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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토크]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려는 10대, 20대에게 성소수자 부모들이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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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고민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커밍아웃을 결심한 성소수자들에게는 아직 많은 난관과 단계들이 남아있다.

부모님이 TV를 보거나 식사하다 무의식중에 했던 차별 발언이 생각나기도 하고, 혹은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해본 적이 전혀 없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이나 일부 중장년 세대에게 '퀴어'란 자신의 일이 될 거라 생각해보지도 못한 영역이다.

먼저 커밍아웃을 경험한 성소수자와 부모들이 자신들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지난 7월 7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에서 열린 앰네스티 한국지부, 허프포스트코리아, 구글코리아 주최 '퀴어 토크', '미운 우리 "퀴어" 새끼: 성소수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 시간에 오간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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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에 대한 태도와 문제에 대한 태도를 구별하는 대화법'

몇 해 전 자녀의 커밍아웃을 경험하고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엄마 '나비'(닉네임)는 "어떻게 얘기를 하든 부모님이 상처받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모의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거나, 고백만으로 생각을 바꾸는 건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비슷한 경험을 한 성소수자 당사자들과 여러번 대화를 했다는 아빠 '지미'(닉네임, 성소수자부모모임 멤버)는 "부모님이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게 먼저여야 대화가 된다"고 강조했다.

"얘기를 들어보면 예쁜 커밍아웃은 없더라고요. '어머니, 아버지가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나 이렇게 사는 건 안 된다, 기다려보시겠다면 기다리시라, 하지만 결국은 (이성애자가 되고 결혼하는 모습은) 못 보실 거다, 속상하시겠다...' 이런 식으로 사람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구분지어 이야기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부모한테 그렇게 (남들에게 하듯) 구분해서 말한다는 게 힘든 일이겠지만 사람에게까지, 특히 부모에게까지 그렇게 (원칙을 따지며) 말하는 건 관계를 손상시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어려운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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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적으로 믿음이 가는 사람 찾기'

이날 성소수자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퀴어 토크'를 찾은 청중 중에는 교사도 있었다. 청소년 대부분에게 부모 다음으로 찾는 가까운 어른은 학교 선생님일텐데, 이럴 때 학생 본인은, 그리고 교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이 이야기는 물론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 가족 중 가장 신뢰가 가는 사람에게 먼저 터놓는 것도 방법이다.

토크에 참여한 24살 '봉레오'(닉네임)는 자신의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했던 커밍아웃을 예로 들었다. 지난달 성소수자로서의 삶에 대한 인터뷰가 MBC 'PD수첩'에 방송된 것을 계기로 처음으로 커밍아웃할 수 있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좋아해서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고 있는데요. 그 선생님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어서 10년 넘게 커밍아웃을 못했어요. 그런데도 결국은 커밍아웃을 할 수 있었던 건, 선생님이 초등학교 때 다른 아이들의 폭력을 제지해주셨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남자같이 생겼다고 놀리곤 했는데 전 남자같이 생긴 게 아니라 남자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던 건데요. 그런데 그때 담임 선생님이, "여자애한테 남자같다고 말하면 안돼"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일단 그런 식으로 놀리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제지해주셨거든요. 그런 놀림 자체를 막아주는 분이라는 인간적인 신뢰가 있어서 제가 커밍아웃할 수 있는 용기가 났고요."

"물론 학생들이 워낙 많다보니까 선생님들이 학생들 개인에게 인간적인 신뢰를 준다는 게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내치지는 않겠다'는 거, 그게 저희에게는 꽤 많이 안심이 돼요. 그러니까 성소수자를 이해해준다는 믿음과 그가 나를 나로서 받아들여준다는 인간적인 믿음, 이렇게 두 가지 중에 한 가지 이상이 있는 경우에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학생 입장에서는) 나를 위해 '행동해준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교사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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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모에게 커밍아웃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사실 이런 것이다'

'나비'와 '지미' 모두 부모가 아닌 자기를 기준으로 시기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머니가 충격 받고 돌아가시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하는데 본인이야말로 정말 죽을 수도 있잖아요. '나는 그 어떤 부정적인 반응이 와도 죽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가장 좋은 때예요." (나비)

"실제로 부모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당사자는 얼마나 참다 터집니까? 임계점이 어딥니까? 한때는 '경제적으로 독립할 자신이 생겼을 때 커밍아웃을 하더라'는 게 결론이었어요. 그런데 '나비'님이 경제적 독립만이 아니라 정서적 독립도 필요하다고 해서 요새는 '두 가지 독립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질문은 '내가 어떤 상황일 때 커밍아웃하는 게 좋을까?'로 바꿔서 생각해야 하는 거죠." (지미)

"나이가 40, 50이 되어도 부모님에게 못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정서적 독립이 중요해요." (나비)

[*아래 화보는 페이스북에서는 옆으로 넘기며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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