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Headshot

한국교육의 망가진 GPS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연합뉴스
연합뉴스

"바보야, 문제는 GPS야!"

글 | 이재경 (뉴욕주립대 버팔로 교육대학 학장 겸 교수)

2016-05-19-1463620583-3316131-2.PNG

한국교육의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망가진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길라잡이)다. 많은 학교, 교사, 학부모와 학생들이 모두 한 곳, 동일한 하나의 목적지를 바라보고 여기에 도달하기 위해서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앞다투어 달려가고 있다. 이른바 일류대학 진학과 일류직장 입사를 위한 점수/학벌따기 경쟁이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 낡은,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길로 동시에 운전하다 보니 발생하는 것이 바로 병목현상(bottleneck)이다. 아마도 이 와중에 목적지에 먼저 도달하는 사람은 타고난 운전기술이 뛰어난 경우를 제외하면 남보다 먼저 빨리 출발을 했거나 규칙위반하는 경우--과외를 통한 선행학습이나 시험요령 취득 등--일 것이다.

해결책은 둘 중의 하나이다. 하나는 목적지로 가는 길을 바꾸는 것이다. 유일무이한 목적지로 가는 길을 크게 넓히거나 여러 개의 길을 만들어서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그동안 많이 있어 왔고, 예컨대 입시난을 해소하고자 대학문호의 확대나 신입생 선발방식 다양화, 수능시험 난이도 조절, 교육방송을 통한 과외 대체 노력 등이 그것이다. 나아가서 취업난 해소를 위해 공공일자리 제공과 기업인턴제 의무화, 심지어 청년수당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일시적인 대증요법의 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때로는 문제를 더 악화시키거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또 다른,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목적지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각 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게 목적지를 다양하게 선택하고 또 다양한 맞춤형 방식으로 가도록 돕는 것이다. 공교육의 목표와 책임에 대한 사회적 재계약이 필요하다. 전인교육 혹은 홍익인간과 같은 이상이 골동품으로 취급되는 학교에서 참교육이 설 자리는 없다. 학벌을 위한 점수따기 경쟁을 유도하거나 사교육에 방치하는 공교육, 그리고 소위 명문대 진학을 위해 준비된 상위권 학생들만 지원하고 우대하는 학교는 국민의 혈세를 통해서 지원할 필요가 없다. 급속한 첨단기술의 발전과 세계화, 다문화, 인공지능 사회가 어떠한 인간을 필요로 하는지, 그 미래 사회를 잘 이끌고 헤쳐나가려면 어떤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지를 화두로 백년지대계의 스마트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

스마트 교육은 우선 학생들이 미래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중요한 것이 기계적인 암기나 벼락치기식 과외, 단편적 지식습득과 시험요령을 통해 높이는 GPA(Grade Point Average: 학교성적)가 아니라, 혹은 인기 있는 회사나 공무원직 같은 안정된 직업 취득을 위한 구색용 스펙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야 한다. 우리 전 인류, 국가, 혹은 지역 사회가 당면한 실제 문제들을 중심으로 학습하고 탐구하면서, 이를 통해 지식습득을 넘어서 도덕성, 사회성, 인내성, 창의성, 의사소통 및 문제해결 능력을 모든 학생들이 키워야 한다. 특히 어려운 가정환경에 있거나 소수집단에 속하는 학생들이 꿈을 실현하고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현하도록 도와주는 GPS 가 필요하다.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재능이 사장되지 않도록 다양한 교육기회의 제공과 진단 및 형성평가를 통해 학생의 잠재력을 끊임없이 파악하고, 가정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학교가 도와야 한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 theory)에 의하면 여러 가지 형태의 똑똑함이 존재하고, 이러한 다양한 학생들의 재능을 골고루 개발해 주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여기에는 수리, 언어, 미술, 체육, 음악, 대인관계, 자아관리, 자연탐구 등의 영역이 포함된다. 토마스 프리드만은 디지탈 시대의 사회변화에 적응해서 살아남는 자는 IQ(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PQ(Passion Quotient: 열정지수)와 CQ(Curiosity Quotient: 호기심 지수)가 높은 사람이라고 역설한다. 스티브 잡스는 늘 이상을 갈구하고 바보처럼 도전하라고 주문한다("Stay hungry. Stay foolish."). 학생 스스로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주도적으로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우선 부모와 교사가 달라져야 한다.

교사와 부모들은 흔히 학교성적이 나쁜 아이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 그렇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인생의 성공에 정말 필요한 것은 GPA가 아니라 GPS다. 성적을 위한 경쟁적 공부가 성적을 높일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자발적인 공부의 즐거움과 협동적 성취의 의미를 앗아간다. 한국학생들이 국제 수학/과학 학력평가 시험에서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성적을 올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스스로는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고 학업에 대한 흥미와 비전이 없다는 것이 한국교육의 역설이다. 급변하는 세계에 대응하여 미래의 꿈과 희망을 주지 못하는 입시중심 교육은 방황하는 아이들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외치는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에 눈을 뜨게 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게 하는 스마트 교육을 펼치자. "바보야, 문제는 GPS야!"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2016-05-19-1463620658-2985590-.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