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발표한 아오이 소라가 8년 전 한국 인터뷰에서 밝혔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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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 하루 동안 네이버 검색어 1위는 아오이 소라였다. 배우이자, 가수. 그리고 전직 AV배우. 아오이 소라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결혼소식을 발표했다. 수많은 연예인이 결혼소식과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지만, 이날 아오이 소라의 결혼소식이 화제가 된 이유는 그녀가 단지 유명해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AV배우였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 소식을 전하는 아오이 소라의 글에도 자신의 과거 직업에서 비롯한 우려는 빠지지 않았다.

“(결혼 소식을 전하고 싶었지만) 안티가 무섭다는 생각 때문에 단행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미남도 아니고, 돈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제가 AV 배우였다는 사실과 다른 모든 것에 대한 나의 불안을 단번에 없애주는 사람이었다.”
“'뭐야, AV 배우 따위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모두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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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이 소라의 8년 전 인터뷰가 떠오른 이유는 특히 이 문장이었다. “AV 배우였다는 것에 후회는 없지만, 대중의 시선에 죄책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문장에서 느껴지는 건, ‘AV배우’라는 과거의 직업과 마주할 때 그녀가 느끼는 ‘난처함’이다. 8년 전인 2009년 5월 아오이 소라가 한국을 공식방문했을 때 당시 여론의 반응 또한 ‘난처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 TV연예프로그램은 공항으로 아오이 소라를 마중나간 미성년 팬들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방영했다. 그리고 이 방송은 당시 네티즌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또 ‘팬미팅’을 하면서 고액의 입장료를 받았다는 내용이 보도돼 또 논란이 되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날의 행사는 팬미팅이 아니라 한 사진동호회가 모델로서 그녀에게 제안을 한 행사였다. 당시 인터뷰에서 아오이 소라는 “이럴 바에 차라리 팬미팅을 할 것을 그랬다. 일본에서는 팬미팅이며 사인회며 다 하는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아오이 소라는 누구나 아는 이름이었지만, 그처럼 안다고 대놓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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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에디터는 2009년 한국 방문 당시 아오이 소라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씨네21북스에서 출간한 책 ‘15조원의 육체산업 -AV시장을 해부하다’에 수록된 인터뷰였다. 이 책은 일본의 여성문제 저널리스트가 일본AV업계를 취재해 쓴 책이었다. 이 책을 번역해 출판하면서 부록으로 마침 방한한 아오이 소라의 인터뷰를 넣기로 한 것이다. 당시 아오이 소라의 매니저는 인터뷰 전 “일본에서도 AV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게 암묵적인 관례”라며 “AV 배우로서 일했던 경력에 대한 상세한 질문은 하지 말라”고 말했다. 질문은 돌고 돌았지만, 아오이 소라 자신이 AV배우라는 경력과 그 경력이 가져다준 명성 사이에서 느끼는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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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방한 당시, 아오이 소라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 가수 ‘MC몽’을 좋아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그때도 아오이 소라는 네이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MC몽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아오이 소라는 조심스러웠다. “그냥 비행기 안에서 뮤직비디오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서 블로그에 올린 건데, 너무 이슈가 되었더군요.” 그리고 염려했다. “오히려 그분이 나 때문에 피해를 입은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한국에서 일본 AV배우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온 걱정이었다.

“일본과 한국이 다르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좀더 개방적이라고 하는 일본에서도 AV배우가 겪는 어려움이 많아요. 그동안 출연 계약이 잡혔다가 취소되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지금은 방송 출연도 하지만, 낮 시간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에는 나올 수는 없지요. 일단은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잡고서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그때도 아오이 소라는 자신의 한국활동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방한 도중 일어났던 논란에 대해서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겠어요. 이미 7년씩이나 AV배우로 활동했는데, 이제와서 나를 다르게 봐달라고 할 수도 없겠죠. 그냥 신경 쓰지 않는 게 나로서는 제일 좋은 게 아닐까요? 그래도 다른 게 있다면 일본에서는 그런 잡음들을 다 듣게 되지만 한국에서는 걸러 들을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까요. (웃음)”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이중성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내가 나서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았고, 지금도 하지 않아요 내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은 알아줘서 고맙고, 몰라주는 사람은… 뭐, 어쩔 수 없지요.”

“사실 AV배우로 활동하기 전에는 AV란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왜 저런 걸 찍는 걸까 생각했죠. 물론 내가 AV배우로 활동했다고 해서 모든 걸 이해하는 건 아니에요. 남들이 이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거죠. 하지만 나는 AV배우로서 나름의 긍지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 긍지를 남들한테 알아달라고 하지도 않고, 굳이 남들이 알아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때 아오이 소라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떠오른 건,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 ‘양왕’(孃王 , 2005)의 대사였다. 이 드라마에서 아오이 소라는 니카이도 아리사란 이름의 호스티스를 연기했다. 드라마 마지막회에서 니카이도 아리사는 호스티스로서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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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프로 카바쿠라 걸이고 이 가게는 저의 무대입니다. 손님들은 하룻밤의 꿈을 보기 위해 이 가게에 옵니다. 저는 손님이 원하는 최고의 꿈을 보여드리기 위해 연기할 뿐입니다. 이제와서 여러분의 꿈을 깨고 싶지 않습니다. 손님과 제가 함께 지내고 느꼈던 것이 저의 전부입니다. 그것이 카바쿠라 걸로서 아니 저 니카이도 아리사의 자부심입니다.”

이 대사는 8년전이나, 지금이나 아오이 소라가 자신의 과거 직업과 그 직업으로 생겨난 팬들을 대하는 방식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아오이 소라는 결혼 소식을 전하며 “팬 여러분, 관계자 여러분. 결혼은 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아오이 소라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녀는 AV배우였던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않는 동시에 사람들에게도 잊어줄 것을 부탁하지 않는다. 결혼을 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래는 8년 전, 인터뷰에서 아오이 소라가 밝혔던 꿈에 관한 이야기다.

- 배우로서, 엔터테이너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가진 꿈은 무엇인가요?

= 음, 여성적인 매력을 간직한 어른이 되는 것? 나이를 먹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살면서, 또 그 나이의 매력이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선망하는 배우가 있다면 안젤리나 졸리에요. ‘처음 만나는 자유’를 보고 매료됐어요. 눈매도 강하고 연기도 잘하는데, 그녀가 그 배역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나도 그녀 같은 배우가 될 수 있을지는… 음, 잘 모르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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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발표 다음 날인 1월 2일 아오이 소라는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남겼다.


“생각보다 댓글에 축하한다는 내용이 많아서 안심하고 있다. 읽다보면 눈물이 나오는 댓글도 많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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