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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이 성폭행 누명에서 벗어난 이유 '주저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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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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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진욱의 성폭행 의혹사건이 여성의 무고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여성은 왜 자신의 무고를 자백할 수밖에 없었을까. 반전의 계기는 여성이 공개한 사진에 있다. 전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이정빈 교수(단국대 석좌교수)는 디스패치가 공개한 사진들에 대해 "강압적 성폭행을 의심할 소견이 없다"라고 단언했다.

일단 상처 부위가 설득력이 없다. 일반적으로 성폭행시 여성이 저항하면서 팔다리 안쪽에 불규칙적으로 멍이 들고, 머리와 쇄골, 유방과 음부, 사타구니에 주로 상처가 생긴다. 여성이 공개한 부위는 팔 바깥쪽과 무릎, 가슴 윗쪽인데 이들 부위는 성폭행때 흔히 생기는 부위가 아니다. 상처의 양상도 수상하다.

이교수는 "양쪽 팔에 난 두줄의 찰과상은 간격이 규칙적으로 일정하고 깊이가 얕아 손톱이 아닌 갈퀴 등 인위적 도구를 이용해 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릎의 멍도 무엇인가에 일부러 부딪쳐 생긴 것으로 보이며 주먹 등으로 인한 타박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주먹으로 인한 타박상이라면 멍이 사진에서처럼 하나가 아닌 보통 2개로 생긴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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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채널A 방송캡쳐

이진욱의 몸에 아무런 상흔이 없었다는 것도 강압적 성폭행이 아님을 의미한다. A씨는 성폭행을 당하면서 상흔을 입었다며 상해진단서 2주짜리를 제출했다. 몸에 상처가 났고 속옷이 훼손됐을 정도로 A씨가 격렬하게 반항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여성이 반항을 하면 성폭행을 한 남성의 몸에도 마찬가지로 '방어흔'이라는 상처가 생긴다. 그러나 경찰이 이진욱이 상의를 다 탈의한 상태를 봤는데도 전혀 상처가 없었다고 한다.

A씨의 몸에 난 상처는 스스로 만든 '주저흔(hesitation mark)'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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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흔이란 치명상이 아닌 자해로 생긴 상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자살 후 피해자의 몸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시도하기 전에 여러 번의 주저흔이 발생한다. 죽겠다고 결심을 해도 치명상을 가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과정에서 상처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상처의 특징은 대개 스스로 저지를 수 있는 부위에 생기며, 몇 군데 부위에서 발견되더라도 한 군데에 모여 있는 형태다. 또한 치명상이 아닌 상처로 얕고, 평행의 형태다. 주로 손목의 앞쪽, 팔오금, 목, 가슴이나 배에서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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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주저흔은 타살을 자살로 꾸미기 위해 혹은 '범죄의 피해자'라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조작되기도 한다. 그러나 법의학을 통해 주저흔이 조작되었는지 분석할 수 있다. 법의학은 손상과 질병의 원인·경과·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그들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학문이다. 법의학적으로 상흔이 남은 이유를 추론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죽은 후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만든 주저흔의 경우 상처에 생활반응이 없다. 죽은 상태에서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낸 상처이기 때문에, 특정 충격에 대해 살아 있는 몸이 보이는 반작용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칼을 이용해 죽이고 자살로 위장한 경우, 피해자 상처의 길이가 칼의 폭보다 길다. 칼을 맞는 사람이 칼을 피하려고 움직이고, 찔린 뒤에도 저항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몸에 남은 흔적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다. 이진욱 사건에서 A씨 역시 법의학적으로 몸에 난 상처가 성폭행으로 발생한 상처가 아닌 것을 알 수 있기에, 거짓말임을 털어놓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몸에 남은 흔적을 법의학적으로 분석해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증명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흔적은 진실을 품고 있다. 이를 밝혀내는 것이 바로 '법의학'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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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