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주검 영상'에 따른 논란은 유튜브의 생태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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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한 유튜버가 모자이크 처리한 주검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유튜브 스타 로건 폴의 이야기가 아니다. 폴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친구들과 ‘자살 숲’으로 불리는 일본의 아오키가하라 숲을 찾아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주검을 찍어 올렸다. 이들이 시신을 보고 낄낄대는 모습이나 괴상한 농담을 하는 장면도 들어가 있었다. 이 영상은 많은 이들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1일 올라온 영상은 폴이 올린 것이 아니었다.

언급한 영상의 제목은 ‘로건 폴의 커리어는 이제 끝났다’였다. 이 영상에서 유튜버 ‘카보스’(Kavos)는 10분 동안 카메라를 보고 폴을 향해 무자비한 비난을 쏟아냈다. ‘엄청난 쓰레기’, ‘불쾌하고 지각없는 개새끼’ 등 욕설로 가득한 영상이었다.

영상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은 유튜브에서 이를 검색해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기사 내에 영상을 심지 않기로 했다.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카보스는 로건 폴이 조회수를 위해 어떤 짓까지 할 것인지 물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자살, 그의 죽음을 착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폴이 주검을 발견한 순간에 대한 리액션 영상을 올렸다면, 카보스는 리액션에 대한 리액션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은 1천만 회 이상 조회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폴이 삭제한 영상의 조회수는 이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카보스는 폴에 대한 비난을 잔뜩 늘어놓은 후, 마지막에 “당신의 생각을 댓글로 알려달라.”고 말한다. “이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해 달라”고도 말했다.

로건 폴이 올렸던 동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논란이 거세지자 폴은 짧은 글과 영상을 통해 사과했다. 현재 유튜브를 휩쓸고 있는 건, 폴의 행동을 비난하는 영상들이다. 대개 급히 만든 영상이고, 비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튜브와 함께 성장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재미없고 시간 낭비로 보일 수 있지만, 이처럼 손쉽게 만드는 영상은 유튜브 생태계에서 인기와 돈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되었다. 화제가 되는 주제에 유튜버들이 몰려들어 인기 영상 피드를 장악하는 것이 그 증거다.

폴을 비난한 한 유튜버의 영상에는 “나는 당신의 영상을 처음 보지만, 당신의 말에 동의한다. 당신이 이 일을 분석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당신의 새 구독자가 되겠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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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생태계는 이런 연쇄 작용으로 작동한다. 리액션 영상은 장사 도구이고, 구독자와 조회수는 현금이다. 지난해 한 코미디언 듀오가 ‘반응’(react)라는 단어를 상표 출원하려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리액션 영상의 시초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 Girls 1 Cup’으로 불린 포르노 예고편에 대한 반응을 담은 영상은 리액션 영상의 최초 사례 중 하나로 알려졌다. 어떤 내용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뉴욕타임스의 샘 앤더슨은 “그렇게 만들어진 리액션 영상이 사회의 잠망경과도 같았다”고 말한다. 터부시되는 것을 다른 사람의 눈과 입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직접 마주하지 않고도 위험한 스릴을 경험하게 한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리액션 영상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중 하나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분석했다. 한 임상 심리학자는 지난해 ‘아스 테크니카’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어딘가에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을 지켜보면 그들의 기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감하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밝혔다. 공감을 하거나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튜버들은 공감과 관여의 관계를 잘 이해하게 됐고, 결국 이를 착취하기 시작했다. 그 관계를 완전히 새로 변화시킨 것이다.

리액션 영상을 만든 유튜버들은 폴이 숲속으로 걸어가는 것을 처음으로 보며 겁에 질린 순진한 구경꾼들이 아니다. 구성과 편집에 힘을 쏟는 프로에 가까운 영상 제작자들이다. 그들은 이미 이런 영상이 유튜브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조회수와 ‘좋아요’ 수가 올라가고 참여도가 깊어져 자신의 브랜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유튜버들이 비록 진심을 담아 리액션 영상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들에게 로건 폴의 영상은 자신의 이름값을 높일 기회일 뿐이었다. 이들의 행동 방식은 폴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아오키가하라 숲으로 들어가겠다는 끔찍한 결정을 내린 것과 동일하다. 이들 자체가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그저 유튜브가 만든 보상 제도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15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폴 역시 앞서 ‘제이크 폴이 나를 디스한 것에 대한 반응’, ‘내가 유명해지기 전의 내 모습에 보인 반응’ 등 여러 리액션 영상을 게시했다. 유튜브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이용한 것이다. ‘셀렉트 올’의 매디슨 말론 커처는 이런 리액션 영상이 유튜브 문화의 종점일 것이라고 늘 말해왔지만,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 종점은 폴의 리액션 영상에 반응하는 영상들이 될 것이다.

수많은 리액션 영상들 중 카보스가 올린 것이 유독 인기를 끌었다. 이는 카보스가 도덕적으로 정당한 독설을 쏟아내며 중간중간에 폴의 원본 영상을 상당히 많이 섞어 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폴이 주검을 발견한 원본 영상을 사실상 그대로 재생한 것이다.

카보스는 “이 부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로건은 모자이크 처리를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모자이크 처리를 더 많이 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저게 시신이라는 건 알 수 있다. 폴이 어떤 짓을 했는지 한 번 보라.”고 말했다.

유튜브 측은 폴의 원본 영상에 대해 성명을 내고, 불쾌한 영상은 “적절한 교육적 혹은 다큐멘터리 정보가 있을 경우에만 우리 사이트에 올라올 수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가 폴의 원본 영상을 그대로 올리려던 사람들을 차단한 이유는 뻔하다. 일부 유튜버들이 원본 영상을 넣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카보스는 아슬아슬한 선까지 갔다. 자신의 혐오감을 털어놓는 동시에 찾기 힘든 원본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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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스의 영상에는 “어제 하루 평균 구독자가 3천에서 7만 5천 명까지 갔다. 드디어 카보스가 인정을 받아서 기쁘다. 힘내고, 앞으로도 잘해!”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누가 나쁜 짓을 할 때가 당신이 돈을 벌어야 할 때지. 축하해 1천만.”이란 댓글도 있었다.

반면에 카보스가 로건과 마찬가지로 ‘조회수’ 때문에 이런 영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역겹다고 비난한 사람도 있었다.

한 유저는 “유튜브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누가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조회수와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그에 대한 영상을 만드는 추세가 웃기다. 믿을 수가 없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카보스의 생각을 바꿀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카보스는 결국 지난 3일 새로운 영상을 올렸다.

이번 영상의 제목은 ‘로건 폴을 용서하지 말라’였다.

자살·우울증 관련 상담

본인이나 주변 사람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 다음 전화번호로 24시간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생명의 전화 홈페이지(클릭)에서 우울 및 스트레스 척도를 자가진단 해볼 수 있다.

 

허프포스트US의 'How Logan Paul’s Suicide Video Explains The Chain Reaction Economy Of YouTub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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