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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났으니 살 빼겠다는 열 아홉 소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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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양 66100 편집장


아가씨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소녀로도 불릴 수 있음이 부럽기만 한 열 아홉 그대들에게 서른을 갓 넘긴 언니가 간곡히 당부할 말이 있어 이렇게 글을 쓴다.

우선, 수능을 잘 봤건 못 봤건 무사히 시험을 마친 것 축하해! 아마 시험이 끝나는 종소리와 함께 수능이 끝나면 할 일들이 적힌 리스트를 정신없이 훑고 있겠지? 남자친구 사귀기, 여행가기, 원 없이 잠자기 등등 많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소녀들의 목록 첫 번째에 다이어트가 적혀 있을 거야. 정확히는 "살 빼서 예뻐지기"겠지.

언니는 "플러스사이즈모델"이야. 그게 뭐냐고? 현실적이지 않은 런웨이 위의 모델들이 아닌, 리얼웨이 여성들의 몸매에 가깝거나 기성복보다 오버 사이즈인 패션모델을 말해. 2010년에 미국 최대이자 최초의 플러스사이즈 패션위크인 Full Figured Fashion Week에서 데뷔했어. 지금은 플러스사이즈 모델이자 플러스 사이즈 패션 컬처 매거진 66100(im66100.com)의 편집장이기도 하지.

언니도 고2 때는 165cm 53kg, 55와 66 사이 정도의 사이즈였어. 근데 점점 살이 찌더니 고3 졸업식 즈음의 몸무게는 65kg에 이르렀지. 청바지를 처음으로 사러 갔는데, 기성복 중에는 여성복이 맞질 않더라구. 아마 고개 끄덕끄덕 하는 친구들 많을 거야. 10킬로 이상 살 찌는 거, 사실 정말 별 일 아니거든.

앉아서 공부하느라 소화는 잘 안 되는데 식욕은 왕성하고, 운동은 할 짬이 없고, 체력은 떨어지고. 치마 후크는 안 잠긴 지 오래, 후크는 고사하고 지퍼도 이제 반 밖에 안 올라가는데 속 모르는 학생주임 선생님은 아래에 트레이닝복 입었다고 야단하시더라. 심지어 대학교 때 필라테스를 다니려고 하는데, 맞는 트레이닝복이 없어 너무 절망했었던 적도 있었으니까.


억지로 뺀 살은 유지하기 힘들다

지금부터 게임을... 아니, 다이어트를 시작하지. 라고 결정하고 헬스장 문을 들어선 순간, 고3 특별 할인으로 3개월을 등록하라는 유혹을 받게 될 거야. 또한, PT라고 말하는 개인트레이닝을 서비스로 몇 회 해 주고 중간에 양도도 가능하며, 원할 때 잠시 운동을 멈출 수도 있다고 할 거야. 처음에는 호기롭게 인바디도 재고 잘생긴 트레이너가 기구 사용법도 알려주고 카톡으로 식단 조절하라고 채찍질도 해 주니 처음엔 살이 정말 빠지는 기분일 거야.

그런데 웬걸. 이제 스트레스 끝, 야식 안녕! 날씬하고 예뻐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자꾸 운동에 가지 않을 이유들이 생겨나. 하루는 절친들이 수능 끝났으니까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하루는 반 친구들이 수능 끝났으니까 쇼핑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또 하루는 가족들이 수능 끝났으니까 맛있는 외식 하자고 할 거고. 그리고 아직 실기나 논술을 봐야하는 친구들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기엔 무리가 있으니 하루하루 운동에 나가지 않는 날들이 늘어나지.

그러나 여러분은 안도할 거야. 왜냐고? 3개월을 등록했고 정 안되면 운동을 중지하거나 여차하면 양도해 버리면 되니까. 어, 근데 이상하다. 너네 운동 하려고 등록 한 거지 핑계 대며 안 다니려고 등록한 거 아니잖아?

그리고 착실히 매일 운동을 나가는 친구들은 잘 하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관문이 남아있어. 바로 식이요법이야. 소녀들 질량보존의 법칙 알지? 먹은 에너지만큼 태워야 몸무게가 유지되고, 그 이상 움직여야 살이 빠지는 거 말이야. 근데, 눈에 확확 보이는 체중감량을 위해 여러분은 고구마 1개, 계란 1개, 양념 안 한 닭 가슴살로 연명하다 결국, 하루 못 참고 야식으로 치킨을 시키게 되고, 하루가 이틀이 되고, 결국 버린 몸, 운동 그만 둘래, 의 수순을 밟게 돼.

그리고 그 식이요법을 철저히 지키고 정상적인 식사와 활동으로 돌아왔을 때 요요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억지로 식욕을 참다 보면 결국 정상적인 식사 자체도 몸이 거부하거나 식사장애를 겪는 부작용을 낳게 되지.

자, 듣자듣자 하니까 열 받지? 말끝마다 "안 될 거야."로 일관하는 거, 놀리는 것 같고? 자 그럼 언니가 추천하는 예뻐지고 살 빠지는 방법에 대해서 들어볼래?

무조건 음식을 멀리하지 말고, 식사의 질을 높이자

소녀들, 부끄럽지만 고3 시절 내내 변비로 무척 고생했지? 고기반찬 나오면 미친 듯이 뛰어나가 "더 주세요!"를 연발하고. 고기 먹는 건 좋은데, 풀도 많이 먹어. 초식동물처럼 드레싱 없는 샐러드를 먹는 게 고역이라면 상추를 씻고 양배추를 삶고 깻잎을 데쳐서 쌈을 싸서 간장에 살짝 찍어 먹어. 하루에 한 끼는 먹을 만 할 거야.

그리고 이제 아무도 안 쫓아오니까 천천히 먹어. 20번이 어려우면 10번씩 천천히 씹어 먹고. 허겁지겁 빨리 먹으면 폭식하게 되니까. 물도 많이 안 마시고 잠 쫓는다고 커피만 마셔댔지? 500ml 텀블러로 하루에 4잔만 마셔봐. 변비 안녕이야. 기왕이면 따뜻한 물이 노폐물과 지방을 분해하는 데 좋아. 지방은 높은 온도에서 녹고 낮은 온도에서 굳는다는 걸 생각하면, 이유를 가늠할 수 있겠지?

맹목적인 다이어트보다 운동에 취미를 붙여보자

그래서 언니는 무리한 식이요법보다 식단의 질을 높이고, 살을 빼겠다는 맹목적인 헬스 등록보다 운동과 몸을 움직이는 데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스포츠 종목을 한 가지 시작해 보기를 권해.

어릴 때 동생이 다니던 태권도를 다닌다거나, 그런 건 날라리들이나 하는 거라고 타박 받을까봐 못했던 걸스 힙합을 배운다거나, 살쪄서 안 된다고 생각했던 수영도 좋아. 오히려 몸매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경각심도 생기고 갑자기 살이 찌면서 관절에 무리가 가는 운동들보다 몸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에 일석 삼조지. 요즘은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바지형태로 된 수영복도 있으니 몸매가 드러나는 것에 너무 부담갖지 않도록 해.

무엇보다 운동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히 흥미를 잃지 않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억지로 살을 뺀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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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 플레저? 댓츠노노. 맛있는 걸 맛있게 먹는 음식에 대한 순결한 쾌락, 이노센트플레저를 즐기시라


길티 플레저와 이별하고 음식을 즐기기

밤에 야식 먹고 싶은 거 참다 참다 도저히 안돼서 새벽 2시에 마지막 오더로 치킨 시켜서 먹으면서도 "아, 살찌는데." 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그러면서도 먹기를 멈출 수 없어서 꾸역꾸역 먹었지? 그럼 이제부터는 정말로 치킨이 먹고 싶으면 3번만 생각해 봐. 내가 치킨이 먹고 싶은 건지,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건지. (보통은 둘 다 이기 마련이지) 뭐, 어쨌든 치킨은 늘 옳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결심이 섰으면, 더 이상 주저 말고 치킨을 시켜.

그리고 (여기가 가장 중요해.) 아주아주 맛있게, 치킨을 음미하는 거야. 세상에서 둘도 없을 치킨 맛을 본 것처럼. 그럼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느 순간이 되면, "이제 배부르다. 그만 먹고 싶다."하는 지점이 생겨. 안 믿긴다고? 일단 해보고 이야기 하자. (진짜 안 되면 언니가 대면상담 해 줄게 연락해.)

포만감이 들지 않고, 계속 뭔가 먹고 싶은 이유는 보통 말하는 '심리적 허기' 때문이야. 나는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맛있는 걸 먹으려고 했는데, 그걸 먹으면서 더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니 아무리 먹어도 만족스럽지 않은 거야. 그러니까 단거든, 짠거든, 매운거든 뭔가 먹기로 결정했다면 맛있고 즐겁게 먹고 푸는 거야.
그렇게 천천히 연습하다보면, 어느 순간 주체적인 식사를 할 수 있게 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지게 될 거야.

과연 나는 몸무게가 늘어감에 따라 안예뻐졌는지 생각해보시길.

살 뺀다고 절대 예뻐지지 않는다. 왜냐고? 너네는 지금 그대로 이미 예쁘니까.

잘 생각해보자. 주변에 날씬한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는 한 모두 다 떠올려봐. 자, 그럼 그들 모두가 예쁜가? 날씬하고 얼굴도 예쁘다면, 그들은 모두 인격적으로 '아름다운'가? 생각해봐. 아마 아닐 거야. 그리고 날씬한데 얼굴도 예쁘고 인격적으로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꼭 친하게 지내. 소녀에게 많은 자극과 영감을 줄 테니까.

누군가 예쁘다고 이야기 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이 "왜" 예쁜지는 말하지 않아.

(비록 아주 조금 먹으면서 토할 때까지 운동을 하기 때문에 유지할 수 있는 40kg대 몸무게여서, 팔이 가늘어서, 눈이 엄청 크고 쌍커풀이 진한데 수술한 것 같지 않고 속눈썹이 길어서, 모발이 건강하고 숱이 많으며 예쁘게 늘 드라이 한 상태여서, 피부가 여드름, 주근깨, 기미 없이 도자기처럼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해서)는 괄호 안에 숨긴 채 그저 예쁘다,고 퉁쳐버리곤 하지.

그리고 그렇지 않은 모든 상태는 아름답지 않은 것처럼 매도하곤 해. 그건 정말 괜찮은 걸까? 누구처럼 예쁘거나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외모와 체형을 갖지 못했다고 스스로 자괴감을 갖는 것 말이야.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언니는 날씬했을 때 클라라 부럽지 않은 몸매였어. 근데 재미있는 건, 정작 그때는 내가 날씬하고 예쁜지도 몰랐어. 그리고 대학에 가서 살이 빠졌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아마 58kg 정도였어. 근데 그때 사귀던 남자친구가 언니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니? "너는 살만 빼면 완벽해"

자, 소녀들. 지금부터 일 년에 한 장씩 그 해에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골라서 따로 저장해 둬. 그리고 오 년 정도가 지난 후에 열어봐. 옛날 것부터 순서대로 말이야. 옛날에 이때는 진짜 예뻤지, 하는 말이 절로 나올 거야. 근데, 한 장 한 장 사진을 꺼낼 때마다 그 소리가 똑같이 나올 걸? 인간여자는 못생기게 나온 사진을 애초에 남기지 않으니 가능한 일이야. 그 말인 즉슨, 여러분은 애초에 못생긴 적이 없다는 거지.

엄마들이 하는 대학에만 가면 살 빠지고 남자친구도 절로 생긴다는 말은, 미안하게도 내 눈을 바라보면 행복해지고 건강해진다는 주문과 같은 거야.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소녀는 지금 그냥 그 대로 너무 예쁘고, 웃을 땐 더 없이 예쁘단 거야. 그러니 소녀여 절대 주눅 들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마. 네 사이즈와 상관없이 너는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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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플러스 사이즈 패션 컬쳐 허브 66100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