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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피뎀 자살위험 근거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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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TV에서 졸피뎀이 자살충동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방송된 이후 외래에서 수면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의 문의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먹는 약은 안전한가요? 혹시 자살 충동을 유발하나요?"

"세상에 안전한 약은 없습니다. 이 약은 이런 저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생기면 즉시 보고해주세요. 그렇지만 정해진 용법대로 복용하시면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고, 아직까지 일반적인 상황에서 졸피뎀이 자살 충동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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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지만 고혈압, 당뇨약을 비롯해서 어떤 약이든 안전한 약은 없습니다. 원래 수면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안 먹을 수만 있으면 안 먹는 게 좋습니다. 수면제는 깨어 있는 사람을 강제로 잠재우는 약이니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의 수면제들은 약을 먹어도 쉽게 잠이 들지 않고, 잠을 깨도 오전 내내 몽롱한 상태로 지내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2007년 FDA에서 승인된 졸피뎀은 기존 수면제보다 수면유도 효과가 빨라서 먹자마자 20분 만에 잠이 들고, 반감기가 2-3시간으로 짧아서 아침에 일어날 때 멍한 느낌이 적어서 불면증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약을 먹고 나서 가수면 상태로 빠져 의식이 없는 상태로 걸어 다니거나 음식을 먹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밤중에 있었던 일을 아침에 기억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장애를 진료하지 않는 의사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처방해야 하고, 처방할 때도 반드시 부작용에 대해 잘 설명하고, 약물 부작용에 대해서도 계속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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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논문검색엔진을 이용하여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졸피뎀과 자살과의 연관성을 발표한 논문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된 논문은 2016년 3월 대만 의사가 발표한 환자-대조군 연구(case-control study)로 2002년부터 20011년까지 10년 동안 자살로 사망한 사람 2,206명과 일반인 996,650명을 비교한 연구입니다. 저자들이 주장한 내용의 결론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보아도 졸피뎀을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 또는 자살시도가 2배 더 많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일 상용량의 9배 미만은 1.9배, 9배-17배는 2.1배, 18배 이상은 2.8배 자살 및 자살시도의 위험이 높다고 되어 있습니다. 왜 논문은 일일 상용량의 2배, 3배로 나눠서 분석하지 않았을까요? 졸피뎀은 하루에 1알씩만 복용하는 약입니다. 졸피뎀을 하루에 2알 먹는 경우도 극히 드문 일이라서 외래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데 매일같이 9알, 18알씩 먹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또 얼마나 될까요? 여러분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편집자 주-이미 각종 정신과용 약물의 과량복용으로 중독될 정도로 취약한 사람이므로 자살 확률이 높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물론 졸피뎀이 자살충동과 관련이 있다는 의학적 증거가 명확해지면 반드시 경고문구가 주의사항에 포함되어야 하고 의사 및 환자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다 많은 근거가 필요해 보입니다.

졸피뎀은 아플 때 먹는 진통제와 비슷합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진통제는 통증을 사라지게 합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통증이 계속 지속됩니다. 불면증도 원인에 따른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불면증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원인을 잘 찾고 해결해줄 수 있는 전문 진료과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편집자 주-여기서 전문 진료과란 정신건강의학과를 말합니다) 특히 만일 우울이 원인이 되어서 생긴 불면이라면 상담치료를 받거나 중독과 내성이 생기지 않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이 더 근원적인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면 통증치료가 더 우선되어야 합니다.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모든 약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처방한대로 정해진 용량과 용법에 맞춰서 복용하되, 이상 반응이 생기면 즉시 의사와 상담해서 약물 조정을 해야 합니다. 너무나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