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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희정이 '이재용 구속'에 응답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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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건희'는 무혐의,'박근혜-이재용'은 구속.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마침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삼성그룹은 창업주인 이병철부터 2대 이건희 · 3대 이재용에 이르기까지 총수 3대가 여러 번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실제로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정희-이병철' 때에는 총수가 검찰에 나오지도 않았고, '노무현-이건희' 당시에는 무혐의 처리됐는데, 결국 '박근혜-이재용' 시대에 최초로 구속된 것이다.

이병철은 박정희 정권 하에서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위기에 처했지만, 구속은커녕 검찰에 불려 나오지도 않았다(국가에 헌납, 경영 은퇴 선언). 이건희 역시 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에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치명적 위험에 놓였지만, 서면조사만 받았고 무혐의 처분됐다(대국민 사과, 8천억 원 사회기금). 또 이건희는 2007년 말에 시작된 '삼성 비자금 특검' 조사도 받았지만, 그 결과는 사실상 면죄부였다(경영쇄신안 발표, 경영 일선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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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반면 삼성으로부터 소위 말하는 '떡값(뇌물)'을 받은 걸로 의심되는 검사들의 실명을 인터넷에 공개했던 노회찬 의원은, 급기야 삼성 X파일 관련 대법원 판결로 인해 2013년 2월에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만다. 그리고 삼성 X파일의 추악한 몰골을 만천하에 폭로한 MBC 이상호 기자도 나중에 방송국에서 쫓겨났다(물론 MBC가 밝힌 해고의 직접적 사유가 삼성 X파일은 아니었다).

노무현 정권 시절 삼성 X파일 수사 담당자, 황교안

여기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대통령 권한대행'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황교안을 주목해야 한다. 삼성 X파일과 관련한 검찰의 엉터리 수사 결과가 발표된 2005년 12월, 당시 노무현 정권 하의 검찰에서 대규모 수사팀을 진두지휘(서울중앙지검 2차장 재직 시절 '안기부-국정원 불법 도청사건' 수사 지휘)한 인물이 바로 황교안이었다.

황교안은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X파일 당사자들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리하는 한편, 이를 보도한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장본인이다. 이후 황교안은 박근혜 정권의 초대 법무부장관을 거쳐 결국 국무총리까지 됐고, 노무현 정권 시절에 삼성 X파일을 세상에 공개한 이상호와 노회찬은 박근혜 당선 이후 방송국과 국회에서 쫓겨났다.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11월 26일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실린 '삼성은 참여정부 두뇌이자 스승이었다'라는 기사를 보면, 삼성 인사의 발언을 직접 인용하는 대목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 때도 비공식으로 삼성과의 사이에 누가 좋겠느냐는 얘기가 오갔다. 이때는 삼성맨을 직접 천거하지 않고, 주로 경제 관료 가운데 삼성에 우호적 인사를 추천했다. 실제로 각료로 입각한 사례가 적지 않다. 노무현 정부 때도 시쳇말로 '삼성장학생'으로 불리는 인사가 요직에 등용되었다."

이 기사를 읽어보면 누구나 그렇게 느끼겠지만, 한마디로 참여정부는 삼성정부였던 셈이다. 노무현은 2005년 12월 황교안이 삼성 X파일 당사자들을 전원 불기소 처분하고 노회찬과 이상호를 기소할 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당시 정권에 암약하고 있던 '삼성장학생'들은 노무현과 삼성을 어떻게 연결시켰을까? 2005년 여름 노무현 대통령과 삼성의 유착관계에 대해 무수한 의혹이 제기될 때 삼성장학생들은 노무현에게 어떤 말을 했고 노무현은 어떻게 반응했는지,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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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5년 8월 26일 당시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오마이뉴스]

노무현과 박근혜, 삼성의 역사적 아이러니

앞서 말한 2007년 11월의 시사인 기사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이건희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 대사 기용도 '인재 공유' 사례로 꼽힌다. 언론노조와 시민단체가 조세 포탈범을 주미 대사라는 요직 중의 요직에 기용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거세게 비판했지만 노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게다가 홍 대사가 '삼성 X파일 사건'에 휘말리자 "정·경·언 유착과 도청 문제 가운데 도청이 훨씬 더 중요하고 본질적"이라며 그를 엄호했다."

- 시사인(2007/11/26), '삼성은 참여정부 두뇌이자 스승이었다' 기사 내용 중 발췌

노무현 정권에서 홍석현이 주미 대사가 된 게 과연 우연일까?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증언한 바대로, 노무현 정권은 삼성에 각료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첫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이 임명됐고, 어쩌면 홍석현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주미 대사가 됐을 수 있다. 이런 노무현 정권 하에서 이건희의 무혐의 처리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언론사는 JTBC일 것이다. 현재 JTBC와 중앙일보를 양대 축으로 하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회장이 바로 홍석현이다. 홍석현의 아버지 홍진기는 4·19민주혁명 당시 내무부장관으로서, 경찰의 발포 명령 책임자 중 하나였다. 홍진기의 딸 홍라희(홍석현의 누나)는 이병철의 아들 이건희와 결혼했고, 홍진기는 이병철이 만든 중앙일보(당시 삼성그룹 계열사)의 회장이 됐다.

30대 중반에 홍석현은 전두환 비서실장의 보좌관을 하다가 얼마 뒤 삼성 계열사의 임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1994년부터 홍석현은 중앙일보의 경영자로 활동하는 한편, 매형인 이건희와 함께 희대의 정경유착 사건인 '삼성 X파일'의 장본인이 된다. 1999년 삼성그룹과의 계열 분리 이후에도 중앙일보는 거침없이 확장했고, 이제 국내 최대의 복합미디어그룹으로서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언론재벌'이 되었다(최근엔 홍석현의 대선 출마 얘기까지 나온다).

원래 이병철이 중앙일보와 동양방송(TBC)을 설립한 건 박정희에게 정치자금을 대느니 차라리 자기가 직접 정치를 할까 하다가 그 대신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언론사를 만든 것이다. 바로 그 중앙일보와 JTBC(TBC의 후신)가 '이미 버린 카드' 박근혜를 제물로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언론재벌이 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이재용이 구속된 건 정말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혹자는 삼성그룹 이씨 가문과 외척인 홍씨 가문 사이의 암투 측면에서 이 사태를 바라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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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대선후보' 문재인과 안희정이 대답해야만 하는 문제

지난 1월 17일 이상호 기자는 고발뉴스의 라이브 방송 [이상호의 사실은 LIVE]를 통해서 '삼성 X파일'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특검을 요구했을 때, '아직 시기상조다'라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하신 분이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이었다." 노무현 정권 이후 대한민국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삼성공화국'으로서의 면모가 확고해지고 말았는데, 과연 문재인은 이때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1위 문재인은 이에 대해서 명확히 답변해야 되지 않을까?

"2004년 9월 이광재 의원 등 이른바 친노 그룹이 주도하는 의정연구센터는 삼성경제연구소와 '경제 재도약을 위한 10대 긴급 제언'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심포지엄 직후 이광재·서갑원 의원 등은 정책 자료집을 발표하면서 2만 달러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거대 선진 경제권과의 FTA를 신속하게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먼저 주장한 것을 노 대통령 추종 세력이라는 이들이 받았고,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미국과의 FTA를 밀어붙였다."

- 시사인(2007/11/26), '삼성은 참여정부 두뇌이자 스승이었다' 기사 내용 중 발췌

다들 알다시피, 문재인과 안희정은 참여정부 출신이고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시사인 기사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당시 친노그룹과 삼성그룹은 '특별한' 관계였고, 삼성은 이들을 통해 국가 차원의 과제를 선점하며 노무현 정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안희정은 참여정부 시절 '좌 희정-우 광재'로 불릴 정도로 이광재와 돈독한 사이였고(1965년생 동갑내기), 현재 이광재는 홍석현이 이사회 멤버로 있는 민간싱크탱크 '여시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같은 참여정부 출신 인사인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안희정의 경제공약을 향해 "참, 한심하다. 한나라당-새누리당계의 대통령 후보라면 모를까... (경제정책만 본다면 확실히 노무현의 적자가 아니다. 차라리 적이라고 하면 마음이나 편할 듯..)"이라고 말했다. 또한 MBC 해직기자인 이용마 역시 "노무현 정부를 무너뜨린 일등공신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난 이광재와 안희정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안희정은 현재 야권 대선후보 중에서 지지율 2위다. 노무현의 치명적인 잘못들 중에 하나가 바로 삼성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것이고, 노무현의 실패는 삼성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과 유착관계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건 노무현의 실패에서 힘입은 바가 적지 않은데,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안희정도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의혹에 대해 명확히 대답해야 되지 않을까?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기까지 우리는 참 오래 걸렸다. 박정희 때도 이병철은 건재했고, 노무현 시절에도 이건희는 구속시키지 못했다. 이 추운 계절에 대한민국 국민 천만 명이 차디찬 광화문 바닥에 앉아서 100일 넘게 촛불을 들고서야 가까스로 이재용이 구속됐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2017년에 고작 10년 전 노무현 정권의 재탕을 위해서 이렇게 애쓰고 있는 것인가? 삼성공화국을 탈피하고 헬조선을 벗어나며 이전의 민주정부보다도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는 촛불을 들었다.

그렇다면 정권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뭔가 다른 비전도 야권후보 지지율 1·2위인 문재인과 안희정이 보여줘야 한다. 삼성그룹 총수 최초로 이재용이 구속된 바로 이 순간, 안희정과 문재인은 노무현 정권의 결정적 실수인 삼성과의 관계 정립 실패에 관해 확실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만약 자신이 새 대통령이 된다면 재벌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나를 포함해서 결코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문재인이나 안희정에게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친노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아서정 블로그 : arthurju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