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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vs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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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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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대 남성이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됐다.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의심을 품어 벌어진 일이다. 남성은 화장실 창문으로 여자친구 집에 침입했고, 여자친구를 때려 갈비뼈 골절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혔다. 혼절 후 깨어난 여성은 자신과 남자친구의 속옷이 벗겨져 있는 것을 보고 남자친구를 고소했다. 그리고 국과수 감정 결과 여성의 몸에서 남자친구의 유전자가 발견됐다. 그러나 법원은 남성에 대해 폭행은 유죄, 성폭행은 무죄를 선고했다. 4~5일 전 연인 사이로 성관계를 가졌으니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사건 당일에 의한 것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과연 옳은 판결을 내린 걸까? 법원의 판결대로 성폭행은 성립되지는 않더라도, 남자가 혼절한 여자친구의 옷을 벗겼다면 강제추행이 성립돼야 한다. 아무리 연인, 부부라도 파트너의 동의없이 이뤄지는 성관계나 성적 행동은 폭력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대방이 의식이 없었다면 더욱 큰 죄다.

억울함을 호소할 남자들이 꽤 많을지도 모른다. 내 여자친구, 내 아내인데 어떻게 성추행과 성폭력이 성립되느냐는 거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졌는데, 오늘이라고 안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한 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은 남녀 모두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파트너의 '성적 동의'에 대해 좀 더 민감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적 동의란 다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상대가 적극적으로 Yes를 표현했는가?

부부든 애인이든 어떤 친밀한 관계이든 성관계에는 반드시 '자발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위압감, 두려움, 혐오감이 들면 자발적인 동의가 아니라는 얘기다. 아무리 부부관계라도 상대가 좋다고 표현하지 않으면 그것은 동의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몸이 굳고 위축돼 있는 것도 동의라고 볼 수 없다.

또, 현재의 성적 동의는 현재에만 적용된다. 앞의 사건처럼 며칠 전 성관계를 가진 연인 사이라도 오늘 상대방이 거절했다면 성관계를 가질 수 없다. 여자가 대답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 Yes나 내숭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둘째, 성적 동의는 평등한 관계에서만 성립한다

한쪽이 힘이나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자유로운 성적 동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 권력관계, 상하관계, 나이 차이가 많은 관계가 그렇다. 몇 년 전 미국에서 49세 여교사가 19세 남고생과 지속적인 성관계를 가져 문제된 일이 있다. 이들은 교사와 학생이라는 권력관계에 있기 때문에 당시 법원은 남학생의 성적 동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배우 박유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첫째는 유흥업소라는 곳 자체가 평등 관계가 성립될 수 없는 곳이며, 둘째는 박씨가 유명 연예인이라는 점에서도 권력관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권력과 지위로 성관계를 맺는 것은 성폭력의 조건이 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이라도 성적 모욕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셋째, 술, 약물 후 동의는 동의가 아니다

우리나라 형법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 형을 감형하는 관습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폭력과 성범죄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다. 술을 마시면 자신의 감정, 행동이 증폭돼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파트너로부터 얻은 성적 동의도 올바른 판단으로 볼 수 없어서다. 특히 고의적으로 상대방에게 술을 먹였다면 가중처벌의 대상이 된다. 얼마 전 있었던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배정원 소장은 오래 만난 친근한 사이일수록 '성적 동의'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인에게 자기 욕구를 관철하기 위해 강압, 혹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데이트 폭력'이다. 성적 동의는 상대방을 위한 배려이면서, 동시에 내가 가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훌륭한 예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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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