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 에디터들이 선정한 '2017년의 책' 13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사건이 일어났던 2017년을 정리하며 허프포스트 에디터들이 '올해의 책'을 꼽았다.

수많은 책들 중 허프포스트가 꼽은 책은 12권이다. 허프포스트답게 경제·국제·젠더 등 사회 이슈를 다룬 책과 역사·문화 등 인문학 지식을 담은 책, 그리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가벼운 실용서와 농담집 등이 포함됐다. 올해가 가기 전에 시간이 된다면, 취향껏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 신상목
    일본에는 신약을 만드는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잔뜩 있는데, 우리 나라에는 왜 없을까? 일본은 기초과학에서 노벨상을 이것저것 탔는데 우리는 왜 아직일까? 이 책을 읽으면 그 무의미한 질투의 역사적 해답이 보인다. 일본에 도자기 기술을 전해준 조선이 어째서 유럽 시장에서 명함도 못 내밀 만큼 기술적으로 뒤쳐지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되짚어 보자는 얘기다. 메이지 유신 이전에 이미 일본사회가 어떻게 현대 사회 각 분야에서 필요한 인지의 과정인 ‘스키마’를 갖추고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 박세회 에디터
  • 한국의 젊은 부자들 - 이신영
    부자들의 성공 이야기다. 뻔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젊기 때문이다. 젊은이의 성공이란 어떤 것일까. 성공한 젊은이는 어떤 이들일까. 두 가지 질문에 꽤 근사한 답을 갖고 있다. '아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뭐했나' 자괴감 주의. - 김원철 에디터
  • 현남오빠에게 - 조남주 외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는 '페미니즘 소설'로, '현남오빠에게'는 '82년생 김지영' 저자인 조남주 작가의 단편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애정을 빙자해 나를 가두고 제한하고 무시해서, 나를 무능하고 소심한 사람으로 만든' 현남오빠의 청혼을 거절하는 이야기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2030 여성이라면 누구나 기억속에 '현남오빠'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소설은 주인공이 현남오빠에 이별을 고하며 통쾌하게 끝나지만, 그래서 스토킹과 디지털 성폭력을 우려하며 이어지는 '작가의 말'은 현남오빠와의 연애보다 더욱 끔찍하게 다가온다. 100%는 아니지만 어딘가 조금씩은 현남오빠와 비슷할, 수많은 '오빠'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 김현유 에디터
  • 전문가와 강적들 - 톰 니콜스, 정혜윤 역
    나도 너만큼 알아 : “민주주의가 ‘나의 무지나 너의 지식이나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잠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전문가 멸종 시대에 대한 보고서, 혹은 예언서다. 검색엔진을 통한 나무위키식 정보를 무기로 유명 전문가들과 배틀 좀 벌여봤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딱히 마음에 들어할 책은 아니다만. - 김도훈 편집장
  • 혼자가 어때서 - 아카와 사와코
    TBS 캐스터 출신인 아가와 사와코는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 '프로 싱글러'라고도 불린다. 귀가 시간이 자유롭고, 넓은 침대를 혼자 쓰거나, 텔레비전을 독차지 할 수도 있다며 결혼을 하지 않아도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자의로, 타의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혼자 살아서 좋은 점은 정말이지 많았다. 남들이 뭐라든 무슨 상관인가. 우리는 혼자여도 남 부럽지 않게 잘 살 수 있다. - 김태우 에디터
  •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 - 알리스 슈바르처, 김재희 역
    섹스란 무엇인가? 관계란 무엇인가? 여성이란 무엇인가? 그동안 가졌던 생각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만들었던 그야말로 충격적/몰입도 최고인 책. 수십년 전 유럽 여성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모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과도 연결된다. - 곽상아 에디터
  • 힐빌리의 노래 - J.D 밴스, 김보람 역
    저자의 삶을 서술하는 것 만으로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JD 밴스의 이 책이 그렇다. 벤스는 아이가 없어지면 일단 차에서 총부터 꺼내고 보는 진짜 켄터키 출신 조부모와 아들의 소변으로 약물 검사를 면피하려는 마약 중독자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그러나 그는 러스트 벨트의 밑바닥에서 태어나 해병대를 거쳐 오하이오 주립대를 졸업한 후 한 해에 2백명 밖에 졸업하지 못하는 예일대 로스쿨을 나왔다. 이 책은 그의 삶을 서술한 전기이자 이제는 엘리트가 된 촌놈이 촌놈들이 왜 공화당을 지지하는지를 성실하게 설명한 정치 에세이다. 이 책이 나오자 사람들은 “레드넥들이 트럼프를 찍은 이유를 설명했다”고 이 책을 평했다. 그러나 조심할 것. 당시 틸이 자본금을 댄 회사에서 일하는 중이었던 저자 밴스가 아주 순진한 마음으로 대선 직전에 이 책을 낸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 박세회 에디터
  • 노르웨이의 나무 - 라르스 뮈팅, 노승영 역
    김이나 작사가는 가사가 안 써질 때 '판결문이나 (1보), (2보) 같은 건조한 신문 기사'를 읽는다고 했다.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알고 실천하고 싶지만, 일하면서 노래 가사 같은 글도 읽고 무미건조한 사건 기사도 읽다보면 도망갈 데가 없어진다. 그럴 때 읽기 좋은 게 나와 가장 관계 없어 보이는 분야의 구체적인 실용지식서다. '노르웨이의 나무'는 북유럽에서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해온 땔나무 관련 지식들을 풀어 설명하는데, 언제 읽어도 흥미롭고 언제 끊어도 아쉽지 않다. 먼 나라 사람들이 나무를 베고 말리고 쌓고 태우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머릿 속이 환기가 된다. 물론 표지가 예쁘다는 게 결정적인 구매 이유이기는 했다. - 박수진 에디터
  • 폴트 라인 - 라구람 라잔, 김민주·송희령 역
    빅쇼트 보다 궁금증이 생겨서 산 책. 2008년 경제위기는 어떻게 발생했는가. 어찌 보면 사소할수 있었던 정치적 동기와 우리의 '본심'이 결합해 만들어낸 비극. 어쩌면 '경제'라는 것의 본질은 '정치'임을 설명하고 있는 책. - 백승호 에디터
  • 클래식 수업 - 김주영
    마음이 평온할 땐 글렌 굴드가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마음이 심란하고 사나울 땐 쇼팽의 에튀드(기교 연습용 곡) 모음을 듣는다. 클래식 수업을 읽고 나서야 내가 왜 심란할 때 에튀드를 들었는지 깨달았다. 이 책에는 피아노 전공으로 “졸업해서 제일 좋은 건 쇼팽의 에튀드를 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증언이 담겨 있다. 결국 심란할 때의 나는 그저 남이 고생하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실내악 연주자들이 무대 안에서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피아니스트들이 제일 싫어하는 협주곡은 무엇인지, 지휘자란 대체 뭘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내부자의 고발이 가득하다. - 박세회 에디터
  • 블랙코미디 - 유병재
    지식과 사상을 전달하고, 깨달음을 주는 것만이 책의 역할은 아니다. 책장을 술술 넘기며 반복되는 똥 얘기에 낄낄 웃고, 정치 풍자에 짧게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가 있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읽다 보면 '유병재 스탠드업 코미디 쇼' 속 나긋나긋한 유병재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맨 마지막 장은 '인스타그램 인증샷용 페이지'로,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면 독서를 즐기는 지성인처럼 보일 수도 있다. 짧고, 재미있고, 2017년의 정치와 사회를 조금 되돌아볼 수 있는데다가 인증샷도 남길 수 있으니 소셜 미디어 시대에 매우 걸맞은 책이라 볼 수 있겠다. - 김현유 에디터
  • 그 남자의 고양이 - 샘 칼다 지음, 이원열 역
    고양이에 대한 인간의 사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고대의 왕부터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고양이를 유달리 사랑했던 역사 속 남성들의 이야기와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레이션을 담은 책이다. 편하게 읽으며 고양이 연대의 든든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 은연 중에 잡학 지식까지 얻을 수 있다는 건 덤. - 이윤섭 에디터
  • 구니스와 함께한 3주 - 믹 올더먼, 몽림 역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는 올해 내가 구입한 책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태도로 구입한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의 광고를 보지도 않았고, SNS에서 정보를 얻지도 못했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영화 ‘구니스’(1985)를 검색했을 뿐이다. 그러다 이 책이 어느 독립출판사를 통해 출간된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나는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 출간일정을 문의했다. 그로부터 약 2주 후, 나는 이 책을 배달받았다. ‘구니스와 함께한 3주’는 미국 애스토리아에 살던 19살의 영화감독 지망생이 자신의 동네로 찾아온 ‘구니스’ 제작진과 만나 그들의 촬영현장을 무려 3주 동안 지켜보며 목격한 것들을 털어놓은 책이다. 그의 목격담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당시 ‘구니스’ 제작진과 리차드 도너 감독이 그에게 촬영장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선뜻 내주었다는 대목이다. 조건은 별 다를 게 없었다. 스텝들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됨. 배우들에게 사인을 요청하면 안 됨. 프로처럼 행동할 것. ‘구니스’는 당대 최고의 흥행감독들이 할리우드 시스템 아래에서 기획한 프로젝트였지만, 애스토리아의 촬영장에는 그처럼 어린 소년의 꿈을 토닥이는 ‘낭만’이 있었던 것이다. ‘구니스’를 잊지 않은 모든 ‘구니’들에게는 이 영화를 더욱 사랑하게 만들 책이다. - 강병진 에디터


kakao