hours/week 만큼의 주당 총 운동량을 채우기 전까지는 운동량을 증가시킬수록 소화기암 위험도가 계속 떨어지지만, 30 MET-hours/week 이후부터는 운동량을 더 증가시켜도 소화기암 위험도가 더 이상 낮아지진 않는다는 것이죠. 즉, 최소한의 운동으로 최대한의 소화기암 예방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주당 운동 목표치를 30 MET-hours/week 로 설정해야 합니다. 이 목표치를 채운 사람들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소화기암 위험도가 약 32% 정도 감소했습니다.

그렇다면 하루에 얼마나 운동해야 주당 30 MET-hours/week 의 목표치를 채울 수 있을까요? 아래 제시한 운동별 강도를 MET으로 표시한 테이블을 참고하세요. 여러분을 위해 제가 직접 계산해 드리겠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산책하듯 걷는 것(약 4km/h, 3 MET)을 좋아하신다면 일주일에 10시간을 걸어야 30 MET-hours/week가 나옵니다. 7일로 나누면 하루 90분, 그러니까 1시간 반을 걸으시면 됩니다. 빠른 속도로 걸으신다면(약 6 km/h, 4.5 MET) 매일 60분씩 빨리 걸어야 합니다. 걷기보다 가볍게 뛰는 조깅(약 7 MET)을 좋아하신다면 매일 40분씩 조깅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무쪼록 제 연구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암 예방에 조금이라도 도움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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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