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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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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 우리가 바르는 화장품 속 플라스틱의 위험성.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다. 대양은 대기 중의 산소 대부분이 나오는 곳이고, 다른 어떤 서식지보다도 많은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내륙의 모든 물길은 결국 대양을 향해 흐르고, 인간이 사는 모든 땅의 끝에는 바다가 있다. 인류가 출현한 이후 지금까지 대양은 인간이 버린 것들을 다 흡수해 왔는데, 20세기 이전까지 이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상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사람들은 거의 쓰레기를 만들지 않았다(인류 역사 내내 사람들은 물질을 재활용하고 재사용했다). 재화를 낭비할 만한 여력이 되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언제나 재사용과 재활용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산업화 시대 이전 사람들의 일상은 물질의 연쇄적인 순환 위에 존재했고, 경제 자체가 이를 기반으로 해서 계속 굴러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화석연료를 이용한 대량생산)와 도시화(전염병을 유발하는 밀집된 도시 공간)는 이와 같은 물질 순환 체계를 무너뜨렸고, 당시 정치가들은 도시 쓰레기 수거 시스템과 매립장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부터 쓰레기 처리 문제가 본격화됐고, 20세기 초 플라스틱의 등장은 인류의 역사를 결정적으로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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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쓰레기의 60~80%는 플라스틱이다. ⓒ그린피스

다들 알다시피, 플라스틱은 화석연료 생산의 부산물이다(현재 사용되는 플라스틱 원료의 대부분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정제 과정에서 나온다). 석유는 아주 오래된 자연물질인데, 이 생성 과정의 발단이 되는 유기물은 3억 년 전부터 3000만 년 전 사이에 지구의 조건이 오랫동안 석유가 생성되기에 적합했던 때 호수와 바다의 얕은 유역에서 번성했던 것으로 보이는 식물들이다.

인류는 생성되는 데에 몇 천만 년이 걸린 석유를 단 200년 동안 마구 캐내어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얻어진 플라스틱은 수백 수천만 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단 1~2분만 쓰고 버려지는 쓰레기가 된다(오늘날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절반은 '일회용품'에 사용된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플라스틱은 자연계에서는 저절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인류가 이제껏 생산한 모든 플라스틱이 어떤 형태로든 아직도 우리와 함께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불과 1940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지만(2차대전 종전을 기점으로 당시 대부분의 '신물질' 사용을 독점했던 군대의 플라스틱 용품들이 민간으로 급속히 확산된다), 플라스틱 생산은 지난 반세기 동안 무려 25배나 늘었다. 이미 1980년 무렵에 플라스틱은 철강 생산을 넘어섰고, 현재 기하급수적으로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 결과, 지구촌 각지의 해변에서 수거된 쓰레기의 내용물을 보면 일관되게 플라스틱이 60~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까지 바다로 흘러들어간 모든 플라스틱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형태로든 바닷속에 계속 남아있는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 오염과 해양생태계 파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미세플라스틱과 마이크로비즈의 위협

대양은 내륙의 모든 물길이 다다르는 종착지이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같이 사용하는 물도 결국 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지금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어디에나 있는 플라스틱도 예외가 아닌데, 이것은 자연적으로 분해가 되지 않기에 지구의 바다에는 바로 이 순간에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계속해서 축적되고 있다. 이 중에는 눈에 보일 정도로 크기가 큰 플라스틱도 있고, 도저히 육안으로는 식별 불가능할 만큼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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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크기에 따른 분류. ⓒ그린피스

이렇게 다양한 크기의 플라스틱들은 처음 제조 당시의 크기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원래는 큰 플라스틱이었던 것들이 태양과 파도에 의해 부서져서 미세 쓰레기가 되는 경우도 많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은 5mm 이하의 작은 고체 플라스틱을 통칭하는 용어인데, 생산 당시부터 애초에 작게 만들어진 '1차 미세플라스틱'과 여러가지 형태와 크기의 플라스틱들이 다양한 자연작용 및 물리력에 의해 마모되거나 잘게 쪼개져서 작아진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눌 수 있다.

바다 속에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이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큰 문제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인류에 더 위협적인 이유는 현실적으로 이를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차라리 크기가 큰 플라스틱들은 어떻게든 건져 올려서 '청소'라는 게 가능하겠지만(물론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를 청소한다는 건 아주 힘든 일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는 건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참으로 난감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다. 1차 미세플라스틱에 속하는 마이크로비즈는 우리가 매일같이 쓰는 치약, 폼클렌징, 바디워시, 스크럽제 등을 비롯한 각종 화장품과 세제에 많이 사용된다. 이런 제품들을 써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할 정도의 유색 알갱이 형태를 띤 것들도 있고 아예 눈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경우까지 다양하다. 흔히 제품의 세정기능을 높이기 위해 넣지만,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들어갈 때도 있다.

이런 마이크로비즈가 굉장히 까다로운 문제인 이유는 주로 물로 씻어내는 화장품과 세정제에 사용되기 때문에 하수구로 그냥 쓸려 내려가는데, 그 미세한 크기로 인해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못한 채 그대로 강과 바다에 유입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치약과 세제·화장품에 들어가 있는 마이크로비즈가 결국 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이렇게 대양으로 유입되고 축적된 마이크로비즈는 수많은 해양 생물의 체내로 흡수되는 것이다.

지금 바로 주위를 둘러보라. 자신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화장품과 세제('재료'뿐만 아니라 '포장'도 플라스틱이다)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지를.. 사실 이런 제품들은 다 화학물질 덩어리인 셈인데, 여기서 특히 유념해야 할 점은 우리가 한 번에 딱 하나의 화학물질에만 노출되는 게 아니라 날마다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에 동시다발로 노출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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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의 마이크로비즈. ⓒ그린피스

플라스틱 먹이사슬의 종착지, 인간

바닷속 동물성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는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할 수도 있고,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거대한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 개체로 이동된다. 그리고 플라스틱 자체의 특성상 다양한 동식물에 흡착되거나 또 다양한 미생물이 플라스틱에 쉽게 들러붙을 수 있다. 마이크로비즈와 같은 미세플라스틱은 자석처럼 유해물질을 끌어당기는 성질도 갖고 있어서, 대양에 잔류하는 여러가지 독성물질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올라탄 작은 생물들은 해류를 타고 지구촌 어딘가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이렇게 도착한 '외래종'들은 그곳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동물의 체내에 물리적 상처를 낼 수 있고, 섭식습관 변화, 번식률 저하, 활성산소 과다로 인한 세포내 스트레스, 에너지 저하, 내장 변형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히 제기되는 중대한 문제는, 우리가 집에서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과연 우리 밥상으로 얼마나 되돌아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의 바다에서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계속해서 플라스틱을 삼키고 있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들도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셈이고, 공룡이 멸종할 때도 살아남았던 장수거북도 마찬가지다(장수거북은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데, 1968년 이래로 발견된 죽은 거북이 중 3분의 1의 체내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고 한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전 세계 해변과 대양에 퍼지고 있으며, 플라스틱을 먹은 작은 물고기를 큰 물고기가 잡아먹고 그 큰 물고기들은 먹이사슬의 다음 단계 바로 우리가 잡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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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사체 속 플라스틱. ⓒ그린피스, The 5 Gyres Institute

평소에 화장을 지울 때 사용한 스크럽제 속의 마이크로비즈는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때에는 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을 수 있다. 이런 유해물질들은 일단 흡수가 되면 지방조직으로 이동해서 계속 잔류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물고기에서 큰 물고기로 그리고 상위 포식자로 그대로 옮겨질 수 있다. 그래서 (극지방 해양생물을 먹는) 이누이트 원주민들의 혈액과 모유에서도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유해물질이 높은 수치로 나왔고, 아마 우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미세플라스틱 규제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생체모니터링 연구에 따르면, 나이·인종·거주지를 막론하고 현재 적어도 80%의 미국인이 신체 안에 검출 가능한 수준의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혈액·소변·타액·모유·양수 등에서 이런 유해물질을 발견했는데, 이는 사람들이 삶의 모든 단계에서 이런 화학물질들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플라스틱의 시대를 거치며, 이제 인류는 반세기만에 (신생아까지 포함해) 거의 모든 인간이 측정 가능한 수준의 플라스틱 화학물질을 몸에 지니게 된 셈이다.

결국 미세플라스틱의 위협을 이누이트 원주민을 비롯해 지구상의 그 누구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 UNEP)도 화장품에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의 단계적 감축을 권고하고 나섰다. 유럽 5개국(네덜란드 · 스웨덴 · 벨기에 · 오스트리아 · 룩셈부르크)은 EU 전체에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금지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고, 최근 영국과 대만도 마이크로비즈를 규제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캘리포니아 · 뉴욕 · 오하이오 등이 마이크로비즈를 금지시킨 데 이어, 2015년 12월에는 마침내 미 전역에서 마이크로비즈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2017년 7월부터 치약을 포함해 물로 씻어내는 개인 미용 및 위생용품의 생산에 마이크로비즈의 사용이 전면 금지되고, 2018년 7월부터는 이미 생산된 제품의 판매도 금지될 예정이다). 캐나다 역시 마이크로비즈를 '독성물질'로 규정하는 법안 통과를 앞두고 있으며, 다국적 화장품 기업들과 대형 유통사도 마이크로비즈 퇴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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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9일 한강에서 진행된 그린피스의 '마이크로비즈 그만' 퍼포먼스. ⓒ그린피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도 지난 7월 6일부터 마이크로비즈 사용금지를 위한 법적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마이 리틀 플라스틱" 캠페인(웹사이트)을 시작했다. 화장품 및 개인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마이크로비즈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규제하는 법적장치 마련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퍼포먼스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7월 16일과 17일에는 여의도 IFC 몰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마이크로비즈 그만' 행사를 진행했고, 8월 9일에는 한강에서 법적규제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아울러 동아시아 바다 공동체 오션 · 시민환경연구소 ·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 여성환경연대 ·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 환경정의재단과 함께 '마이크로비즈 근절에 대한 환경단체 공동 성명서'도 발표했다. 7월 20일에는 전 세계 매출 상위 30위 화장품 및 생활용품 기업(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암웨이 등 포함)을 대상으로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의 마이크로비즈 정책 순위'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LG생활건강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마이크로비즈로 인한 해양오염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잠재적으로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국제시민단체와 UN 환경계획의 의견에 깊이 공감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용 중단 계획을 수립하여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2016년 말까지 사용을 중단할 계획이란다). 기업의 변화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 대처를 위해, 그린피스는 마이크로비즈 규제 법제화를 요구하는 2만 여 시민들의 서명을 국무총리실에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플라스틱은 분명 편리하고, 앞으로도 인류는 플라스틱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첨단제품들은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 우리가 사용할 플라스틱은 예전처럼 잠깐 쓰고 버리는 낭비적 플라스틱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무엇보다도 우리는 일회용품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만 한다). 지속가능하도록 재사용과 재활용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고, 마이크로비즈처럼 우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가 되어서도 안 된다(한국도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이전의 수십 년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플라스틱의 시대 생태 붕괴의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쓰고 버리는 문화'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인류는 플라스틱과 맺는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하며, 애초에 사람들이 플라스틱을 사용하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도록 전면적으로 법과 규정 자체를 바꿔야만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미세플라스틱과 마이크로비즈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아서정 블로그 : arthurju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