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티즌·북바라기' 신조어 밀고 리트윗 유도하느라 분주했던 ‘MB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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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원장 시절 국가정보원이 ‘민간인 댓글부대’ 등을 동원해 야권 인사를 비방하고 국정 홍보에 앞장서는 정치관여 활동을 벌인 구체적 경위가 10일 유성옥 전 심리전단장 재판에서 공개됐다. 원 전 원장이 2009년 취임 직후 심리전단에서 받은 첫 업무보고가 ‘좌파 무력화’였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유 전 단장은 “부적법한 명령을 파기한 끝에 지방으로 좌천돼 강제로 퇴직당했다”며 원 전 원장 등과의 공모관계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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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이날 열린 유 전 단장 첫 정식재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국정원 내부문건과 관련자들 진술을 보면, 국정원은 원 전 원장 취임 초기부터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한 대응방안을 치밀하게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은 취임 직후인 2009년 2월 심리전단으로부터 주요 업무와 활동 계획 등을 담은 ‘국정원 심리전단 주요 업무 보고’ 문건을 보고받았다. 이 문건엔 ‘좌파 무력화’ 등이 국내 심리전 업무 첫번째 내용으로 기재돼 있다. 또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등을 ‘국정 흔들기’로 규정하고, “좌파척결 등에 가용역량을 총집결하며 좌파척결 원년화로 추진하겠다”는 활동목표도 적혀 있다.

국정원은 정부 비판 세력에 ‘종북’ 딱지를 씌운 뒤 이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원칙도 만들었다. 같은 문건엔 ‘좌티즌’, ‘북바라기’ 등의 용어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확산시키겠단 계획이 담겨있다. 또 “현안 발생 시 기동타격대 역할” 등 군사용어를 사용해 이슈를 선점하겠단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원 전 원장 역시 “촛불집회는 좌파세력 심리전에 진 결과에서 비롯됐다. 용어 선점 등으로 일반국민들이 좌파 선전에 동조하게 됐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국민 사이버 심리전 활동을 강화하라는 원 전 원장의 거듭된 지시에 따라 2009년 5월 처음 구성된 민간인 사이버외곽팀은 심리전단에서 구체적 활동지침을 전달받았다. 외곽팀 현황을 정리한 심리전단 내부문건을 보면, 외곽팀은 ‘이명박 지지자’, ‘뉴라이트 추종자’, ‘좌파척결 활동에 열성적인 직원’으로 구성돼 점조직 형태로 활동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특성을 고려해 전파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안됐다. ‘트위터 외곽팀’의 경우 “프로필에 신상정보를 게시해 신뢰감을 조성하고. 촌철살인의 내용으로 독창적 의견을 개진해 리트윗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침을 받았고, 활동비 역시 계정 팔로워 수, 리트윗 수 등에 따라 다르게 책정됐다. 트위터 계정 팔로워가 2000명~1만명 사이면 건당 450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원 전 원장은 외곽팀 확충을 비롯한 심리전 활동 강화를 꾸준히 지시했다. 사이버팀 직원 황모씨는 검찰 조사에서 “원 원장이 컴퓨터로 다음 아고라를 보다가 유 단장에게 전화해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 대응을 잘 하고 있는 것이냐’며 질책했다. 비상연락망으로 ‘다음 아고라 상황이 안 좋으니 대응활동을 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내려와 주말에 심리전단 직원들이 활동했다”고 진술했다. 또 “원 원장이 양적 측면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외곽팀 확대를 지시했다. 보안 문제가 있어서 직원들도 힘들어했다”고도 덧붙였다.

국정원은 정치개입 활동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단속하기도 했다. 외곽팀장들로부터 ‘보안서약서’를 받고, 트위터 외곽팀에는 “활동비 출처는 후원금으로 위장한다. 보안상 취약하다고 판단될 경우 신속히 팀을 해체한다” 등 방침을 전달했다. 2012년 4월 작성된 ‘업무 매뉴얼’엔 “동일 장소 빈번히 출입 시 주인, 알바생 및 단골 이용자들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동일 장소 반복 이용 금지”, “불순세력들의 미행과 감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청사 인근 카페 등은 출입 최소화”, “출입문 계산대에서 먼 위치에서 작성” 등의 내용도 담겨있다.

반면 유 전 단장은 이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심리전단 직원들을 통해 댓글 활동을 벌인 것은 인정하면서도 정치관여 댓글이 게시된 것은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치관여 댓글을 달아선 안 된다고 수시로 직원들을 교양했다. 상급자의 명령을 파기하다가 지방으로 좌천돼 강제 퇴직까지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관여 댓글은 심리전단 댓글 활동의 일부에 불과하고, 심리전단 직원들이나 외곽 팀원들이 개인적 일탈 행위를 벌였을 뿐 자신은 무관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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