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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FF PRIDE ④] 만화작가 이우인 "게이들의 섹스도 세상에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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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6월 'LGBT 프라이드의 달'을 맞아 한 달 동안 한국의 성 소수자 인권 운동과 커뮤니티를 조명하는 HUFF PRIDE 기획을 진행합니다. 네 번째는 게이 로맨스를 소재로 한 웹툰 '로맨스는 없다'를 그리고 쓴 이우인 작가와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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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는 언제인가요.
= 2002년, 제가 스무살일 때 서울문화사 '윙크'에 단편이 당선돼서 데뷔했어요.

- 본격적으로 게이물을 그리겠다고 생각한 언제였어요?
= 4년 전에 런던에서 1년 정도 살았는데, 거기서 게이 친구들이랑 많이 놀다 게이물을 그려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어요.
런던에 가기 전까진 저도 한국에선 쉬쉬하는 타입이었거든요. '굳이 내 정체성을 알릴 필요가 있을까, 나만 열심히 살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런던 친구들이 제 생각을 많이 깨뜨려줬어요. 정체성을 숨기면서 일할 필요 없고, 당당히 드러내도 된다고요. 런던 게이 커뮤니티에는 영국인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어요. 거기서 미국인 남자친구와 결혼한 한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보기 좋았어요. 그동안 제가 스스로 문을 닫고 지낸 게 쿨하지도, 멋있지도, 재밌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행복감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물론 외국에 살던 중이어서 더 크게 느꼈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너무 머리를 닫아두고 지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 그전에는 사적으로만 커밍아웃했던 건가요?
= 친한 사람들한테만 했죠. 사촌 여동생이랑, 부산 고향에서 남중 남고를 나왔는데 거기서 제일 친했던 친구들 정도. 예전엔 일부러 감춘 건 아닌데 (작가로) 대외적인 활동을 하다보니까 그게 정체성을 감추는 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 런던에서 돌아와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나요?
= 좀 더 되바라졌다고 해야 할까요. 일상생활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는데 일에서 내 정체성을 굳이 감추면서 작업을 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돌아와서 게이 콘텐츠 만화를 그려봐야겠다 생각하고 바로 시작했어요.

- '로맨스는 없다' 이전에도 게이나 다른 성소수자가 주인공인 만화가 있었어요?
= 예전 작품에서도 관련된 소재를 쓰긴 했죠. 그런데 수위가 높지 않고, 성인이 아니라 소녀들, 순정만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거였죠.

- 보통 작가들의 첫 작품은 자기 이야기인데요, 첫 작품은 어떤 것이었나요?
= 스무살 때 처음 단편을 그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게이물이었던 거 같아요. 우정처럼 보이게 그리긴 했는데, 제 개인적인 감상들과 단편적인 기억들이 많이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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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는 없다'는 무슨 뜻인가요?
= "나한텐 로맨스 없지 뭐" 이렇게 푸념하고 비관하지만 마음 속에는 "그래도 어떤 애가 있을 거야!" 이런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만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냥 로맨스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술 마시고 클럽에서 놀 때는 오늘 죽어버려야지, 그러다가 아침에는 선크림을 챙겨바르는 게이의 느낌. 그런 이중적인 게 이 제목에 담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성인물로 기획한 이유는요?
= 비디오가게에 가면 에로 비디오 코너 있잖아요. 각 에피소드들이, 에로 비디오 코너에 이성애자들의 에로물이 하나씩 꽂혀 있는 것처럼 보이길 바랐어요. 코너가 있는 것 자체가 이성애자들이 누리는 당연한 것들 중에 하나잖아요. 동성애자들이 누리지 못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꼭 제가 그리지 않더라도 누가 됐든 한국에서 게이 성인 콘텐츠가 많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슬라이드 아래로 기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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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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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둘 중에 하나는 꼭 엄청나게 적극적이더라고요.
= 그래야 어떤 일이 벌어지니까. 물론 안 그런 사람도 많지만 한국 게이 친구들이 내성적이고, 다가와주길 바라는 성향이 좀 더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속으로 고민하는 타입에 감정이입을 더 하는 거 같아요. 실제로도 많이 바라는 캐릭터죠, 적극적인 상대.

- 기존 BL(남성 동성애 소재 콘텐츠)물을 본 적 있으세요?
= 일부러 찾아 보지는 않았어요. 본 적은 있지만요. 거기에선 레퍼런스가 없고요, 대신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한국 순정만화를 좋아했는데, 순정 쪽에는 동성애 소재가 나온 작품들이 간혹 있었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 박희정 작가의 '호텔 아프리카'가 있었는데 거기서 동성애가 아름답게 그려져요. 게이라는 소재가 정말 아름답고 예쁘게 그려져서 감명 깊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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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BL물, 혹은 순정만화와 '로맨스는 없다'의 차이점은 뭐라고 보세요?
= 저는 캐릭터들을 좀더 실제 사람들 모습에 가깝게 그리려고 해요. 여성 독자들이 보는 BL물에는 주로 곱상하고 팔다리 똑 부러질 것 같은 갸냘픈 캐릭터가 나오고, 게이 독자들이 보는 멘타이코 계열 일본 만화에는 우락부락하고 근육근육한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중간 지점으로 그리려고 하고 있어요. 복근 있어도 너무 각지지 않게 지방하고 같이...

- 만화 속 'P살롱'은 실제로 존재했던 극장이고, 극중 인물들의 대사도 주위 사람들이 쓰는 단어들을 메모해뒀다가 썼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것들인가요?
= 때로는 천박하거나 상스러운 말들을 재밌게 깔깔거리면서 쓰는데 그런 것들을 친구들이랑 놀다가 듣고 쓰게 되죠. 현실감을 최대한 살리려고요. 이년아, 저년아, 비하적인 말들도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유머코드니까. 서로 남성이지만 여성 신체인 보지, 이런 말들을 우리끼리는 쓰기도 하고요. 아니면 '걸커(걸어다니는 커밍아웃)' 같은 말도 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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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예전보다 커졌지만, 그런 데 비해서 동시대를 사는 성소수자들의 일상을 그린 연애물은 이전에는 거의 없었다는 평들이 많은데요. 특히 콘텐츠의 내용, 창작자, 소비자의 정체성이 모두 뚜렷하게 드러나고 일치한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아요.
= 예전에도 게이를 주인공으로 한 순정만화들, 그리고 '동인'들이 그리는 만화들은 있었어요. 잘 그리고 유명한 분들도 계셨고. 다만 대외적으로 작가가 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성인 게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준메이저 급의 플랫폼에서 유통했던 만화는 없었던 거죠.
지금도 그렇지만, 전에는 대놓고 그리기가 더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제 이름 달고 '로맨스는 없다' 같은 작품을 그리면 나는 게이예요, 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 여성 독자들도 많을 것 같은데 주 독자층이 어떤가요? 연재 초기 반응은요?

= 연재한 지 3년이 넘어가는데, 처음엔 예상 못했을 정도로 많은 반응 있었어요. 처음엔 게이 독자와 BL 소비하던 여성분들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봐주셨어요. BL 팬들도, 게이 독자들도, 새로운 걸 보려는 독자들도 반응이 좋았어요. 그리고 전체 만화 소비자 자체가 계속 양적으로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완결을 곧 앞두고 있어요. 끝맺음에 힘이 빠진다는 질타를 많이 보내주시는데 최대한 노력해서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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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는 없다'의 팬들은 어떤 점을 특히 좋아하나요?
= 어디서 들은 것 같은 이야기, 내 친구의 친구가 실제로 겪었을 것 같기도 한 이야기, 혹은 자기가 똑같은 상황에 놓이진 않았더라도 어떤 지점에서 '나 이 느낌 뭔지 알 거 같아' 그런 공감 포인트가 살짝살짝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 아무래도 연애 얘기라 공감되나 봐요.
= 설레는 감정, 씁쓸한 감정에 포인트를 두고 있어서요. 지나가다 마주치는데 설레는 느낌, 기대가 이만큼 부풀었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아무 일도 아니고 내 상상으로 끝났을 때의 박탈감, 실망감, 이런 부분에 공감을 많이 해주시는 거 같아요.

- 연애물이면서 성인물이잖아요. 성인물을 그리면서 힘든 점이 있을 것 같아요.
= 이야기를 하다가도 성애물인 본분을 잊지 않아야 해서 약간 어려움이 있어요. 어떻게든 섹스의 지점으로 가야하는 것.

- 혹시 이중에 장편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장편 성인물은 따로 쓰고 있어요. 저는 게이 섹스가 세상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성애자 섹스를 세상에서 많이 얘기하는 것 처럼요. 어떤 콘텐츠가 될지는 모르지만, 게이 섹스가 표면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톰 오브 핀란드의 그림을 넣어 디자인한 남성복 패션쇼, 1999년

Absolut Vodka와 톰 오브 핀란드의 콜라보레이션 'Absolut TOM' 패션쇼, 2000년



- 한국에서 Tom of Finland같은 유명하고, 메인스트림에 진출하는 성소수자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까요?
= 그런 작가가 나온다면 가능성이 있긴 하겠지만, 여전히 희박하지 않을까 싶어요. 게이 컬쳐를 아트로 봐줄 수 있는 문화가 한국사회에서 자리잡는 것 자체가 시간이 걸릴 것 같고요. 저는 지금 부족해서 톰 오브 핀란드 작가님과 비교하기 어렵단 생각이 들고, 더 나은 작가가 나와준다면 그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 얼마나 걸릴까요?
= 세상이 시시각각 바뀌니까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30년 정도? 이제 한국에서도 커밍아웃이 아무 일도 아닌 세상이 올 것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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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계획은요?
= '로맨스는 없다'를 100~108화쯤 끝낼 생각이에요. 또 순정만화에 대한 열망이 항상 있어서 곧 짧은 연재도 할 예정이에요. 살짝 레즈비언 이야기가 섞일 거 같긴 한데, 꼭 게이물이 아니더라도 재밌는 걸 만드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한정짓진 않고 여러가지 소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소비자로서 소비할 만한 '우리 이야기'가 부족하다고 보세요?
= 외국과 비교하면 그렇게 많진 않다고 생각해요. 퀴어 퍼레이드처럼, 에너지를 분출하는 일들이 더 많이 생겨야 할 것 같아요. 더 많은 게이, 레즈비언, 모든 LGBT 커뮤니티 사람들 개인개인이 거리낌이 없어지고, 깨고 나오는 일들을 지금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시시콜콜한 소재도 많아지고 이야깃거리도 많아질 거라고 봐요. 물론 제 주위에 아직 커밍아웃 안 한 친구도 많고, 그게 왜 어려운지도 알아요. 하지만 각자 시도를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성소수자들은 가정 내에서 다음 세대 자녀들에게 어떤 교육을 전수하기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10대인 성소수자 친구들에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알려주려면 어른 LGBT가 사회에서 계속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야 해요. 국가나 단체가 할 수 있는 일도 분명 있겠지만, '우리가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니다' 이런 이미지를 전해주는 건 개인개인이 퍼뜨려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좀더 정체성을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삶 속에서 커밍아웃을 비롯해서, 그런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영상/ 이윤섭 비디오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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