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피디, ‘상품권 페이' 제보자에 "관행인데 왜 기자한테 말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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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방송사들이 외주제작사 직원들에게 임금을 현금 아닌 상품권으로 지급해 왔다는 '한겨레21' 보도가 나온 직후, 이 기사에서 주요 사례로 언급된 SBS 예능프로그램 한 PD가 자신의 스태프였던 A 촬영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제보자 색출 작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이 PD는 ‘상품권 페이’(임금을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송계 관행)에 대해 “(방송계) 관행이다. 인건비는 CP(책임PD)에게 사인 받아 그렇게 처리한다”며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불법 관행이 여전히 방송업계에 만연해 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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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이 9일 입수한 SBS '동상이몽' 서아무개 PD와 A 감독의 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서 피디는 “(방송갑질 119라는 방송계 갑질고발 채팅방에)감독님이 올리신 거 맞죠?”라고 거듭 물어 제보사실을 확인했다.

또 상품권 페이가 “관행이지 합법은 아니지 않냐”는 A 감독의 질문에 “CP에게 사인 받아서 처리하는 관행이다. 저희도 안에서 인건비가 너무 많이 나가는 부분에 대해서 회사 내부에서 다 그게 돼 있다. 저희가 무슨 굉장히 편법을 하는 게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서 CP랑 얘기를 해서 다 되게 행정상 절차가 돼 있다. 관행으로 저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다 그렇게 받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SBS 쪽은 상품권 페이 관행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냐는 한겨레21의 지난 5일 질의에 “기본적으로 임금은 상품권으로 지급되지 않는다. 동상이몽도 프리랜서들이 고용된 외주제작사에 현금이 정상적으로 집행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겨레21은 서 피디와 A 감독의 대화 녹취를 확인한 뒤 서 PD의 해명을 받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로 취재 내용을 알렸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SBS 홍보실 관계자는 “(서 PD의) 통화 내용은 압박이 아니라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것이다. (외주사 관련) 사안이 워낙 복잡해 서면으로 질의하면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겨레21은 제1195호 표지이야기 ‘열심히 일한 당신 상품권으로 받아라?’를 통해 방송업계의 슈퍼 갑인 방송사들이 방송업계의 약자인 프리랜서 스태프들에게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송사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이 기사에서 SBS 인기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현재 시즌2 방송 중, 당시는 시즌1)의 촬영 감독으로 일했던 A 감독은 한겨레21취재진에게 SBS로부터 6개월치 체불 임금 900만원을 프로그램 종료 4개월 뒤에 백화점 상품권으로 정산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43조를 보면, 임금은 반드시 ‘통화로, 직접, 전액, 정기적으로 지급’되어야 하며,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혹은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한겨레21이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겪고 있는 여러 부당행위를 비실명으로 고발할 수 있게 한 ‘방송계갑질119’ 채팅방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보면, 이 같은 상품권 페이 관행은 공중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전체 방송계에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상품권 페이’ 지급 SBS, 반성 않고 제보자 색출?'이란 제목의 논평을 내 “SBS본사 차원인지 아니면 한 개인 PD의 일탈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 ‘반성 없음’이 깔려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SBS는 제보자를 보호하는 속에서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확인해 사실과 다른 회계가 작성된 경위와 A씨 이외에도 다른 사례는 없는지 찾아 사과하고 재발방지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하 녹취록에서 상품권 페이와 관련된 핵심 부분

A감독 : 상품권은 어떻게 지급된겁니까.
서PD : 다 회사에서 아뇨아뇨 회사에서 지급한거에요 감독님. 그러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그렇게 지급했어요.
A감독 : 그렇습니까, 그게 관행이지 합법은 아니지 않습니까.
서PD : 관행이죠,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해서 인건비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취급하는 게 CP한테 사인 받아서 그렇게 처리하게 되어 있어요. 저희 내부에.
A감독 : 진짜 그거 제가 몰라서 그랬습니다.
서PD : 네네, 감독님. 그 부분에 대해선 저희도 안에서 인건비가 너무 많이 나가는 부분에 대해서 회사 내부에서 다 그게 돼 있어요. 저희가 무슨 굉장히 편법을 하는 게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서 CP랑 얘기를 해서 다 되게 행정상에 절차가 돼있어요.
A감독 : 내부 기준이죠, 그건.
서PD : 내부 기준으로 그렇게 되어 있어서 관행으로 저희 팀뿐만 아니라 다 그렇게 받고 계세요.
A감독 : 저는 진짜 몰랐습니다.
서PD : 모르셨는데, 모르시고 뭣이건 간에 내부 관행을 모르신 것에 대해 감독님 그거를 기자한테 얘기를 하신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복잡해진 거 잖아요.
A감독 : 그게 관행인데 복잡해질 게 뭐 있습니까?
서PD : 아니. 관행인데 문제는 내부관행을 외부에다 설명할 때는 항상 복잡하죠. 감독님. 내부 관행을 왜 밖에 설명할 때 왜 안 복잡해요. 다른 분들은 아예 관행을 모르시는데.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필요도 없는 부분이고. 내부 이야기를 바깥에 공식적으로 해야 되는 거는 그 회사 조직에 굉장히 누가 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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