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원 채용때 ‘군대식 얼차려'...십자인대 파열도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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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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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관문만 통과하면 ‘삼성맨’이 된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충남 천안 에스원 연수원에 도착한 ㅅ(28)씨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당혹스런 상황에 직면했다. ㅅ씨는 “연수원 주차장에 첫발을 내리면서부터 버스를 옆에 두고 ‘앉았다 일어났다’ 얼차려를 받았다. 교육담당자는 훈련소 조교처럼 ‘놀러왔냐, 이 길이 아닌 것 같으면 당장 나가’라고 소리 질렀다”며 “군대인지 회사인지 헷갈렸다”고 말했다.

보안업계 1위인 에스원이 채용 전 단계인 교육연수 과정에서 예비 사원들에게 얼차려와 폭언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얼차려 탓에 부상을 당한 지원자들도 있지만, 어떤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보안전문업체인 에스원은 체력·면접시험 및 건강검진에 합격한 채용 후보생들을 상대로 연수원과 현장에서 6주 동안 출동 프로세스 등을 교육한 뒤 최종 합격자를 선정한다.

ㅅ씨는 2017년 하반기 현장출동요원 채용 후보자로 지난해 8월21일~9월29일 동기 53명과 함께 연수 과정에 참가했다. ㅅ씨는 연수가 진행된 6주간 하루가 멀다고 교육담당자들로부터 욕설과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교육담당자가 동기들은 하나라며 거의 매일 밤 건물 밖에서 ‘엎드려뻗쳐’ 등 기합을 줬다”며 “‘개XX’ 등 욕설은 기본이었다”고 말했다.

얼차려와 폭언은 연수가 진행될수록 강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특히 연수생 20여명이 금연 규칙을 어기고 담배를 피우다 걸렸을 때는 군대 ‘유격훈련’을 방불케 하는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ㅅ씨는 전했다. 그는 “당시 아침부터 4시간여 동안 체육관 강당에 모여 ‘쪼그려 뛰기’, ‘앉았다 일어났다’, ‘온몸 비틀기’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그 뒤로도 아침 달리기 시간에 ‘오리걸음’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좋지 않았던 어깨와 무릎 부상이 재발했지만 ‘삼성 합격’이라는 목표만 생각하고 버텨냈다”고 돌이켰다.

당시 연수 참가자 ㄱ씨도 ‘흡연 사건’ 때 ‘쪼그려 뛰기’를 하다가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는 연수 중 퇴소해 무릎 수술을 받아야 했다. ㄱ씨는 “무릎 수술을 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회사 쪽에서 어떤 연락도 해오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ㄱ씨와 ㅅ씨는 둘 다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경우도 아니었지만, 연대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집단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한다. 둘 다 최종 채용되지도 못했다.

회사 쪽은 가혹행위나 폭언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에스원 관계자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교육한 것이지 기합과 폭언은 없었다”며 “입소 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기합을 줬다는 건 인원을 체크한 과정을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ㄱ씨는 원래 무릎이 안 좋았고 퇴소 당일 면담 과정에서 그동안 지병을 사쪽에 숨겨왔다고 말했다. 부모의 권유로 치료를 위해 퇴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스원쪽은 연수 과정 중에 부상당한 연수생들에게 보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채용을 전제로 한 전형적인 ‘채용 갑질’로 보인다”며 “평가기간 교육 진행을 맡은 사람에 의해 부상을 입었다면 이는 당연히 에스원이 책임 질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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