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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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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양 66100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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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우연한 기회에 몸무게를 재고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1년 새에 5kg이 찐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5kg만 찐 게 오히려 이상할 일이었다. 첫해보다 인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66100 마감을 맞추다 보니 과로는 생활이었다. 적어도 하루에 한 끼는 챙기던 2년 전과는 달리 정말 물만 마시고 온종일을 보내야 하는 날이 부지기수였고, 밤낮이 바뀐 생활이 1년을 넘기며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도 했다. 그러나 옷 사이즈가 변함없는 데다 몸무게를 자주 재지 않는 터라 몸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뚱뚱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생각보다 뚱뚱하진 않으시네요", "뚱뚱한데 얼굴은 예쁘시네요." 등등의 질문들이 인터뷰와 불특정 다수에게서 쉬지 않고 날아드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나를 직업인이 아닌, 뚱뚱한데 좀 특이한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세상과 사람들 앞에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데뷔 후 변치 않고 유지해온 체형과 몸무게였다. 돈을 벌어야만 프로가 아니라 언제든 늘 준비하는 사람이 프로라고 생각했기에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나를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그러다 왈칵 눈물이 나고야 말았다.
아니, 어떻게 건강할 수 있단 말인가.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여성이 알지만 어쩌지 못하는 상황-운동할 시간보다는 야근을 해야 하는, 그러다 너무 허기져 야식을 먹지 않고는 눈이 떠지지도 않는 상황, 일하다 화장실에 너무 자주 갈까 물도 많이 못 마시는 삶을 살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 어떻게 미디어에서 주입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우며 섹시하면서도 귀여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까. 그리고 그렇지 못한 우리는 왜 나태하고 게으르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고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리다 말도 안 되는 다이어트 식품과 약물, 클리닉에서 고통받아야 하는가 싶었다. 대체 누구를 위해서.
뚱뚱한 것은 게으른 것, 나쁜 것, 나를 외면한 것으로 치부되는 세상을 향해 악이라도 쓰고 싶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물었다.
정말 나태했느냐고.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내지 않았던 거냐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느냐고.

답은 아니다, 였다.
나는 충분히 애썼고 충분히 노력했다. 삶을 영위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제때 식사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나 자신을 돌보기보다 66100을 만드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궁극적으로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정말로,
진짜로
진심으로 당신은 게을렀느냐고.

그게 아니라면, 이제는 당신의 나온 똥배와 커진 엉덩이, 두툼해진 허벅지와 팔뚝을 받아들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아름다움을 담는 그릇의 모양이 변했다고 해서, 당신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그리고 장마가 시작되던 7월 어느 날, 데뷔 이후 첫 비키니 화보를 찍게 됐다.
6년 전, 처음 찍었던 비키니 프로필 이후로 수영복이나 속옷 촬영은 몇 번 있었지만, 본격적인 비키니/수영복 촬영은 처음이었다.
뱃살과 늘어난 턱살이 신경 쓰였지만, 촬영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촬영을 맡아준 포토그래퍼 다니씨에게도 최소한의 보정만을 부탁했다.

결과물을 받아들고 정말 오랜만에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보편적인 서구형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체형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던 나는 간데없고, 나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에 찬 내가 날 바라보고 "이게 너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2016, 66100 비키니 화보는 나의 늘어난 몸무게만큼 더 크고 아름답다(BIG AND BEAUTIFUL). 화보에 등장한 제품 이외에도 홀터넥, 탱크톱, 플로럴 프린트와 네온컬러 등 다채로운 디자인과 색감의 비키니로 당신의 여름을 색색으로 물들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66100의 #크고아름답다 비키니 캠페인이 당신 마음 한구석을 울렸다면 해시태그 #크고아름답다 와 함께 당신의 멋진 비키니 사진을 뽐내주기를.

아, 비키니 몸매를 만드는 법? 사실 그런 방법은 당신에게 필요하지 않다.
이미 당신은 비키니 몸매를 가졌으니까.

그래도 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알려드린다.

비키니 몸매를 만드는 법
1. 비키니를 산다.
2. 입는다!



사진_다니
헤어/메이크업_리태영
어시스트_이현경


* 이 글은 플러스 사이즈 패션 컬쳐 허브 66100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