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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때 가장 많이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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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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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딤앱두르 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다. 어느 순간 급격히 늙는 병이다. 1929년 아프리카 출신의 한 노동자가 1주 사이 1년치의 노화가 찾아와 발견된 질병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눈, 귀와 후‧미각이 한순간 고장 나는 병이다. 다행히 1~2주 후면 회복되지만, 일주일 동안은 굉장히 아찔할 만큼 무섭다. 빨리 늙는다는 조로증은 들어봤어도, 갑자기 늙는다니 낯설고 공포스럽다.

대체 사람은 왜 늙는 걸까? 많은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밝혀온 노화의 과정과 원인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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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여성호르몬은 장수에 기여한다

최근 연상연하 커플이 많이 등장한다. 한혜진‧기성룡 부부, 김소현‧손준호 부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무려 8살 차이를 자랑한다. 두 여배우가 '국모'라는 타이틀을 얻은 이유다. 요즘 시대에는 놀라운 일이지만 옛날에는 그렇지도 않았다. 조선시대에는 10대 초반의 소년과 10대 중후반의 소녀가 혼인하는 일이 흔했던 까닭이다. 당시는 자손을 빨리 보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남녀의 수명 차이를 생각하면 연상연하 커플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WHO통계에 따르면 세계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성 69.1세 여성 73.8세다. 약 4살 차이다. 또 미국인 인구통계학에서는 65세 이상 여성의 절반이 남편과 사별했고, 노년층의 남녀 비율도 65세는 70명 대 100명, 85세는 38명 대 100명이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하비 사이먼(Harvey B. Simon) 교수는 이런 남녀의 수명 차이가 여성호르몬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LDL(나쁜)콜레스테롤은 낮추고 HDL(좋은)콜레스테롤은 높여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폐경한 여성이 에스트로겐을 섭취하면 심장병 발병률이 50% 낮아지고 대장암, 알츠하이머, 뇌졸중 예방에도 큰 도움을 준다. 노화에 관한한 남자로 태어난 것이 확실히 여성보다 불리하다.


둘째, 활성산소가 중요한 원인이다

데넘 하먼(Denham Harman)은 노화 과학을 연구한 학자다. 그는 일찍이 활성산소가 노화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활성산소는 호흡과 소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다. 세포가 사용하는 산소의 1~2%가 활성산소가 된다. 그러나 활성산소가 절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당한 양의 활성산소는 체내 박테리아나 염증을 억제해준다.

하지만 과다하게 생성된 활성산소는 세포 손상을 일으킨다. 세포막은 인지질, 단백질, 콜레스테롤, 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활성산소가 단백질과 지질을 산화시킨다. 특히 활성산소가 DNA를 운반하는 세포핵에 손상을 입히면 암 등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만든다. 활성산소는 과로와 스트레스에 장시간 시달릴 때, 지나치게 심한 운동을 할 때, 과도한 자외선에 노출될 때 많이 만들어진다. 늙지 않기 위해선 욕심을 버리고 매사 무리하지 말고 운동도 적당히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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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텔로미어가 짧아진다

우리가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이유는 염색체 때문이다. 염색체는 세포가 분열할 때 나타나는 굵은 막대 물질이다. 염색체 양 끝에는 '텔로미어(telomere)'가 붙어 있는데, 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짧아진다. 텔로미어는 그리스어로 '끝'을 뜻하는 텔로스(telos)와 '부분'을 뜻하는 메로스(meros)가 만나 붙여진 이름이다.

텔로미어가 붙어있는 이유는 염색체가 서로 닿거나 들러붙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다. 일부 세포에서는 줄어든 텔로미어를 보호하는 텔로머레이즈 효소가 분비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세포의 텔로미어는 단축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분열을 멈추고 노화 상태에 들어간다. 텔로머레이즈는 정상세포를 제외한 줄기세포, 생식세포, 암세포에만 작용한다. 때문에 암환자에게는 텔로머레이즈가 오히려 독이다. 텔로머레이즈가 암세포의 분열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세포에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수명과 직결된다. 실제로 유타대학교 유전학자 리처드 코손은 15~20년간 143명의 텔로미어를 추적 관찰해 긴 텔로미어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2배 가까이 오래 살았음을 발견했다. 텔로미어의 길이는 인간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다. 노화엔 타고난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뜻이다.


결론. 38세 무렵이 가장 중요하다

노화 속도는 개인의 건강 상태, 생활습관, 유전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미국 듀크대 댄 벨키스 교수 등 다기관 연구진이 2015년 저명한 학술잡지 PNAS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유전이 노화에 끼치는 영향은 20%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사람은 평균 38세일 때 가장 빨리 늙는다고 밝혔다.

1972~1973년에 태어난 성인 954명을 대상으로 35년 동안 신체변화를 관찰했다. 피험자들의 나이가 26-32-38세일 때 신장, 간, 폐, 대사기능, 면역기능, 콜레스테롤 수치, 심폐기능, 치아상태, 텔로미어 길이, 모세혈관 상태 등 총 18가지 항목을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38세일 때 노화가 가장 빨리 일어나고, 이전에는 1년에 1세, 이후에는 1년에 1.2세 늙는다고 밝혔다. 38세인 사람 중에는 신체나이가 최하 30세부터 최대 60세에 가까운 사람도 있었다. 신체 노화 속도가 빠른 사람은 1년에 3년씩 늙기도 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80%는 후천적 노력으로 노화를 극복할 수 있다. 그 노력이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칼로리를 줄이며 균형잡힌 영양을 섭취하고 적절히 운동하는 것이다.술과 담배를 끊고 취미와 종교 등 영적활동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스트레스를 극복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노력들에게도 타이밍이 있다는 것이다. 38세가 노화의 피크가 일어나는 연령대이므로 가능하면 38세 전후에 집중적으로 건강관리에 들어가는 게 옳다. 중년 넘어 노력하면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꽃중년을 즐기려면 38세 무렵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싶다.

※ 참고자료
- <노화의 비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엮음, 한림출판사
- TheScienceTimes(www.sciencetimes.co.kr) '노화의 비밀 2020년께 벗겨진다'
- 동아사이언스(www.dongascience.com) 美 듀크大 "신체나이 38세일 때 노화 가장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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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