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Headshot

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5) | 학습의 자기책임, 다양성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5), 학습의 자기책임과 다양성이 필요하다

글 |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eduinnovator@21erick.org

이번 칼럼에서는 2030년 미래학교의 '학습의 자기책임, 다양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학습의 자기책임을 영어로는 'the ownership of learning process'라고 표현한다. 이는 '학습과정에 대한 의사결정이나 통제를 학습자 스스로가 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학교교육이 이렇게까지 붕괴된 원인을 분석하라면 필자는 단연코 '학습을 교사가 주도'하고 '학생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내용, 획일적인 수준, 획일적인 방식, 획일적인 속도로 교육'한 결과라고 진단하고 싶다. 이 두 가지 요소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21세기 아동들, 21세기 학교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왜 그런지 한 가지씩 살펴보기로 한다.

1. 미래학교에서의 학습의 자기책임, 자기주도

미래학교에서는 학습의 경로도 스스로 정하고, 학생이 자기책임과 자기주도로 학습을 이끌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학습의 이런 원리와 접근은 모든 아동·청소년들은 각자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는 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들은 생각하는 패턴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과 즐기는 분야가 다르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능력의 종류와 차이, 동기의 수준 그리고 장래 희망이 다르다. 학습공원은 기본적으로 각 개인의 이런 차이를 고려해서 개인에게 최선의 맞춤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접근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아동청소년들과 소통하고 이런 서로 다름을 어떻게 자원화할 수 있을까? 아동·청소년의 다양성을 살리는 것은 학습자들에게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제공하면서 배울 내용, 배우는 방법, 배우는 속도 등을 학습자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하게 할 때만 가능하다. 학습공원은 아동이 자신의 학습을 전적으로 주도하게 하지는 않는다.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개인의 장래 희망, 욕구, 차이 등을 적극 고려해서 각자의 학습경로(learning pathway)를 설정하게 한다. 학습공원에서는 아동들이 자신이 학습경로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필요하고 원하는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코칭한다.

아동청소년들에 의한 이러한 학습은 어떤 학교 개념과 구조로 가능할 수 있는가? 학습공원은 이와 관련해서 '학습단위(learning unit)' 혹은 '학습가족(learning family)'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이는 15-20명으로 구성된 최소 학습단위로서 전통적인 교실을 대체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학습가족은 연령이 2년 정도 차이가 나는 아동들로 구성되는 무학년제 시스템이다. 각자 개인이 가진 다양성은 사회의 중요한 가치다. 학습가족은 출신 배경, 재능, 문화, 인종이 다른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한 것이다.

학습가족의 학생들은 하루의 절반 정도는 함께 시간을 보낸다. 오전에는 대화서클도 운영되고 활동에 따라 저녁 수업에도 함께 참가할 수 있다. 이들은 각자 사회, 진행, 서기의 역할을 돌아가며 맡는다. 학습 촉진자로서의 교사는 학습가족의 학습활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날 하루의 일을 성찰하고 자신의 생각을 학습가족 구성원들과 나눈다.

학습가족은 함께 배우는 학습이 끝나면 각자 흩어져서 자신들이 원하는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해 모험가적 정신(entrepreneurship)을 키우고 장래 사회에 나갔을 때 필요한 기능과 역량을 키운다. 이를 통해 학점을 취득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대학 진학 준비의 과정이 된다.

학습공원의 학교생활은 시간적 여유가 많은 편이다. 학생들은 이런 시간을 이용해서 예술, IT기술, 음악 워크숍, 스포츠 활동, 게임 등을 배운다.

학생들에게 학습의 책임과 통제권을 온전히 발휘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는 성찰이 필요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영향을 고려한 관점 등이 요구된다. 아울러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런 꿈을 성취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런 성찰의 과정에서 필요하면 코치의 도움을 받는다. 코치와 함께 특별한 시간과 장소를 잡아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 이런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본다. 코치들은 또 학생들에게 각자의 꿈, 성공과 실패에 대해 또 어떤 때는 기분을 나쁘게 하는 요인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코치들은 학생을 도와 학생들 스스로가 어떤 경로로 학습해 나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코치들은 또 학생들에게 특정한 경험을 해보도록 장려한다.

☞ 이제 한국은 붕괴된 교실을 정상화하기 위해 교육에 관한 모든 것을 학습자 중심(student-centered)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는 교육을 학습자의 욕구, 흥미, 장래 희망, 문화적 출신 배경 등에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빼앗았던 학습의 권리와 소유권(ownership)을 학생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이는 학습자를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존재로 대우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또한 학생이 스스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과 여건(agency)을 마련해 주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학습자로 하여금 스스로 학습하고 사고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일이고, 상위인지능력을 동원해서 스스로 학습을 관찰·평가·조절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때 학습은 비로소 학생의 것이 되며 학습의 의미와 즐거움이 살아날 수 있다.

학습권의 이양에 대해 오해가 없길 바란다. 혹시라도 교사 중심의 지도를 학생 중심의 학습으로 전환하면 교실이 무질서해지고 이 속에서 아동들이 갈피를 잡지 못해 더 많은 학습자들이 실패할 것이란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는 학습권 이양이나 학습자 중심 학습에 대한 오해다. 학습자 중심 학습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통제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수업을 더 세심히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학습자가 학습을 주도하고, 학습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학교와 교사가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한 '스스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 자신과 주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알게 해야 한다. 자기주도학습이란 학생 혼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학습은 모둠이나 팀을 이루어 함께 하는 경우가 많으며 서로에게 의존해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자기주도학습에는 자기성찰과 자기 행동의 관찰(self-monitoring) 등이 꼭 필요하다.

오랫동안 지속된 교사 중심(teacher-centered) 지도 관행과 문화를 하루아침에 학생 중심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이를 점진적으로 바꾸어가야 하고 이를 위한 방법이 소위 '점진적 학습 책임 이양(gradual release of responsibility)'이다. 이는 '교사 중심 수업 → 교사와 학생 중심 수업 → 학생의 독립적 학습'으로 이행하는 것을 말한다.

학습의 책임을 이양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변화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탈표준화'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표준화는 획일적 교육을 강화한다. 표준화는 현재와 같이 반의 모든 학생들은 교사를 바라보고 나란히 앉아 수동적으로 강의를 청취하는 문화를 강화한다. 표준화된 교육은 개별화 교육을 멀리한다. 결과적으로 표준화된 교육은 일부 학생만 끌고 가는 것이며 다수를 낙오시키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표준(standards)은 긍정적이지만 표준화(standardization)는 부정적이다. 교육의 표준화는 표준화 시험을 낳고, 표준화 시험 결과의 공개는 학교 간, 학생 간을 비교하게 해서 경쟁을 지나치게 심화시킨다. 결국 교육의 표준화는 교육을 본질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오늘날의 학교교육의 붕괴를 초래한 원흉이다. 그런데도 한국에는 아무도 교육의 표준화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오늘날의 교육학자, 오늘의 교육부 관료들에게 모두 책임이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아직 고수하고 있기 때문인가? 이제 표준화를 허물어야 한다. 이는 빠를수록 좋다. 표준화가 존재하는 한 오늘날과 같은 학교제도와 입시제도는 바뀌기 어렵다. 대입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도 교육의 표준화를 허무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말이 나온 김에 학습자 중심, 학습자 책임, 학습의 자기주도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자. 학습자들에게 학습을 스스로가 책임지며 통제하고, 조절해나가도록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깊이 헤아릴 필요가 있다. 학습의 주도권(ownership of learning)을 강화한다는 것이 좁게는 배우는 내용, 배우는 방식, 배우는 장소, 배우는 속도, 배운 내용을 표현하는 방식 등을 학생에게 맞추거나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넓게는 이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것을 의미할 수 있다. Educational Leadership(EL)이란 잡지에 실린 바 있는 '(학습) 소유권의 구조(The Architecture of Ownership)'란 제목의 글의 요지를 소개하겠다. 이 잡지를 발행하는 단체는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고 전 세계 145개국에서 전임교육감, 교육전문직, 교수, 교사 등 교육지도자 15만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교육협의체 ASCD(Association for Supervision and Curriculum Development)이다. EL은 명성이 높은 세계적 교육 잡지의 하나다. 학생 참여 분야의 전문가인 Adam Fletcher 박사가 여기에 기고한 글에 의하면 학습의 소유권은 학생의 직접적 참여(involvement)를 핵심으로 삼는다. 그는 학생 참여의 기본 패턴으로 '기획자로서의 학생(students as planners)',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학생(students as teachers)', '교사 전문성 개발의 파트너로서의 학생(students as professional development partners)', '의사결정자로서의 학생(students as decision-makers)', '변화를 위한 작업의 동반자로의 학생(working With not For students)'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선택하고(Let Students Choose), 학생을 평가에 참여시키며(Engage Students in Evaluations), 학생에게 책임을 맡기며(Put Students in Charge), 학생이 점점 더 많은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Broaden Students' Sense of Responsibility)을 의미한다.

오늘날 한국이 안고 있는 학교문제를 풀 수 있는 최고의 단서는 학습의 소유권을 단계적으로 학습자에게로 돌려주는 일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는 지난 칼럼 '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3): 학습공원의 특성과 교사의 역할'에서 자세히 살펴본 바와 같이 미래학교는 교사의 역할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을 전제로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런 변화가 두렵고 싫을 수 있다. 이는 교사의 권위를 더욱 약화시키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제 교사들은 교단의 현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학생의 옆이나 뒤에 서서 학생을 돕고 학생과 함께 학습하는 사람(co-learner)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무너진 학교를 바로 세우는 최선의 방식이다. 의정부의 '꿈이룸 학교' 등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제는 더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늘날의 학교 현상은 어떤 하나의 정책변경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시적 현상(status quo)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다. 오늘날의 학교를 학습공원과 같은 미래학교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이때만 한국의 학교교육에 희망이 있다.

2. 다양성은 소중한 자산

학습공원에서는 다양한 학생 구성 및 각 개인의 다양성이 교수학습에서 중요한 자원이자 소중한 자산이다. 이런 다양성을 학습으로 연결시키고 학습에서 잘 활용하면 이는 가치 있는 경험과 통찰력을 제공한다. 다양한 아동들로 구성된 집단을 상상해보라. 각자 학습을 통해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기대,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함께 모인 학습가족을. 각자가 지향하는 바를 설명하고 이를 다른 사람의 것과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학습의 과정이 된다.

이런 학습가족들의 학습이 잘 이뤄질 수 있게 하려면 어떤 경로나 과정이 필요한가? 연대(solidarity), 열린 접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서로 다름이 좋은 것이란 경험 같은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학습은 서로 다른 것의 연결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와 너의 경험은 무엇인가? 서로 다른 우리들은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함께 할 수 있는가? 우리는 각자에게 때로는 여유를 주며 우리 자신과 재연결할 시간을 가지는가?

다양성을 교육의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래학교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활동들이 필요하다.

* 우리가 속한 지역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한다.
* 교사 연수: 교사 연수 프로그램은 지역 및 글로벌 공동체의 문화를 반영한다. 교사 연수에 참여할 사람을 선정하는 기준은 다른 무엇보다도 학생의 다양성이 큰 공동체에서 가르치는 것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인가의 여부이다.
* 학습활동을 위한 내용은 새롭고 다음과 같은 것을 강조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 사람과 환경 간의 상호관계와 상호작용
- 다양성을 적극 수용하는 지식, 기능, 역량, 태도
- 글로벌 및 지역 주제
- 학습능력의 개발
* 모든 가정이 아동들을 보육원에 보내도록 장려한다.
* 학부모나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다양한 학습 활동을 학습공원 안팎에서 제공하고 스케줄을 유연하게 짠다.
* 다양한 수준의 전략을 구사한다:
- 특수교육 대상자를 구분하기보다 학습과 참여에 누가 어려움을 느끼는지를 발견한 다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 교사 연수를 위한 학생을 섭외할 때 소외된 지역, 소수민족이 사는 지역, 장애를 가진 아동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 극장, 춤, 도시 워크숍, 대학 등과 관계를 맺고 연대한다.
- 동료 코칭과 멘토링을 강화한다.
- '가치소양(value literacy)'을 개발하고 반응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대화의 기회를 만든다.
* 리더십:
- 학교 리더십은 열정과 공유를 특징으로 한다.
- 학습공원 관리자(=전통적인 학교의 교장, 교감) 스스로 학습의 중심에 서서 학습을 이끄는 사람이 된다.
- 어른과 아동의 다양성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 오늘날의 사회는 다양한 이유로 학생의 다양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이런 변화를 맞이하여 학생의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역량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헬싱키 디자인 연구소(2011)가 밝히고 있듯이 "미래 사회에서 교육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다양성에 대해 얼마나 잘 대처하며 다양한 아동들을 모두 학습에 참여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렸다."라는 사실이다. 아직 한국은 다양성으로 인한 차이를 '부족'이나 '비정상'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다양성을 소중한 자원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미래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성을 잘 다루고 이런 일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교사로 뽑아야 하고, 교생실습을 할 때 소외된 지역이나 소수민족이 사는 지역 출신의 아동, 장애를 가진 아동들을 대상으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은 탁월한 발상이다.

암튼 한국 사회는 기존의 제도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이것이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기존의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변화를 시도하더라도 기존의 제도를 그대로 두고 땜질식 수선만 반복하는 식이다. 아직도 낡은 사고에 갇혀 변화를 거부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사회를 책임질 오늘날의 아동·청소년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2016-05-04-1462347425-593317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