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36% ‘무자녀'...맞벌이·고소득 더 안 낳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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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baby try to walk | leungchopan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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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에 결혼한 김수미(30·가명)씨는 첫아이를 올 하반기에 가질 계획이다. 여유자금을 모아야 육아휴직 기간 동안 살림을 꾸릴 수 있을 듯해서 임신을 2년간 미룬 것이다. 맞벌이 부부라 지금은 월급이 500만원을 웃돌지만, 아이를 낳고나면 경제적 부담은 커지고 수입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둘째도 낳고 싶지만 첫아이를 낳아 키워보고 결정하려고요. 이래저래 돈도 많이 들고, 직장도 오래 쉬는 게 좋지 않으니까요.”

2015년 6월에 결혼한 이상희(41·가명)씨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 결혼 초기엔 자연스레 임신하면 아이를 낳을 생각을 했지만 최근 남편과 ‘무자녀’에 합의했다. 예술가인 부부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또 아이를 키우는 일과 작품 활동을 병행할 자신도 없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주변 사람들이 다 비슷해요. 결혼을 아예 거부하거나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아요.”

결혼한 지 5년 이내인 신혼부부 수가 줄어든 데다 자녀를 낳지 않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2011년 11월~2016년 10월 결혼한 신혼부부 가운데 국내에 거주하며 혼인상태를 유지하는 신혼부부는 143만7천쌍으로 1년 전에 견줘 2.4%(3만5천쌍)에 감소했다. 초혼 신혼부부는 115만1천쌍이며, 이 중 36.3%(41만 8천쌍)가 자녀가 없었다. 이는 1년 전보다 0.8%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자녀가 없는 부부의 비중은 혼인연차가 높아질수록 적어졌는데 3~5년차인 부부(70만6천쌍) 중에서도 여전히 20.5%(14만4천쌍)가 무자녀였다. 그 결과 초혼 신혼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는 0.80명으로 2016년 우리나라 전체 합계출산율(1.17명)보다 훨씬 적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자녀가 없는 비중은 맞벌이와 무주택 신혼부부에서 커졌다. 맞벌이 중에서 무자녀 부부는 42.2%로 외벌이(30.9%)보다 많았다. 또 아내가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 무자녀 비중은 42.6%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의 29.9%보다 높았다. 무자녀 부부 가운데 유주택자는 32.2%로 무주택자(39.5%)보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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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많으면 여유가 생겨 아이를 많이 낳을 것이란 통념과 달리, 부부 연소득이 많을수록 무자녀 비중이 커졌다. 부부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경우 자녀가 없는 비중은 1년 전보다 1.2%포인트 늘어난 44.5%로 가장 높았다. 7천만~1억원(43.2%)과 5천만~7천만원(38.8%)도 각각 1.1%포인트, 0.4%포인트 늘었다. 박진우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소득구간이 높아질수록 평균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현상은 맞벌이 부부에서 뚜렷하다. 전문직·관리직인 경우 기회비용이 커서 자녀를 갖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편과 아내의 소득 수준을 분리해 분석해보면 그 원인이 더욱 분명해진다. 한국보건연구원에 실린 ‘신혼부부의 주택자산과 출산(2016년)’ 논문을 보면, 결혼 당시 남편의 소득이 높을수록 첫아이를 빨리 출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내의 소득은 높을수록 출산 지연 가능성이 커졌다. 한창근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 등은 이 논문에서 “출산 후 복직의 어려움이 소득수준이 높은 여성의 자녀 출산을 지연시키는데 영향을 미친다”며 “출산·육아에 따른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해 출산 후 복직 프로그램이나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2017년 출생아 수는 40만명 아래로 처음 떨어지고, 합계출산율도 1.06~1.07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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